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DB)
해녀 자료사진. (사진=제주투데이DB)

‘제주해녀어업’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lobally Important Agriculture Heritage Systems)에 등재되었다. 제주해녀 관련 유산 등재는 2015년 제1호 국가중요어업유산,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2017년 문화재청 국가무형문화재 이후 이번이 4번째이다. 

이로써 제주도의 대표 브랜드로서 ‘제주 해녀’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과연 해녀의 실질적 지위 향상과 미래 세대가 계승할 만한 대안적 삶(공동체, 돌봄, 자급 등)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이에 대해 낙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남성 중심의 자본주의적 발전 담론 하에서 해녀공동체의 비자본주의적이고 공동체적 경제(삶)의 가능성에 대해 사고하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지역사회에서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행정가 및 정치인뿐만 아니라 많은 도민들이 ‘해녀 유산’과 ‘해녀의 삶’을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와 연결된다.   

해녀는 ‘문화재’ 또는 ‘관광 상품’인가?

제주에서는 2000년대 들어 해녀노동과 문화의 가치에 주목하여 이를 보존하고자 하는 사회적 담론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6년 ‘제주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Women Divers))’는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제주해녀문화’의 주요 등재 이유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한 바가 인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해녀 양성 기관인 ‘해녀 학교’가 설립되고 도청 내 주무부서가 구축되는 등 해녀문화의 가치를 가시화하고 보전하고자 하는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녀문화는 실제 해녀들의 생활방식이기보다는 ‘문화재’ 또는 ‘문화·관광상품’으로 인식됨으로써, 해녀문화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모색하는 데 많은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이는 일상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해녀와 지역 여성들의 삶을 타자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제주해녀 어업시스템’ 유산 등재는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그러나 제주도가 홍보자료를 통하여 내놓은 후속 과제를 살펴보면, 축제 및 홈스테이, 공연 등 해녀 문화 및 어업의 관광 자원화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해녀어업 유산의 의미와 목적을 대안적 ‘삶의 생산’이 아닌 문화·관광 ‘상품의 생산’에 두고 있는 것이다. 

대안적인 삶에 대한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상상력의 빈곤함은 해녀 문화 및 어업 유산을 전근대적 전통의 산물이거나 자본주의적인 방식 이상을 떠올리기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기존과 다르게 사고하고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주해녀축제 자료사진. (사진=비짓제주 홈페이지)
제주해녀축제 자료사진. (사진=비짓제주 홈페이지)

해녀는 가계 및 지역사회의 경제를 책임지고 변화시키는 노동자이자 시민이다.

이처럼 해녀를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이자 시민이 아닌 과거의 것이거나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실제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주체인 해녀들의 삶과 괴리를 만들어 낸다. 

한편에서는 해녀들이 각종 축제와 문화·관광 행사에서 열연하고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해녀들의 비자본주의적인 경제 양식은 사라져가는 것으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거나, 생존권과 공동체를 위해 바다를 오염시키는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투쟁한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고 이기적인 집단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전히 바다 공유지를 기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해녀들의 공동체적이고 생태적인 다양한 활동들은 비가시화됨은 물론 그 가치를 모색하기도 어렵다. 

해녀 문화와 어업 유산의 주요 과제는 미래 세대가 계승할 대안적인 경제 및 삶의 모델을 모색하고 해녀의 지위를 제고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근대화 및 경제발전 과정에서 ‘부지런하고 강인한’ 제주 해녀는 자본주의적 발전 담론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 유산화 과정에도 반영되어 있다. 

때문에 자본주의적 발전 담론 하에서 비자본주의적이고 공동체적인 경제와 생활방식을 지키고 만들어 온 해녀들은 신화 또는 역사 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모순적인 존재이며 그들의 생활방식은 실제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계승하고 확산할 만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나 해녀의 삶은 오늘날 전지구적 돌봄 및 생태 위기와 팬데믹 그리고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여 공존과 돌봄, 생태 등 대안적인 사회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더 나아가 이를 위한 나침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띠라서 지금부터라도 이러한 방향에서 해녀 유산의 목적과 사업들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존의 근대적 발전주의 담론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차이, 대안에 열린 자세가 요청된다. 아울러 해녀 및 지역 여성의 지위 향상과 해녀문화 및 어업의 미래적 가치 확산이라는 목표로 향해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강경숙.
대학 졸업 후 찾아간 여성단체 활동이 삶의 방향이 되었다. 여성운동을 더 잘하고 싶어서 여성학을 공부했고 이후 제주에서 여성주의 교육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문제에는 젠더(여성)가 없고 젠더(여성)문제에는 지역이 없는 현실’에 대해 주목하고, 주변화된 위치에서 제주 사회의 성찰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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