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는 재산권 침해로 논란이 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오는 24일 열리는 제413회 임시회에서 다룰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의회 관계자는 21일 제주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번 의사 일정(안)에는 올렸지만 최종 판단은 24일 본회의 때 상정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면서 아직까지 고심중이라고 전했다. 

임시회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까지 상정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 도시계획조례 개정 배경='공공하수처리 포화'

제주도는 개인오수처리시설 허용은 늘리고 건축 규모는 제한하는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8일 도의회로 넘겼다. 

이 조례안 개정 목적은 개인오수처리시설 허용에 따른 '중산간 난개발 방지'다. 그러나 근본 취지는 '개인오수처리시설 허용'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제주도 하수처리장 현황
제주도 하수처리장 현황

제주도는 지난 2017년 3월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해 대다수 건축물의 공공하수관로 연결을 의무화했다. 하수도법에 따르면 지정된 하수처리구역만 공공하수관로 연결이 가능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조례를 개정한 것. 

유입인구 증가와 대규모 개발 사업 등으로 '노란불'이 켜졌던 하수처리는 이 조례 개정 이후 '빨간불'로 바뀌었다. 

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도내 공공하수처리장 8개소 가운데 4개소가 현재 포화 상태다. 

도내 제주(도두), 동부(월정), 서부(한경) 3곳과 서귀포시 남원 1곳 하수 유입량이 처리시설 용량을 넘어섰다. 증설 역시 주민 반대 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

제주도 하수처리장 운영 현황. 2022년 기준. (제공=제주도)
제주도 하수처리장 운영 현황. 2022년 기준. (제공=제주도)

제주상하수도본부는 하수도법을 내세워 하수처리구역 외 하수는 처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법이 정한 지역의 하수만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 

이에 제주도는 2021년 7월 환경부에 유권 해석을 맡겨보지만 하수처리구역 하수 유입만 허용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또한 환경부 유권해석을 적용하면 제주시 아라동· 이도동·월산동 등 제주시 동지역 90%는 건축 허가가 불가능하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시 동지역 10분의 1이 하수처리구역, 10분의 9는 하수처리구역 '밖'이라서다. 

난감해진 제주도는 워킹그룹을 구성해 기존 공공하수처리 연결 원칙을 폐기하고 개인오수처리시설을 허용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도의회에 넘긴다. 

현주현 도 도시계획과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 조례 개정에 대한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에서 "환경부 유권해석에 따라 제주시 동지역 개발이 제한된다. 이번 도시계획조례 개정은 개인오수처리시설 허용에 따른 난개발 방지 목적도 있지만 이를 완화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억울해진 중산간 토지주들...도의회 '난감'

개인오수처리시설 허용으로 개정 방향을 잡은 제주도는  300m 이상 중산간 지역의 건축 규모를 제한하기로 한다. 

제주도는 기왕 개발 행위가 허가된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은 가급적 완화하는 한편, 중산간 개발은 억제하자는 취지였지만 해당 지역 토지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월 18일 개최된 1차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현주현 도 도시계획과장. (사진=도의회)
지난 1월 18일 개최된 1차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현주현 도 도시계획과장. (사진=도의회)

개정안 대로라면 민간은 표고 300m 이상 중산간 지역에 공공주택·숙박시설을 지을 수 없게 된다. 또 거주 등 실사용 주택 건축의 경우 2층 이하 150㎡ 미만으로 제한한다. 중산간 난개발을 부추기는 타운하우스 조성이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다. 

건설업계 관계자나 토지주 등 이해 당자사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소관 상임위인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송창권)는 1월 18일, 2월 16일 두 차례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해 당사자들은 개정안에 담긴 표고 300m 이상 기준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공공하수처리시설 포화 책임을 일부 지역 주민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분개했다. 

2월 16일 개최한 2차 토론회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선흘2리 토지주 (사진=박소희 기자)
2월 16일 개최한 2차 토론회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선흘2리 토지주 (사진=박소희 기자)

강승용 건축사(오라동)는 "건설경기 침체를 제주도가 타개하려면 규제강화가 아니라 규제완화로 가야 할 시기"라면서 공공의 책임을 일부 지역 주민의 몫으로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가 2017년 하수도법 위임 없이 도시계획조례를 개정하면서 도내 하수처리장 포화 사태가 발생한 것인데, 이를 해결한다면서 '애먼' 개발 규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선흘2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고 소개한 이보건 씨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조례냐"면서 "조례 개정 목적으로 '난개발 방지'를 내세웠는데, 제주도 난개발은 표고 300m 이하 지역에서 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산간 지역(200~600m)의 경우 제주특별법에 따라 절대보전지역·상대보전지역·관리보전지역 등으로 지정해 관리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데 건축 규모까지 제한하면 이는 이중 규제라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했다. 

# 잘못 끼운 첫 단추가 빚은 상황

도의회 관계자는 "제주도가 첫단추를 잘못 끼워 이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했다.

제주도가 하수도법에 따라 하수처리구역 건축만 허가했어야 했는데, 하수처리구역 외 지역까지 허가하면서 오수처리 문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개발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졌다는 것이다. 

그는 "표고 300m 이상 토지주들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면서 "옆집 A씨는 진작에 공공하수도관과 연결해 타운하우스를 지었는데, 본인이 소유한 토지는 개발이 불가능해지니 억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주연구원 관계자도 표고 300m기준은 난개발 방지에 별로 효과적인 방안이 아니라면서 '용도별 개발 제한'을 의견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용도별 개발 제한에 나서면 지금보다 더 큰 저항을 예상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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