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다]‘뚜벅이’는 '환경자산'이다

[상상하다]차 없는 이들에게 도보소득을①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은 원희룡 전 제주도정이 수립, 추진한 대중교통 체계 개편을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선 개편이나 편의성 증대만으로는 도내 운행 차량 수 저감 및 대중교통 이용률 향상은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이는 원희룡 전 제주도정이 받은 대중교통체계 개편 성적표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원 도정은 매년 1000억원 대의 예산을 투입하는 버스준공영제를 시행하며 노선 및 차량 수를 두 배 가까이 늘렸지만 교통 분담률은 10년째 제자리다. 노선에 따라 무료로 환승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특히 관광객의 버스 이용률은 2016년 18.1%에에서 6.5%(2020년)로 내려앉았다.

대중교통 및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를 위한 과감한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하지 않고는 획기적인 대중교통 이용률 증가는 요원해 보인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대중교통 및 자전거 이용자 및 보행자를 위해 실시한 국내외 인센티브 제도 및 대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국내의 대중교통 이용률 제고를 위한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만들거나 시행한 인센티브 제도들과 그 한계를 먼저 들여다 본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어설픈 인센티브 제도가 아닌,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성큼!!' 보행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제주를 위해.(사진=박소희 기자/픽사베이)
'성큼!!' 보행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제주를 위해.(사진=박소희 기자/픽사베이)

대중교통은 노동자가 이용하고...인센티브는 기업이 챙기고?

지난 2008년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를 국가 차원에서 제공하는 제도가 추진됐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면 가관이다. 대중교통 이용자가 아니라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기업의 직원들이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방세 감면 등 국가차원의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이었다. 관료들이 얼마나 뼛속까지 친기업적인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이 같은 ‘코미디 관료주의’를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11월 25일자 노컷뉴스의 기사에 따르면 당시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사내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기업에 대해 교통유발부담금이나 지방세를 감면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 편의성을 높여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혜택을 줘서 종사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으로 대중교통을 활성화 한다는 발상, 참 놀랍지 않은가.

조삼모사, 그린카드 제도

이명박 정부였던 2010년, 그린카드(신용/체크) 제도가 추진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최대 20%의 포인트를 지급해서 일정 기준 이상의 ‘에코머니’(마일리지)가 누적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의 카드다.

이 그린카드는 신용카드 별로 차별화된 포인트 및 할인 혜택을 대중교통 이용 및 국공립 시설과 공공서비스 관련된 할인 혜택을 주는 것 등에 초점을 뒀다. 현재는 카드에 따라서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 시 요금을 할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카드 이용자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다양한 혜택이 있는 카드 상품을 포기하고 그린카드를 이용해야 한다.

결국, 대중교통 이용자를 겨냥해 상품화된 카드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중교통 이용자는 그린카드의 혜택과 다른 카드의 혜택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린카드가 아니더라도 대중교통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다른 카드 상품도 다수 존재한다.

그린카드 도입 시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 이재현 국장은 브리핑에서 그린카드 이용으로 누적된 포인트의 일부는 환경보호를 위한 재원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생색을 내기도 했다. 대중교통 이용자가 다른 카드 상품의 혜택을 포기하고 얻는 포인트를 이용해 ‘녹색 소비’를 하도록 하고, 거기에 더해 환경보호를 위한 기부를 할 수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그 자체로 충분히 환경보호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센티브 정책 치고는 얄팍하다. 환경보호의 짐을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가중하는 모양새다.

대중교통 이용률 높인다면서 승용차 보유자에게 인센티브 제공?

대구시는 2022년 1월, 승용차요일제에 가입한 시민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요금 80%를 돌려주는 제도를 시행했다. 평일 중 스스로 차량을 쉬는 날을 정하고 전자태그를 차량에 부착해 해당 요일에 차량을 운행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앞서 대구시는 요일제에 동참하는 차량 보유자들에게 자동차세 5%를 감면하는 제도를 시행했지만, 성과가 마땅치 않아 중단했다.

이번 승용차요일제 가입자는 일주일 중 하루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요금의 80%를 환급받을 수 있는데, 결국 이벤트성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구시 일반 버스 요금은 카드의 경우 1250원(현금 1400원)이다. 왕복 2500원으로 계산하면 일주일 하루 환급액은 2000원. 1년 52주를 모두 채워야 최대 환급액은 10만원 남짓이다.

대구시가 승용차요일제 참여자에 대한 자동차세 감면 제도를 포기한 것처럼 이번에도 눈에 띄는 성과없이 행정력만 낭비할 공산이 크다. 이 제도의 문제는 결국, 대중교통 이용자가 아니라 자동차 보유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라는 점이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겠다면서 자동차 보유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모순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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