22일 서귀포시 대정읍 웅비관에서 ‘송악산 개발반대 지역대책위원회’와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22일 서귀포시 대정읍 웅비관에서 ‘송악산 개발반대 지역대책위원회’와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그동안 송악산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개발하려 했던 세력은 두 세력입니다. 하나는 군대고 또 하나는 이 일대를 개발하고 싶어하는 자본가들이었죠. 이 두 세력이 ‘여긴 비행장을 만들자’, ‘호텔을 짓자’ 이런 계획을 세웠었죠. 지금 해야 할 일은 제주도나 군, 자본가가 아닌 우리 주민들이 직접 송악산의 미래를 그리는 일입니다.”

22일 오후 서귀포 대정읍 웅비관에서 ‘송악산 개발반대 지역대책위원회’와 ‘송악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조성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은 “송악산의 미래 개발계획은 1차적으로 주민이 충분한 토론을 통해 그림을 그려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조성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이 서귀포시 대정읍 웅비관에서 열린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22일 조성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이 서귀포시 대정읍 웅비관에서 열린 ‘송악산,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김재훈 기자)

조 특별연구원은 “송악산 일대 개발사업을 놓고 찬성과 반대 갈등이 반복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게 뭘까’ 생각했다”며 “개발을 찬성하는 분들은 아름다운 송악산을 이용해서 돈을 벌고 싶은 건데 돈을 어떻게 벌 것이며 그 돈을 누가 가질 것인지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송악산의 미래를 그릴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제주도 당국이 개발계획이라는 이름으로 그린 그림엔 주민이 땅을 내놓고 사업자가 사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업자는 여기 들어오면 아무리 멋있는 그림을 가지고 있다해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익을 나눠주지 않으면 안 되는, 목소리가 크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지역주민들이 있을 땐 몫을 나눠주고 이야기를 듣고 사업을 조정하려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제주도정은 언제나 주민을 무시하고 사업자와 손잡았기 때문에 사회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이 자기 목소리를 내서 ‘난 이렇게 생각해’라는 게 있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 토론회는 송악산 개발사업 반대의 끝이 아닌 또다른 시작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개발사업을 두고 찬성과 반대의 논리가 아닌 미래 가치를 파악하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송악산 일대는 전통문화·일제강점기·한국전쟁 유적과 관광문화라는 자원을 다 갖추고 있는 드문 곳”이라며 “이곳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송악산이라는 공간이 가진 미래 가치와 현재 가치를 어떻게 읽어들인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뉴오션타운이 들어섰을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경관 변화. (사진=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뉴오션타운이 들어섰을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경관 변화. (사진=김태일 제주대학교 교수)

이어 “예를 들어 6조원이 들어가는 사업이라고 할 때 그 6조원은 대정읍에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주민에게 똑같이 돌아가는 수익이 아닌 토목 개발공사하는 사람에게만 중요한 수치”라며 “주민과 어떻게 상생할지에 대한 프로그램이 중요한 것이지 얼마짜리 개발사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기억과 추억, 애정, 애착이 가는 장소와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송악산 개발도 이런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평화’라는 단어는 총 들고 싸우는 걸 막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고 사람과 사람, 투자자와 주민, 행정과 투자자, 행정과 주민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뉴오션타운이 들어설 경우를 시뮬레이션한 화면을 보여주며 경관 훼손의 심각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동현 문학박사가 진행을 맡았으며 김태일 제주대 교수와 조성윤 전 제주대 교수, 강순석 박사, 안은주 ㈔제주올레 상임이사, 김유정 제주문화연구소 소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앞서 지난 4월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박원철)는 송악산 일대 대규모 유원지를 조성하는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을 부동의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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