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도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제주도지사(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도민의 뜻을 부침개 뒤집듯 뒤집어 온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 이어 오영훈 현 제주지사도 '불통의 왕좌'에 오를 듯하다.

오영훈 지사는 취임하면서 도청 내 집무실 위치를 바꿨다. 본래 남향이던 집무실을 북향 정문 방향으로 옮겼다. 제주지사 집무실 위치 변경은 무려 42년 만이다. 대외적으로는 도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뜻은 아닐 수도 있다.

오영훈 지사는 당선인 신분으로 서울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도청 정문 방면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는 것은 도민을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도지사 집무실 42년만에 옮기는 오영훈 당선인 “소통하는 도지사 될 것”)

오랜 시간, 도민들은 제주도청 정문과 주차장에서는 찾아와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내어놨다. 행정 당국, 그리고 도지사가 귀를 기울여주길 바라면서. 오 지사는 “소음이 아닌,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도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내 불편은 감내할 각오”라고 말했다고 서울신문은 보도했다.

그러나 오 지사는 이 같은 각오를 채 1년도 안 돼 꺾어버렸다. 제주도청은 공무원들의 사무 공간만은 아니다. 도민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도지사를 만나 얘기를 나누려는 도민들이 찾아 든다. 도지사 출퇴근 길에 바라는 바를 요구하기도 하고, 도지사를 만나지 못하는 이들은 도청 처마 밑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원천 봉쇄하고 있다.

월정리 하수처리장 증설 공사에 반대하는 해녀들을 비롯한 주민들이 도청을 찾았지만 정문은 바리케이트로 차단됐다. 선흘2리 주민들도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기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을 도청 입구 처마 아래서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다. 비예보가 있었다. 나이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는 만큼 비를 피할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도청 총무과가 기자회견을 막을 것이라고 했단다. 오히려 도민들이 편안하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청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게끔 배려할 수는 없던 걸까. 선흘2리 주민들은 이렇게 탄식하고 있다.

"원희룡 전 도지사 시절에는 특별한 문제없이 도청 처마 밑에서 진행되던 기자회견이, 진보적 정책으로 당선되었고 도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집무실마저 도청 창가 쪽으로 옮겼다고 자부하는 오영훈 도지사가 도민들의 기자회견을 원천봉쇄 되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도민과 약자의 목소리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오영훈 도지사의 불통행보에 강한 유감과 우려를 표합니다." 

도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집무실을 정문 방향 창가 쪽으로 옮기고, "도민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내 불편은 감내할 각오"라던 오영훈 지사의 말은 흰소리가 되고 말았다. 어쩌면 그런 각오는 그저 자기 포장에 불과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건대, 어쩌면 오 지사의 집무실 위치 변경 이유는 '도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풍수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