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권 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 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고창권 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 위원장(사진=김재훈 기자)

제2공항 건설 사업에 대해 고등학생이 문제를 제기하고,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주민이 비아냥으로 맞섰다. 그리고 사과는 없었다.

6일 오후 서귀포청소년수련관에서 제2공항 2차 도민 경청회가 열렸다. 경청회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도민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자리다. 참여 자격 조건 자체가 없다.

이날 서귀포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정근효 군이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부동산 중개업과 농수산물 유통업을 하는 고창권 제2공항건설촉구범도민연대 위원장이 정 군의 발언에 대해 ‘감성팔이’라거나, 심지어 청소년의 의견 개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면서 경청회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학생인권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고창권 위원장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이날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반 주민이 강하게 대립하는 경청회장의 플로어에서 마이크를 받은 정근효 군은 “이럴 줄 몰랐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토론과 의견 듣는 건 이런 게 아니었습니다. 욕설과 비방 난무하는 게 의견인가요.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흐느꼈다. 경청회 장내에서 욕설이 오가는 데 대해 마음이 상했던 것.

정근효 서귀포고등학교 학생(사진=김재훈 기자)
정근효 서귀포고등학교 학생(사진=김재훈 기자)

정 군은 “제2공항 찬성하시는 분들이 원하는 건 성산에 땅을 사셔서...돈, 돈, 돈 때문이 아닌가요?”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당신들이 미래를 망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온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마이크를 잡은 고창권 위원장은 정 군의 발언에 대해 “제가 봤을 때는 감성팔이 하는 거 같습니다. 어린 학생들까지 이렇게 동원해서 이런 모습을 보여야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제2공항에 반대하는 이들이 정근효 학생을 동원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이내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학생인권을 무시했다는 지적과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경청회장을 뒤덮었다. 찬성 측에서는 고창권 위원장에게 사과 거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사회자가 고창권 위원장을 향해 사과를 요청했지만 그는 오히려 “우리 청소년들이 여기에 배석하는 게 과연 맞습니까?”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하지만 제2공항 경청회는 남녀노소 도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리다. 고 위원장이 제주의 미래 세대 당사자인 정 군의 발언을 평가절하 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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