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나이롱 책방 입구에 들어선 모습. 안쪽에는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진=요행)
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나이롱 책방 입구에 들어선 모습. 안쪽에는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사진=요행)

이제 며칠 후면 나이롱 책방 탄생 2주년이다. 정확히 나이롱 책방 중앙성당점 개점 2주년이다. 처음 문을 열었던 삼양점은 임대 재계약이 불발됐다. 이런 이유로 2022년 5월 15일 지금의 자리에서 책방 문을 다시 열었다. 이 장소는 우연 같은 필연의 힘에 이끌려 정착하게 됐다. 

처음 책방 자리를 알아볼 때처럼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하루는 제주시 서문시장 뒤쪽에 자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터덜터덜. 발이 이끄는 대로 한참을 걸었다. 평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골목 하나가 그날따라 시선을 끌었다. 시간은 많았고 다리는 튼튼했으므로 그 골목에 발을 들였다. 

처음 들어와 본 골목은 퍽 인상적이었다. 이미 몇 차례 허탕을 치고 그래서 마음이 헛헛해진 상태였는데 이상하게 골목을 거닐면서 차츰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때였다. 지금 책방 자리를 발견했다. 고민할 새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임대 계약서를 작성했다. 

삼양점과 마찬가지로 손수 구석구석 손을 보고 실내를 꾸몄다. 창이 많은 2층 자리는 하늘을 보다 더 가까이에서 그것도 더욱 자주 볼 수 있게 해 줬다. 오래된 가로수는 매일 다른 새들의 합창을 들려줬다. 마음가짐을 새로이 품기에 딱 적기였다.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지나간 시간은 분명 앞으로 펼쳐질 삶의 자양분이 될 터. 두근두근! 그렇게 나이롱 책방 중앙성당점 시대가 열렸다.

그동안 삼양점에서의 4년에 맞먹는 좋은 손님들이 오갔다. 소중한 인연이 차곡차곡 쌓였다. 하지만,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손님 또한 많았다. 유형을 좀 살펴보자면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하는 것은 과시용 사진을 찍는 이들이다. 서가에서 책을 여러 권 꺼내 표지가 잘 보이도록 재구성을 하고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다. 이미 이 행동 자체가 무례한 행위인데 이어지는 행동이 더 압권이다. 책을 구매하지 않는 건 둘째 친다고 해도 마구잡이식으로 꺼낸 책을 정리하지 않고 책방 문을 나선다. 

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나이롱 책방. 내부를 환히 비춰주는 창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요행)
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나이롱 책방. 내부를 환히 비춰주는 창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요행)

책방지기는 많은 시간을 어떤 책들을 독자들과 연결시킬까 고민하며 보낸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 만 권의 책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심정으로 책을 고르고 고른다. 나이롱 책방의 경우 70% 이상이 독립출판물이다 보니 일일이 출판사나 작가에게 연락을 취하며 책을 들여놓는다. 그렇게 들여온 책들을 어떤 곳에 어떻게 배치할지 역시 또 고심한다. 그렇게 이 작은 책방의 그 어떤 책도 수고가 담뿍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다. 

이런 일도 있었다. 이곳에서는 중고서적도 파는데 동네 주민이 중고책 한 권을 사갔다. 그런데 며칠 뒤, 사고 간 책이 자신에겐 너무 어렵다면서 다른 책으로 교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효정씨는 평소 오가며 인사를 나누는 분이기에 ‘이번은 눈 감아 드리자’라는 마음으로 나이롱 책방 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교환을 해 드렸다. 그런데, 교환한 책을 받아들고 가면서 그분께서 하시는 말은,

‘이 책 다 읽으면 다른 책으로 바꿔갈게요!’ 

명랑한 어투로 전혀 명랑하지 않은 말을 하시는 게 아닌가. 책과 책방지기, 이 공간에 대한 존중이 없는 일은 이 외에도 왕왕 일어났다. 

독립출판물의 특성상 독자들이 책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효정씨는 샘플책을 마련해 둔다. 샘플책은 꼭 그 책이 있는 곳에서만 볼 수 있는데 만약 샘플책을 다른 곳에 가져가서 읽으면 다른 손님은 그 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책을 구매한 사람에 한해서 구입한 책을 읽다가 갈 수 있게 하고 있다. 

하루는 책 한 권을 구입한 손님이 그 책은 선물을 할 것이면서 책을 구입했으니 샘플책을 읽고 가겠다고 했다. 읽고 갈 수 있는 책은 구입한 책만 가능하다고 여러번 설명을 했지만 그 손님은 언짢은 기색을 당당히 드러내며 자리를 떠났다.

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나이롱 책방. 책마다 책방지기가 손수 정리한 책 정보가 붙어있다.  (사진=요행)
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나이롱 책방. 책마다 책방지기가 손수 정리한 책 정보가 붙어있다.  (사진=요행)

이곳까지 귀한 걸음 해 준 손님 한 분, 한 분이 왜 소중하지 않겠는가. 손님이 마음이 상해서 뒤돌아 나갈 때 효정씨의 마음도 무척 심란해진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책을 거래하는 사람으로써 효정씨는 좀 더 많은 분들이 좋은 책을 사가길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의 일이고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제작자와 작가, 그리고 효정씨와의 암묵적인 약속이다. 그에겐 손님만큼이나 책을 맡긴 제작자와 작가 또한 매우 귀하다. 

이런저런 사소한 분쟁과 소소한 얼굴 붉히는 사건을 겪고 난 뒤 효정씨는 책방 이용 방법을 정해 안내하고 있다. 책방내 사진 촬영은 금지다. 단, 책을 구입한 경우 5장 이내 촬영이 가능하다. 구매한 책은 읽고 갈 수 있고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왔다면 책방 안에서 마실 수 있다. 하지만,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온 음료는 입구쪽 테이블에 두고 나갈 때 되가져가야 한다. 쓰레기를 버려두고 가서는 안 된다. 휴대전화는 진동으로 긴 통화는 밖에서! 

책방을 이용하는데 이렇게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할까? 당연하다! 당연히 세심한 손님이 되어야 한다. 이곳에 대한 예의이면서 다른 손님에 대한 예의이다. 

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나이롱 책방의 장효정 책방지기. (사진=요행)
제주시 이도일동 소재 나이롱 책방의 장효정 책방지기. (사진=요행)

“책방은 책을 매개로 모이는 장소입니다. 책방의 본질을 잊고 싶지 않아요.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위해 존중받고 사랑받을 준비가 되신 손님들께만 존중과 사랑을 나누어 드리려고 합니다.”

장효정 책방지기의 말이다. 효정씨는 책방지기의 마음이 건강해야 책방이 좀 더 건강하고 오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건강해지기 위해서 자신답지 않은 것들을 비워냈고 제주로 이주했으며 책방 문을 연 효정씨가 아닌가! 그러니 이 책방에서의 무례한 행동은 과장을 보태서 말하면 한 인간의 존재 이유를 흔드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효정씨는 이곳이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방이 되길 소망한다. 조선 세종 29년에 수양대군은 세종의 명에 따라 소헌 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석보상절>이란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아름답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아름’은 ‘나’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니, ‘아름답다’는 말은 ‘나답다’는 의미다. 모든 존재는 ‘나다워서’ 아름답다. 

‘나다워서’ 아름다운 책방지기가 있는 ‘이로운 농담’이 가득한 곳. 나이롱 책방은 모든 아름다운 존재들을 응원하며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책방지기의 추천 책

 

#.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 에크하르트 톨레 

21세기 영적 교사로 일컬어지는 에크하르트 톨레의 책으로 ‘나는 누구인지’를 깨닫고 진정한 삶으로 다시 떠오르는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2008년에 <NOW: 행성의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번역을 맡은 류시화씨가 번역에 문제를 느껴고 출판사에 양해을 구해 책을 절판시켰다. 그 뒤 1차 재번역, 일본어 번역본과의 대조 번역, 2차 재번역 등의 과정을 거쳐 2013년에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란 제목으로 새롭게 출간했다. 

#.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현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로 호쾌한 자유인 조르바가 펼치는 영혼의 투쟁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펼치고 있다. 주인공인 조르바는 카잔차키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 실존 인물이다. 효정씨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지금 누리지 못하는 것, 해보지 못한 것을 계속 갈망하다가 결국은 집착에 빠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갈망을 해소하는 방법을 보여주면서 충만하고 충실한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 나이롱 책방은 제주시 관덕로 8길 17 2층에 있어요. 

낮 12시에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닫아요.

매주 수요일은 휴무입니다.  

(+나이롱 책방’의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요! 매주 화, 목 저녁 7시 30분~8시 30분에 타로 상담을 진행해요.  1인 기본 30분, 혼자 오시면 30분 이상 상담 가능합니다. 나이롱 책방 SNS에서 원하는 날짜와 인원을 댓글로 남겨주세요(2인까지 가능) 댓글 확인 후 메시지로 절차를 안내하고 있어요. 노쇼 방지를 위해 예약금을 받는데 당일 도서 구매에 사용할 수 있답니다. )

요행

제주의 시골에서도 책방을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책방은 책방지기의 성향에 따라 여러 장르의 책들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책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받곤 합니다. 책방지기의 사심이 가득한 책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책방지기의 삶을 바꾼 책 한 권과 책방의 탄생기를 들으면서 우리도 인생 설계의 방향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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