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대 캠퍼스에 있는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 2호점. (사진=요행)
제주관광대 캠퍼스에 있는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 2호점. (사진=요행)

<엄마의 섬>. 이진씨가 그림책 작가 양성 과정을 수료하며 세상에 펴낸 책이다. 아이에게 섬의 풍경을 전하는 내용인데 그 섬이 어찌나 아름답고 평화로운지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날섰던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씨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성격의 그림책인데 이씨의 고향은 남해의 섬 나로도다. 이 섬에서 태어나 11살까지 살았다. 이 진씨는 고향이 좋았지만 부모님 손에 이끌려 뭍으로 이주해야 했다. 

나로도가 그에게 이상을 품게 한 곳이었다면, 제주는 이상을 실현하는 곳이다. 그림책을 펴내는 작가가 됐고, 뛰어난 바느질 솜씨로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전시도 한다.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림보다는 바느질에 자신이 있어서 <엄마의 섬> 더미북을 제작할 때 그림을 바느질 작품으로 대체했다. 그것도 참 멋졌지만 출판사와 협의 끝에 책은 한병호씨가 그림을 그려서 세상에 나오게 됐다.

그렇다면 그 바느질 작품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달 서울의 한 갤러리에서 <엄마의 섬> 그림책 패치워크 원작전을 열어 세상에 공개됐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구현해 낸 섬의 모습은 한없이 따뜻하다. 

엄마의 섬
엄마의 섬.

이 책방엔 휴지가 없다. 대신 이씨가 직접 만든 손수건 등이 곳곳에 비치돼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과 바느질을 좋아하는 그의 솜씨가 어우러져 이곳만의 멋을 더한다. 바느질엔 소질이 영 없는 나는 바느질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에게 물어봤다. 

“별생각은 안 해요. 그냥 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그냥 하나씩 보면 헝겊 조각에 불과한데 이것을 바느질로 엮으면 꽃도 되고, 새도 되고 나무도 돼요. 그걸 보는 게 참 좋아요.” 

그에게 세상에 필요 없거나 버려야 할 천 조각은 없다. 천 조각뿐 아니라 실은 세상의 모든 것은 그 자체로 필요하고 쓰임에 꼭 맞게 되면 그보다 더 빛날 수가 없다. 그런 마음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그이가 스스로의 쓰임을 찾아 자신의 빛을 밝히는 걸 돕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내면을 잘 돌봐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그가 찾은 가장 좋은 방법은 그림책을 보는 것이었다. 17년 동안 간호사로 일하면서 소아과, 산부인과 등 여러 과를 오가며 일했는데 후반에는 정신과에서 꽤 오래 근무를 했다. '정신 보건 전문요원'이라는 전문 간호사가 되면서 마음공부에 관해 많이 연구했는데 사람들이 편견없이 경계를 쉽게 허무는 도구가 그림책이었다고.

엄마의 섬. (사진=갤러리사진적 블로그)
엄마의 섬. (사진=갤러리사진적 블로그)
손재주가 좋은 이진 책방지기는 손바느질 상품을 제작해 팔기도 한다. (사진=요행)
손재주가 좋은 이진 책방지기는 손바느질 상품을 제작해 팔기도 한다. (사진=요행)

람을 도우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걸 좋아하는 이 책방지기도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21년의 일이다. 낡은 옛집을 개조해 만든 책방이 누전 사고로 뼈대만 남기고 전소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황폐하고 황망했는지 김종원 책방지기는 책방을 복구한 후에야 아내가 그곳에 올 수 있게 했다. 그렇다, 복구했다. 복구하는데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도움이 컸다. 

책방이 전소한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전국의 책방지기들에게 연락했다. 그 책방지기들은 작가와 출판사에게, 작가와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알리면서 전국에서 자발적인 모금 운동이 일었다. 6000만 원이란 큰 돈이 모였다. 불과 36시간만이다. 모금에 참여한 이들 중엔 대학생도 있었다. 소식을 듣고 장학금을 흔쾌히 보냈다. ‘내 집이 전소하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하니 망설임 없이 보내고 싶었단다. 

한순간에 삶의 일부분이 사라져 버린 상실감. 그 상실감을 400명이 넘는 사람이 기꺼이 함께 나눠 가졌다. 그래서 책방지기 부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처음엔 생각지도 않은 돈이 거짓말처럼 생겨나서 두려웠다. 왜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건지 의아했고 그들의 기대에 부흥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불안감은 잠시. 사람들의 연대의 힘은 대단했다. 생채기를 곱게 아물게 했고, 곪았던 것은 터뜨려 비워내서 이전보다 더 멋진 책방으로 만들어냈다. 그곳이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이다. 

내면을 들여다 보는 그림책들이 구비돼 있다. (사진=요행)
내면을 들여다 보는 그림책들이 구비돼 있다. (사진=요행)

한편, 내가 책방지기 부부를 만난 곳은 제주시 애월읍이었다. 관광대학교에 위치한 이곳은 2호점이다. 애초 제주시에도 책방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마침 동업을 권하는 이가 있어서 애월읍 광령리에 2호점을 냈다. 그곳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이곳으로 옮기게 됐다. 그 사이 동업자가 사정이 생겨서 같이 할 수 없게 돼 1·2호점을 책방지기 가족이 함께 운영 중이다. 1호점은 이씨의 동생이, 2호점은 이씨 부부가 상주한다. 

이진, 김종원 책방지기 부부는 또 하나의 노란우산 책방을 계획 중이다. 사실 그곳은 3호점이 될 수도 있고, 이곳이 유일한 노란우산이 될 수 있다. 그곳은 책방만 있는 것이 아니다.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있고, 카페도 있다. 오로지 그림책과 자연, 커피를 통해 휴식을 즐기고 삶이 피로감을 해소하는 곳이다. 그러니까 이른바 ‘그림책 힐링 타운’을 조성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 

왜 ‘힐링’인지 물었다. 정확히는 ‘요즘에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라고 물어봤다. 

“‘내 생각과 현실이 달라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든지 이념들 있잖아요. 내가 생각하는 어떤 것과 현실과 괴리가 있어요. 그 괴리를 인정하지 않고 자꾸 현실에 나를 맞추려고만 하니까 가면을 쓰게 되고 진심을 숨기게 돼요. ‘진짜 나’가 위축 되는거죠. 하지만, 사람은 ‘나’로 살기 위해 태어난 존재들이거든요.” 

창의력이 돋보이는 팝업북도 판매한다. (사진=요행)
창의력이 돋보이는 팝업북도 판매한다. (사진=요행)

 

‘나’를 위해 지금 당신은 무엇을 자신에게 해주고 있는가? 

‘나’를 위해 어떤 방향성을 잡고 있는가? 

‘나’를 위해 얼만큼 시간을 할애하고 애정을 쏟고 있는가?

지금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감에 휩싸일 것 같다면 자신에게 집중한 시간이다. 다행히 사람은 회복력이 우수하다고 한다. 그런데, 회복력도 근성을 키워야 한단다. 상처를 입었을 때, 지쳤을 때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회복력을 키우기에 그림책만한 것이 없다고 이 진씨는 또 한 번 강조했다. 

자신으로 돌아가는 회복력을 키우는 것. 그것이 그림책이든 글책이든 음악이나 산책이 됐든 무언가 하나는 꼭 찾아야 한다. 부디, 세상의 모든 존재가 있는 그대로 ‘나’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것은 나의 바람이거니와 또한,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을 통해 세상의 비를 홀로 맞는 모든 이들을 품고자 꿈꾸는 이 책방지기 부부의 바람이다. 

 

책방지기의 추천 책
그림책 '내 마음은'. 
그림책 '내 마음은'. 

#. 내 마음은 / 코리나 루켄, 김세실 옮김

미국의 그림책 작가로 2018년 <아름다운 실수>로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내 마음은>은 그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두 번째 책으로 마음의 여러 형태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매일 같지 않고 사실은 매 순간 다른 마음의 모습. 그런 마음을 어떻게 다루면 될지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따스한 그림책이다. 이진 책방지기는 <고래가 보고 싶거든> 다음으로 청소년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책으로 이 책을 꼽았다.  

비에도 지지 않고. 
그림책 '비에도 지지 않고'. 

#. 비에도 지지 않고 / 미야자와 겐지 글, 야마무라 코지 그림, 엄혜숙 옮김

일본을 대표하는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인 미야자와 겐지의 시 ‘비에도 지지 않고’에 그림을 더한 그림책이다. 부부 책방지기가 책방을 운영하는 마음이 이 시와 같다고 한다. 책방을 통해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돌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책방을 찾는 모든 이를 환대하며 그들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림책카페 노란우산은  

서귀포시 안덕면 녹차분재로 32(서광점)

제주시 애월읍 평화로 2715 제주관광대 행복기숙사2호관(관광대점)에 있어요.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관광대점은 저녁 7시)에 닫아요. 

매주 일요일은 휴무입니다. 

 

요행

제주의 시골에서도 책방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에 따라 여러 장르의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곤 합니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가득한 책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책방지기의 삶을 바꾼 책 한 권과 책방의 탄생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인생 설계의 방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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