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역사 한내 제주위원회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재일제주인 최대 밀집 지역 오사카시 이쿠노구(生野區)를 다녀왔다. 답사를 통해 일본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재일동포(자이니치 코리안), 특히 재일제주인의 삶을 살펴보고자 했다. 아울러 일본 내에서의 제주4·3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운동 현황과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사회를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필자주>

간사이공항에서 도시 순환선JR을 타고 츠루하시역에 내리자마자 불고기와 곱창구이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갑자기 나의 콧노래는 가수 레이지본의 '알바트로스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한다. (사진=서군택)
간사이공항에서 도시 순환선JR을 타고 츠루하시역에 내리자마자 불고기와 곱창구이 냄새가 코를 간지럽힌다. 갑자기 나의 콧노래는 가수 레이지본의 '알바트로스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한다. (사진=서군택)

“이게 무슨 소리야. 이건 무슨 냄새야. 저기 무슨 일있나. 궁금해 미치겠네. 아무런 계획없이 모험처럼 떠난 여행길…”

-레이지본, '알바트로스의 노래' 중

 

​#츠루하시 국제시장과 코리아타운(구 이카이노 조선시장) 

오사카는 일본의 제2의 상업도시이자 재일조선인으로서 이방인의 삶으로 맺힌 한이 서린 곳이다. 차별과 멸시, 재일조선인의 눈물의 세월을 보듬어 주었던 고향 음식을 여기에서 만날 수 있다. 

​이쿠노구는 오사카시의 동남부에 위치한 재일조선인 최대 밀집지역에 츠루하시시장이 있다. 한류 덕에 관광으로 유명해졌다. 한국에서 온 재료는 물론 이 시장에는 한국의 음식들이 많다. 해방 직후만 해도 이 시장은 암시장이었다. 

이쿠노구 코리아타운. (사진=서군택)
이쿠노구 코리아타운. (사진=서군택)

이쿠노구에는 신발공장이 많았는데, 본드 냄새와 신발 원단에서 날리는 가루 때문에 폐병에 걸린다고 해서 돼지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이쿠노[生野]의 이쿠(いく)에는 살다·생존하다·살아남다[生きる]라는 의미와는 별개로 ‘왕성한 생명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즉 ‘이쿠노’는 생명력이 강한 들판이라는 의미이다. 1973년 주거표시 시행(住居表示施行)에 따른 행정 구획 변경으로 쓰루하시(鶴橋), 모모다니(桃谷), 나카가와(中川), 다지마(田島)로 분할되면서 이카이노(猪飼野)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猪 돼지 저,飼 기를 사)

#곱창구이(일명 호루몬야끼)​

호루몬야끼. (사진=서군택)
호루몬야끼. (사진=서군택)

 

징용 당시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도 하나의 투쟁이었고, 먹을 것이 없었던 징용 당시에 조선인들이 먹었던 것은 곱창이다. 일본인들이 먹지 않고 내다 버렸던 내장을 구워서 먹은 것이다. 

일본말로 ‘호루’하면 버리다라는 뜻이고 ‘모노’하면 물건이니까 ‘버리는 물건’이라는 의미이고 일본인들은 소의 내장을 먹지 않고 버렸는데 재일조선인들이 가져와 상품화하여 음식을 만들었기 때문에 ‘호루몬’이라는 설이 있고 한국의 대창이나 곱창을 먹으면 몸의 내부에 있는 호르몬의 균형이 좋아져서 ‘호루몬’이라는 설이 있다. 이것이 후손의 먹고 살길을 열어주었다. 

이카이노 코리아타운. (사진=서군택)
이카이노 코리아타운. (사진=서군택)

일본 츠루하시(鶴橋)역에서 오사카 이카이노 코리아타운으로 걷다 보면 일본 청춘남녀들의 행렬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이 여성들이다. 가는 중간중간에 있는 ‘한류 쇼핑점’에 들어가 보면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행 중인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들을 듣고 있는 일본 중고등학생들이 이채롭다. ​

한일 월드컵이 끝나고 배용준, 최지우의 ‘겨울연가’ 열풍이 중년여성 중심으로 불었고, 이곳 오사카 코리아타운도 일본의 청춘들이 ‘카라’, ‘소녀시대’, ‘동방신기’, ‘빅뱅’, ‘BTS’ 등 계속 이어지는 '한류'로 인해서 음식문화 콘텐츠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의 떡볶이, 핫도그, 일본식 빙수가 아닌 한국식 팥빙수, 심지어는 최근에는 한국의 분식점 그대로인 점포 그리고 화장품, 한국의 유명 아이돌 가수의 브로마이드(Bromide)를 구입하러 온 그들을 보면서 문화 콘텐츠를 통한 국가의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력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이곳은 일본에서 한국문화의 발신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공중화장실. 코리아타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도 일본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는 공중 화장실 하나 세워주지 않더랍니다. 결국 코리아타운 상인회가 돈을 모아 세운 화장실이 보입니다. (사진=서군택)
공중화장실. 코리아타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도 일본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는 공중 화장실 하나 세워주지 않더랍니다. 결국 코리아타운 상인회가 돈을 모아 세운 화장실이 보입니다. (사진=서군택)

정기 여객선 군대환(君代丸·기미가요마루)은 제주~오사카 항로에 570명이 승선할 수 있는 여객선이었다. 1922~1945년까지 운항했으며 군수산업이 발달한 오사카에 많은 제주도민들을 실어 날랐다. 1922년부터 1934년까지 약 5만 명의 제주도민이 오사카 등 일본으로 건너갔다. 생계를 위해 오사카로 이주한 그들은 광부, 잡부, 세탁부와 막노동, 행상 등을 하며 삶의 터전을 잡았다. 

현재 오사카에는 1세대 재일 제주인과 그 자손 등 8만5000여 명이 살고 있다. 특히 이쿠노구(區) 츠루하시는 ‘일본 속의 제주’라고 불릴 정도로 언어와 음식 등 생활 속에서 제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국 반찬이 눈에 띈다. (사진=서군택)
한국 반찬이 눈에 띈다. (사진=서군택)

​당시 오사카는 인구만 211만 명으로 ‘동양의 멘체스터’라고 불릴 만큼 방직업과 금용 그리고 상업의 중심지였다. 이곳에 제주도 이주민들을 비롯한 한국인들이 많이 유입된 계기는 저습지대였던 이곳의 ‘히라노강(平野川)’이 홍수로 인하여 자주 강이 범람하여 피해를 입자, 히라노강 개수공사에 많은 노동자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일본인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이곳 공사장은 기피 대상이었다. 이 히라노강의 개수공사가 처음 시작된 것은 1910년초였다.   

히라노강. 제주 산지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서군택)
히라노강. 제주 산지천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사진=서군택)

이에 따라 ‘기미가요마루(君代丸)’가 취항하면서 일본에 도항하여 일할 곳을 찾던 제주도 출신들이 이곳에 정착하고 살게 되면서 조선인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되었다. 이곳 조선인 공동체에 있어서 제주도의 풍속, 풍토, 음식, 주거 등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바로 ‘조선시장’의 출발점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에는 일본의 천민자본가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1910년 12월 조선에서 회사를 설립할 때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회사령’이 공포되고 조선인들의 민족자본의 육성을 억제하면서 조선인들의 제대로 된 일자리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식인들은 ‘룸펜’이라고 불릴 만큼 별다른 직업도 없이 방황하고 있었으며, 일본에서 유입된 천민 자본들은 흥행업, 전당포업, 매춘업, 고리대금업 등 건전한 기업자본이 아니라 일확천금을 노리면서 조선의 각 지역에 진출해 있었다.  

이카이노 코리아타운. (사진=서군택)
이카이노 코리아타운. (사진=서군택)

그러다 보니 조선에서의 일자리를 찾지 못한 당시 조선인들은 부산이나 제주도를 통해 시모노세키나 오사카를 거쳐 당시 건설 등의 노동력이 부족했던 일본의 각 지역으로 진출하게 된 것이다. 저습지대인 히라노강 주변의 환경들이 좋지 않아서 일본인들의 기피 대상 주거지였던 만큼 건강한 육체만 있으면 일자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일할 장소와 숙소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해결만 되면 정주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이 없어서 많은 이들이 이곳에 살면서 또한 제주도의 친척들을 부르게 되었고 이국에서 서로를 의지하면서 생활을 이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대상으로 한 조선의 식재료 가게가 생겨나면서 시장이 형성되었다. 그 당시 츠루하시역 근처에는 일본인들이 운영하는 시장 상점들이 주를 이루지만 서서히 그들의 시장은 규모가 점점 작아지면서 밀려나서 지금은 코리아타운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수산물도매시장으로 특성화되었다. 

그래서 츠루하시역에는 ‘국제시장’이라고 불리던 상점가와 히라노강 주변으로 이곳에서 사는 조선인들이 식재료나 생활 필수물품들을 유통하는 오사카 ‘이카이노 조선시장’이 형성되었다. 

이쿠노구 코리아타운. (사진=서군택)
이카이노 코리아타운. (사진=서군택)

츠루하시역에 내려서 지하도를 걷다가 지상 출구로 나오면 우선 식당에서 고기 굽는 냄새와 그리고 마치 동대문 재래시장이나 종로 5가 광장시장을 온 듯한 분위기의 츠루하시 상점가가 눈에 들어온다. 특히 한복점들이 무척 눈에 띈다. 그리고 이곳 상점가 골목마다 마치 한국 재래시장과 같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들의 소규모 국제시장(암시장)으로 시작된 이곳은 현재 츠루하시 상점가를 중심으로 점포 수가 1000여개에 이른다.  

역전 시장 골목상점마다 김치, 장아찌, 마른반찬, 떡 등을 팔고 있으며, 한복집과 같은 포목점, 한식당, 한류물품들을 파는 상점들이 이곳에 있다. 또 김밥, 떡볶이, 부침개, 젓갈, 순대, 천엽, 닭강정, 돼지머리고기 등을 팔고 있다. 츠루하시역 상점가는 거의 한국의 동대문, 광장시장, 제주 동문시장과 같은 재래시장 모습 그대로이다.  

​이쿠노쿠 ‘코리아타운’은 츠루하시역에서 내려서 15분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보통 츠루하시역 상점가를 ‘코리아타운’으로 착오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곳은 과거 '국제시장'에서 시작된 상점가로 운영 주관은 ‘츠루하시역 상점연합회’이다.  

히라노강 주변의 ‘조선시장’이 1993년부터 ‘코리아타운’이란 명칭을 사용하게 되면서부터 현재에 이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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