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락하두)
빅 대디. (사진=락하두)

2024년의 시작은 매콤한 겨울한파와 함께 했다. 그 유명한 제주 바람에 얹힌 겨울의 한기 가득한 히스테리는 온몸을 경직하게 만들었다. 몸속 혈관들이 얼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나는 이 겨울의 겨울다움이 반가웠다. 인류의 어리석음으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 한 후세대는 추운 겨울 계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역사의 기록에서 열람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때마침 추위에 움츠린 몸과 마음에 뜨거운 피를 돌게 할 반가운 공연 소식을 접했다. 지난달 27일 저녁 08시 신제주 레드제플린에서 열린 '빅 대디'와 '오믈락 밴드'의 공연이었다. 내 2024년 서막이 마초들의 송가로 시작된 것이다. 

(사진=락하두)
빅 대디. (사진=락하두)
(사진=락하두)
빅 대디. (사진=락하두)

이들이 이번 공연에서 펼쳐내는 서사는 록과 헤비메탈 장르다. 록과 헤비메탈은 1970년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장르다. 지금의 30~40대들은 이 시기에 록과 메탈을 들으며 성장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등장하면서 록과 헤비메탈의 인기는 줄어들었다. 일렉트로닉 음악, 힙합, R&B, 발라드 등의 장르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그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특히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 K-POP으로 상징되는 아이돌들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쇳소리 보컬과 디스토션 걸린 무거운 기타 리프는 TV와 라디오 등 미디어에서 좀처럼 선곡되지 않는다.

록과 헤비메탈은 나의 학창 시절, 록키드들의 사춘기를 지배했던 음악 장르였다. 자본주의의 셈법에 의해 저울질당하는 작금의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다행히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용기 있는 몇몇 밴드들의 노력이 대체 미디어를 통해 심심찮게 들려와서 한숨 놓인다.

빅 대디와 오믈락밴드도 '장르 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자청해 혼돈의 강호에 출사표를 던진 밴드들이다. 

(사진=락하두)
빅 대디. (사진=락하두)
빅 대디. (사진=락하두)
빅 대디. (사진=락하두)

빅 대디와는 지난해 6월, 바로 이번 공연장인 신제주 레드제플린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서로 모르는 이가 상대방의 이름을 불렀을 때 답하지 않으면 그 부름은 불어오는 바람과 같이 사라지고, 답하면 그때부터 인연이 맺어진다고 했던가. 부지런히 공연장을 누비고 다녔기에 얻을 수 있었던 선물 같다.

이날 빅 대디는 곧 공식 발표될 그들의 첫 번째 자작 싱글 2곡을 선공개했다. 빅 대디를 처음 만난 날, 이 밴드는 공연장 관람객들에게 약속했었다. 당시 만들고 있던 자작곡 완성되면 그 곡들로 찾아뵙겠다고. 그들의 약속이 지켜진 것이다.

이날 선보인 빅 대디의 곡은 ‘BIG DADDY’와 ‘첫 눈’이라는 제목이다. 싱글 ‘BIG DADDY’는 드럼의 강력한 탐과 베이스 드럼 킥의 두드림과 헤비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마초성 가득한 하드록 넘버였다. ‘첫눈’은 경쾌한 멜로디와 상큼한 가사가 돋보이는 싱글이었다.(영상 link1)

자작곡 무대에 이어 그들은 그 시절 록키드들을 잠 못 들게 했던 유명 밴드들의 곡들을 선곡‧커버한 곡들을 연주하며 관객들을 환호케 했다. 만 1년여 동안 제주의 공연장 라이브 무대를 몇몇 경험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들의 무대 매너나 퍼포먼스는 제법 능숙해진 모양세다.

오믈락밴드. (사진=락하두)
오믈락밴드. (사진=락하두)

빅 대디 공연 앞에 선 헤비메탈 밴드는 오믈락 밴드(OML Rock)다. '즐거울 락(樂)'과 음악 장르 'Rock'을 합해 '즐거운 락(Rock) 음악에 빠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이름은 제주적이면서도 재치있다. 오믈락은 제주 방언으로 ‘깊은 우믈에 빠지다’, ‘물 따위에 갑자기 잠겨 사라지는 모양“을 뜻하는 형용사이기 때문이다.

오믈락은 주로 80~90년대 유명 해외의 헤비메탈 밴드의 곡들을 선곡, 커버하거나 한국의 가요 또는 록 넘버를 편곡하여 연주하는 밴드였다. 탄탄한 연주력은 물론, 3옥타브를 넘나드는 보컬의 날카로운 샤우팅이 인상적이었다.

오믈락밴드. (사진=락하두)
오믈락밴드. (사진=락하두)
오믈락밴드.  (사진=락하두)
오믈락밴드.  (사진=락하두)

특히 보컬의 성대 피지컬 만큼이나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가죽 라이더 자켓에 금속류의 악세서리, 타투 스티커, 그리고 공연 전날 열심히 물광을 내고 신었다는 말굽 구두였다. '정말 메탈 음악에 진심이구나'하고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더라.(link2)

이날 오믈락 밴드는 제법 난이도 높은 곡들을 펼쳐놨다. 특히 보컬은 무대를 전후좌우 모두 활용하며 열정의 퍼포먼스를 펼쳐 관람객들의 호응과 갈채를 끌어냈다.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공연 말미에 오믈락 밴드도 자작곡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자작곡을 장착한 무대로 인사하겠다고 관객들과 약속했다.

같은 장소에서 한 밴드는 지난해에 관객과의 자작곡 발표 약속을 지켰고, 또 다른 밴드는 관객과 자작곡으로 찾아 올 것을 약속한 것이다. 나는 이날 평행우주 이론이 실증되는 현장에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날 공연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깜짝 무대가 펼쳐지기도 했다. 빅 대디와 오믈락 밴드가 딥 퍼플의 히트곡인 ’Highway Star’를 콜라보 협연하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link3)

오믈락밴드. (사진=락하두)
오믈락밴드. (사진=락하두)

과거 80~90년대 록과 메탈의 전성기 시절의 코드를 승계하여 밴드 음악에 녹인다는 것은 굳이 어려운 길을 걷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의 록 성향은 좀 더 젊고 트랜디한 ’모던 록‘ 쪽으로 과반이 넘어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인디음악과 인디밴드들은 지역적 한계로 인해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자신들만의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며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 한 축에 하드록과 메탈을 장착한 밴드들이 제주 인디음악의 장르에 대한 다양성이란 가치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빅 대디와 오믈락 밴드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다양성이라는 가치는 분명 존중되어야만 하며, 소수라도 그 장르를 원하고 소비하는 팬층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Rock음악을 하두 좋아해서 

락하두라 스스로를 자칭하는 

평범한  중년의 제주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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