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안 발표 이후 두 차례 열린 경청회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한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도내 갈등 관리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13일 오전 제주도의회 제415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진행된 도정질문에서 김기환 의원(제주시 이도2동갑/더불어민주당)은 "제주도가 여전히 갈등 관리 모델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일부 성과를 강조한 것. 

김 의원은 지난해 7월 제주도가 "도내 공공사업으로 나타난 갈등사항에 대한 관리에 나선다"고 천명했지만, 갈등이 첨예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월정마을) 등에 대한 뚜렷한 결과를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건설(성산마을)과 관련해서는 찬·반 갈등이 격화되면서 공동체 분열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2공항 2차 도민경청회에서 고창권 위원장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는 반대측 주민들 (사진=박소희 기자)
제2공항 2차 도민경청회에서 고창권 위원장 발언에 사과를 요구하는 반대측 주민들 (사진=박소희 기자)

이 같은 지적에 오영훈 지사는 "취임 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갈등 해소"라면서 "이전 도정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갈등 현장에 더 많이 나가,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듣고 있다"고 했다. 

오 지사는 수상레저 사업으로 7년째 갈등을 이어온 쇠소깍, 강정마을 등을 언급하면서 "몇 군데선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하수종말처리장 증설 사업의 경우 서부하수처리장(판포) 증설에 따른 지역주민 불편사항을 직접 청취했다면서 "'주민협의체 구성' 단계까지 왔다"고 강조했다. 

'월정마을'의 경우 "지금까지 매일 보고를 받고 있으며, 관계 공무원들과 주민들의 만남이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면서 "마을과 협의가 진행중"이라고 했다. 

오영훈 지사의 평가와 달리 월정마을 갈등은 여전히 첨예하다. 

3월 30일 월정리 해녀들은 증설 반대를 외치며 제주도청 주차장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사진=제주녹색당)
3월 30일 월정리 해녀들은 증설 반대를 외치며 제주도청 주차장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사진=제주녹색당)

지난달 30일 월정리 해녀들은 증설 반대를 외치며 제주도청 주차장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어르신들이 차가운 아스팔트에 누워 밤을 세운 지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았다. 최근에는 제주도가 공사를 강행, 해녀들이 몸으로 공사 차량을 막아서기도 했다. (☞관련기사:해녀와 아스팔트)

최근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등에서도 제도상 불가능한 민간 주도 풍력발전 개발 사업 추진하려다 마을 주민 간 갈등으로 번졌다. 이도 제도 개선에 늦장을 부린 제주도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박호형 의원 "애월리 풍력 갈등, 제주도 책임 크다")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로 인한 도로 확충으로 여전히 주민 반발이 존재하며, '반대파 주민 자격 제한'을 골자로 하는 향약 개정을 바로잡기 위한 법적 다툼이 최근에야 마무리 됐다. (관련기사: 법원 "자연부락 이주민, '마을주민' 당연" ... 향약 지침 될까)

지난 11일 진행한 도정질의에서 "성공적"이라고 자평한 제2공항 경청회 역시 제주도가 찬반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관련기사:'학생 인권 침해'로 아수라장 된 제2공항 경청회...갈등 키운 제주도)

2023년 4월 13일 오전 제주도의회 제415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도정질문에 나선 김기환 의원(사진=제주도의회)
2023년 4월 13일 오전 제주도의회 제415회 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도정질문에 나선 김기환 의원(사진=제주도의회)

김기환 의원은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오 지사의 애매한 입장도 문제 삼으며 구체적 갈등 해소 방안도 물었다. 

오영훈 지사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자리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갈등 해소 방안까지 염두하면서 법과 제도에 따라 진행되는 상황을 더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초 5월 8일로 예정한 의견수렴 기간을 5월 31일까지로 확대해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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