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녹색당 선거 운동 사진. (사진=이성홍 제공)
제주녹색당 선거 운동 사진. (사진=이성홍 제공)

먼저 녹색당의 슬로건에 큰 반향을 보여주는 모습에 반갑고 고마운 마음이다. ‘관광객을 줄이자’는 현수막을 한숨 쉬며 바라보았다는 40대 시민의 마음을 헤아릴 바 없지만 선거 기간 이러한 문제 제기와 관심 유발은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
 
#위기에 대하여

앞의 글에서 당원 S씨가 ‘위기가 코앞인데 구체적인 대안이라니’에 대해 자영업자 A씨는 ‘위기가 코앞이니 구체적인 대안이 요구되지 않느냐’며 반문한다. 두 사람 말이 다 맞는 것 같다.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식의 말을 꺼내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위기’에 대한 접근이나 인식 또는 입장의 문제일 수 있겠다. 

A씨는 녹색의 가치에 대해서 충분히 수긍하고 이를 지인들에게 선전할 정도로 녹색정치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다. 아울러 지금의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도 상당하여 녹색정치가 시급하게 그 대안을 마련하기를 바라고 직접적으로 녹색당이 그 역할을 자임하고 그것이 녹색을 슬로건으로 하는 정당(또는 정치)의 책임으로 여기는 것 같다.

문득 궁금해지는 것은 A씨가 주위에 녹색을 얘기하고 위기라고 말하는데 왜 그이들의 반응이 시큰둥할까. 어쩌면 녹색이 자기와 관련이 없거나 현실과 먼 얘기로 들리기 때문은 아닐까. 위기라고 하면 직접적이고 급박하고 중대한 사안을 이르는 말일 텐데 혹 제대로 위기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러니까 위기임을 아니까 대안을 마련하라는 A씨의 말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녹색의 당위’처럼 절박한 느낌은 아니다.

제주녹색당 선거 운동 사진. (사진=이성홍 제공)
제주녹색당 선거 운동 사진. (사진=이성홍 제공)

#정치의 책임에 대하여

A씨는 녹색당에게 정당으로서 또는 정치의 책임을 묻고 있다. 지금 대안이 시급한데 대안 제시가 미흡하지 않느냐,며 끝내 다른 정당과 다를 바 없는 공허한 말 약속임을 속상해한다. 관광객을 줄이는 방안이나 일자리 창출 방안이 조악하다는 지적을 달게 받으며 과연 정당의 대안 없는 공약이 정치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이의 말대로 2%의 지지율이 98%가 녹색 슬로건에 등 돌리는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아직도 제주의 자연생태 위기를 말 그대로 생존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시민들은 매우 적다. 그러면 녹색당 또는 녹색정치의 책임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그것은 지금 제주의 위기 상황을 시민들에게 말 그대로 ‘위기’임을 알리고 그러한 인식 위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일 아닐까. 그런 점에서 앞의 S씨의 글에서 녹색당의 ‘제안’이라고 한 것은 맞춤해 보인다. 익히 알고 보듯이 전세계적인 기후위기라고 하지만 이를 피부로 느끼는 일과 특히 대안 마련이 지난한 일임을 모른다 할까.

제주녹색당 선거 운동 사진. (사진=이성홍 제공)
제주녹색당 선거 운동 사진. (사진=이성홍 제공)

#‘관광객을 줄이자’는 슬로건에 대하여

그러면 왜 관광객일까.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으로서 가장 가깝게는 제2공항 문제일 것이다. 관광객을 더 많이 더 편하게 받자고 새로 짓자는 논리를 깨고 제주민에게 알리는 일은 제2공항 반대싸움의 당면한 문제라 여긴다. 그럼 ‘어떻게’라는 방법인데 녹색당은 정면 돌파를 결정하였다. 

지금까지 어느 정당이나 정치인 환경단체도 제대로 ‘발언’하지 못한 ‘관광객 줄이자’를 공약으로 내건 것이다. 이번 논란의 시발이기도 한 제주투데이 기자의 새로울 것 없는 비판글처럼 기존의 관광업계나 종사자들은 어쩌라구,하는 기존의 '관광으로 먹고사는 섬'이라는 관념에 정면으로 대든 것이다

지금 제주관광의 모습을 떠올리면 쉽지 않겠는가. 천혜의 자연경관을 망가뜨려 나무와 숲과 바위를 자르고 깎아내 호화로운 대형카페나 밥집 숙소를 짓고 손님을 끄는 일 자본과 규모에 밀리는 업체와 주인들은 밀려나고의 되풀이, 몇천만 원을 호가한다는 맛집리스트를 들고 렌터카를 갖고 제주 전역을 뻥뻥 뚫린 도로 따라 쌩쌩 달리는 일, 거기에 중산간 30만평마다 지하수와 농약을 쏟아부어 몇 명의 골프 손님들이 즐기는 골프 관광, 이처럼 서울에서도 인천 부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소비관광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현수막에는 ‘도민행복 곱빼기’라고 썼지만 생존의 위기에 처한 제주민을 구하고 기존의 제주관광이 아닌 제대로 된 제주여행을 통하여 관광의 질을 높이게 될 때 관광객도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 현수막에 보이는 ‘관광객을 줄이자’는 글귀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우리 제주의 자연생태를 살리고 여행객도 제주민도 사는 서로 상생하는 길로 여겨도 좋지 않겠는가. 

제주녹색당 선거 운동 사진. (사진=이성홍 제공)
제주녹색당 선거 운동 사진. (사진=이성홍 제공)

#대안에 대하여

글쓴이 A씨가 녹색당의 ‘대안 없음’을 지적하고 있지만 (‘타박과 힐난’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든다) 일반시민들이 녹색당에 거는 기대나 지지보다 훨씬 높은 역할을 기대하는데 고마움과 함께 부담스럽기도 한데 위기라고 했을 때 그 대안이 쉽지 않음을 모르지 않는다면 거기서 출발할 일은 아닌가 묻고 싶다. 

나는 자영업자니까 녹색당이 나서야 한다구? ‘생활녹색’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지만 녹색당 당원들이 누구인가 (비정규)노동자, 자영업, 농부 등 바로 내 주변 당신 주변의 시민들 또는 당신이지 않은가. 어쩌면 이번 선거판이 보여준 녹색당의 문제의식과 한계를 곱씹으며 나아가 제2공항 건설 반대싸움을 주축으로 한 반생태·반환경의 전선을 구축하는 일, 시급한 대안은 아닐까.

오래전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서 주인공 최대치가 일하던 막장의 갱도가 무너지자 동료 광부들이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묵묵히 곡괭이를 들고 무너진 갱도를 파기 시작한다. 어차피 그 길밖에 없으므로. 어쩌면 무너진 갱도를 파헤쳐나가기 위해 너도나도 곡괭이를 드는 일,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아닐까.

덧.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앞글 S씨의 패러디겠지만 S씨도, A씨도 서로 통성명하면 좋을 듯, 우리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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