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해 제주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한 건물은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로 나타났다.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행정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이하 제주행동)은 20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13개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했다.

에너지다소비건물은 통상 연간 2000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물을 대상으로 지정되고 있다.

#. 13개 업체 에너지 소비량, 전체 21% ... 관광시설 늘고 공공시설 줄고

드림타워를 운영하고 있는 (주)롯데관광개발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은 1만6387TOE로, 13개 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21년 사용량도 전체 건물 중 1위였는데, 이보다 6.6%(1087TOE) 늘어난 것. 

㈜람정제주개발의 에너지 사용량도 1만4771TOE로, 전년 대비 9.4%(1403TOE) 증가했다. 2021년과 마찬가지로 2위를 유지했다.

이 외에도 ▲㈜메종글래드제주 2316TOE (2021년 대비 7% 증가) ▲㈜호텔신라 제주호텔 4634TOE(3.5%)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 6021TOE(4.5%)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3732TOE(5.2%) ▲휘닉스 중앙제주 2984TOE(10.4%) ▲㈜호텔롯데 롯데호텔제주 4194TOE(1.7%) ▲더케이제주호텔 3246TOE(8.4%) ▲그랜드조선 제주 3376TOE(5.1%)로 조사됐다. 모두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든 업체도 있다. 대부분 공공시설이다. 제주대병원은 지난해 5155TOE를 사용, 2021년 대비 2.1%(111TOE) 줄었다. ㈜제주해양과학관(2303TOE)과 제주대(4792TOE) 역시 전년 대비 각각 11%(274TOE), 2%(114TOE) 감소했다.

위 업체들의 에너지 사용량을 모두 합하면 7만3917TOE에 달한다. 전체 건축물 13만8032동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이 33만6492TOE인 점을 고려하면 21.9%를 이들 건물들이 사용한 것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월드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신화월드 전경. (사진=제주투데이DB)

#. 시민사회 "기후위기 사회적 책임있지만 ... 별다른 노력 안 해"

제주행동은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관광산업이 제주도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책임이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호텔 등 관광객 이용시설의 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늘고, 도민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의 에너지 사용이 감소했다는 점에서다.

이 단체는 "전체 건물의 0.009%에 불과한 에너지 다소비 건물이 전체 에너지의 약 30%를 사용하는 기이한 광경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면서 "특히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롯데관광개발과 람정제주개발을 상대로 에너지 절약을 요구해 왔지만, 두 업체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드림타워와 제주신화월드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에너지다소비건물이 사용한 에너지 총량의 66.5%"라면서 "이들 기업에 제주도의 에너지 과소비와 이에 따른 기후위기 악화에 얼마나 큰 책임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드림타워는 관광객의 이목을 끄는 것 말고는 별다른 역할이 없는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해 에너지를 낭비해 왔다"면서 "적어도 가동시간을 줄이는 노력을 했더라면 과연 지금만큼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결과를 낳았을지 의문"이라고 사례를 들었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이하 제주행동)은 20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13개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이하 제주행동)은 20일 오전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13개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을 공개했다. (사진=박지희 기자)

#. "제주도, 관리·감독 강화해야 ... 투명한 정보 공개도"

제주행동은 그러면서 이들 업체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을 하라고 제주도에 촉구했다.

또 에너지 다소비 건물에 대한 현황과 동년 대비 증감에 대한 정보를 제주도 홈페이지에 공식 공개하라고도 요구했다. 이번 통계는 이 단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것이었다.

이 단체는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견인하려면 단순히 에너지 소비를 줄여달라는 권유로는 불가능하며, 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법률상 에너지 소비 저감 명령을 할 순 있지만, 과태료는 고작 2000만원에 불과하다.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부 지자체는 에너지다소비건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보도자료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에너지 소비량 업체별 순위를 매기고, 증감 원인을 분석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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