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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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으로 청주를 방문했다. 이유는 청주에 사는 후배인 필현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필현은 청주의 유명 인디 밴드인 ‘매니악 킹즈’의 리더이며 내 첫 자작곡인 ‘Promise’의 랩파트 피처링을 기꺼이 도와준 고마운 동생이다.

필현의 요청은 매니악 킹즈의 첫 EP 앨범에 들어갈 사진 촬영과 약간의 영상 촬영에 대한 부탁이었다. 참고로 'EP'란 익스텐디드 플레이(Extended Play)의 약어로, 싱글 음반과 정규 음반의 중간에 위치하는 음반을 말한다.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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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탁에 당장 비행기 표를 끊고 청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게 허락된 짧고 빡빡한 시간 안에 사진과 영상을 촬영해야 했기에 청주에서의 1박 2일은 하루의 반나절과 같았다.

나는 지금껏 수많은 공연장에서 체득한 촬영 경험들이 DNA에 각인되어 있었다. 때문에 카메라 프레임에 들어온 피사체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다. 또 자신 있었다. 그렇게 촬영된 최초 원시 사진과 영상을 몇 장 추려 보여줬는데 필현과 그의 동료인 베이시스트 의섭은 대단히 만족해했다. 

촬영 작업을 끝마치고 하나의 궁금증이 밀려왔다. 제주도를 벗어나서 체험하는 청주의 공연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촬영 장소가 청주 밴드들이 공연무대로 가장 선호한다는 ‘로드킹’이었다. 마침 이날 ‘매니악 킹즈’가 ‘로드킹’에서 공연한다고 했으니 궁금한 점 몇 가지를 필현에게 물었다. 

청주에서는 ‘로드킹’은 상징적인 공연장으로, ‘로드킹’ 외에 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비슷한 성격의 공연장은 1곳만 존재한다고 한다. 청주의 인구 수는 올해 09월 기준 약 85만명인 대도시다. 인구 대비 밴드 공연장의 수가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 의외였다.

(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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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의 공연시작 때는 너무도 늦다. 이곳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시각은 평균적으로 밤 10시부터라고 한다. 늦어도 밤 8시부터 밴드의 공연이 시작되는 제주와 대비된다. 

이유인즉 공연장 인근 충북대학교의 학생들과 영어 학원, 또는 외국어 학교에 근무하는 외국인들의 소비가 일어나는 시간과 동선을 고려한 최선의 공연 시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공연의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외국인들이 거의 다수를 차지했다. 몇몇 젊은 대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분명 제주와는 다른 패턴이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은 ‘매니악 킹즈’와 ‘노병기의 BKB’라는 블루스 록 밴드이다. ‘매니악 킹즈’는 익히 알고 있는 밴드였다. 하지만 ‘노병기의 BKB’라는 낯선 이름이었다. 

노병기는 지금의 ‘BKB’ 이전에 ‘게임오버’와 ‘나티’의 멤버였다. 대한민국 록과 메탈음악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게임오버’와 ‘나티’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한참 록 음악에 심취했던 유년 시절, 서점에서 구매하고 탐독했던 ‘HOT뮤직’ 이라는 잡지에서 ‘게임오버’, 그리고 ‘나티’를 알게 됐다. 이들은 90년대 대한민국 인디음악 씬에서 메탈 진영에 전진 배치됐던 밴드다.

나는 90년대 말에 발매됐던 대한민국 버전의 메탈리카 트리뷰트 앨범인  ‘Am I Metallica’를 소장하고 있다. 앨범에 참여한 밴드들의 명단에도 ‘게임오버’가 있었다.

무시무시한 메탈밴드 소속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가 블루스 록을 한다는 사실은 예상치 못했다. 내 의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다. 직접 무대를 보면 된다. 기대를 안고서 순서를 기다렸다. 

밴드 매니악 킹즈. (사진=락하두)
밴드 매니악 킹즈. (사진=락하두)
밴드 매니악 킹즈. (사진=락하두)
밴드 매니악 킹즈. (사진=락하두)
밴드 매니악 킹즈. (사진=락하두)
밴드 매니악 킹즈. (사진=락하두)
밴드 매니악 킹즈. (사진=락하두)
밴드 매니악 킹즈. (사진=락하두)

첫 무대의 주인공은 '매니악 킹즈'. 공연 현장에서 확인한 ‘매니악 킹즈’의 성향은 얼터너티브 메탈 또는 그런지를 표방하고 있었다. 그들의 음악은 중독성 가득한 멜로디가 곡의 전반적인 서사에 지능적으로 배치된 독특한 접근이었다.

보컬 겸 기타, 베이스, 드럼 3인조 구성인 ‘매니악 킹즈’는 3인조라 구성에서 오는 사운드 확장에서의 약점을 강력한 퍼즈 톤과 드라이브로 감싸 안은 베이시스트의 화려한 솔로 연주로 빈 공간을 채워 버렸다. 

그리고 보컬 필현의 보이스는 흡사 80~90년대 글램 메탈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밴드 ‘Skid Row’의 보컬 세바스찬 바하를 연상시키는 스크래치한 입자감, 높은 음역대에서 신경질적으로 쏘아대는 하이톤의 매력이 돋보였다.

여담으로 이날 공연은 드러머가 공석인 상황에서 인천에서 달려온 드러머가 뒤를 받쳐줬으며 마지막 엔딩 곡의 무대에서는 제주에서 일부러 상경한 ‘매니악 킹즈’ 팬인 약관(스무 살 또는 젊은 나이)의 소년이 드럼을 지원하는 훈훈한 그림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어진 노병기의 ‘BKB’의 무대. 블루스 록은 장르를 즐기는 마니아층이 한정된 영역이기도 하다. 이는 밴드의 라이브 무대에서 관람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위험 요소를 안고 가야만 한다는 지점인 것이다. 이 점에 대한 우려를 안고 'BKB‘의 무대를 감상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불안의 퍼즐을 한방에 풀어버리는 마법이 펼쳐졌다. ‘BKB’의 노병기님이 연주하는 메인 기타의 리프와 그루브 가득한 베이스, 그리고 쫀득한 드럼 세션이 만들어내는 신묘한 하모니가 관객들을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그들에게 환호케 하는 것이다. 

밴드 BKB. (사진=락하두)
밴드 BKB. (사진=락하두)
밴드 BKB. (사진=락하두)
밴드 BKB. (사진=락하두)
밴드 BKB. (사진=락하두)
밴드 BKB. (사진=락하두)
밴드 BKB. (사진=락하두)
밴드 BKB. (사진=락하두)

마니악한 장르의 음악으로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건이었다. ‘BKB’의 연륜을 짐작게 하는 연주력과 독특한 질감의 보이스도 관객을 열광시키는 그 몫을 했다.

밴드는 탄탄한 연주력과 무대를 장악하는 퍼포먼스, 그리고 필살의 연습으로 얻은 자신감만 있다면 수줍은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게 만든다는 록밴드의 영원한 숙명과 만고불변의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매니악 킹즈’와 ‘BKB’의 공연을 보며 청주에서의 1박 2일 동안 비행기 값, 숙박비를 상회하는 값진 만족을 얻었다. 새벽 1~2시의 늦은 시간까지의 공연이 이뤄질 기세였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일 제주로의 일찍 귀향을 위해 공연장을 나왔다. 

청주에서 체험한 그 짧은 공연문화의 경험을들 정리해 본다면 이러하다. 

1. 청주는 제주에 비해 밴드가 설 무대가 작다. 

2. 공연은 밤 10시의 심야에 이뤄진다.

3. 교통이 편리하다. 내륙 도시이기에 서울 또는 타 지방의 밴드들이 청주에 와서 공연하고 바로 그날 집으로 귀가할 수 있다.

4. 공연장의 음향과 조명, 무대 효과장비 등 밴드와 관객을 위한 시설과 장비는 최소한 제주의 공연장들이 더 낫다.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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