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슬탈. (사진=송기남)
저슬탈. (사진=송기남)

'저슬탈'은 장미과 상록 덩굴식물의 열매로, 야생 겨울 산딸기를 말한다. 제주어로 저슬은 겨울, 탈은 딸기다. 즉, 겨울에 나는 딸기라는 뜻이다.

늦봄에 나는 딸기, 여름에 나는 수박, 가을에 나는 귤. 최근에는 비닐하우스와 유리하우스 에서 사시사철 온갖 과일들이 나오다 보니 겨울에 나는 딸기라고 해도 무감각한 표정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나라에 온실 농업이 일반농가에 알려진 것은 불과 50여년 정도 밖에 안된다. 그래서 수박은 여름과일이고 딸기는 늦봄에 과일이다.

인간의 손길로 재배되지 않은 과일을 겨울에 들판에서 따먹을수 있다면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다.

남미의 아마존 밀림도 아니고 열대 아시아의 밀림도 아닌곳에서 빠알갛게 익은 산딸기를 12월 하순부터 1월 초순까지 볼수 있었다. 내 나이 10대 중반이던 1970년대에 하얀눈 내리는 어느 날 제주도 남제주군 중문면 중문리 집에서 털신을 신고 나와 색달천 지류를 따라 꿩 올무를 놓아둔곳에  꿩사냥을 나섰다가 빨간 열매를 따먹는다.

그때는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열매가 먹음직스러워 먹어보니 초여름에 먹었던 멍석딸기맛과 비슷했다. 그래서 이름은 몰라도 산딸기 종류라는 것만은 확신하게 됐다.

그런 후에 전설속에 이야기와 연결되면서 그때 이름도 모르면서 따먹었던 겨울 산딸기가 다시 생각나게 했었다.

전설속에 이야기는 이렇다. 깊은 산속에 효심이 지극한 총각이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았다. 어느 날 어머니는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시름 시름 앓게 된다. 아들은 백방으로 약을 구해봐도 소용없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산딸기가 먹고싶다 하였다. 아들은 온 산을 뒤지면서 산딸기를 찾아 다녔다.

이 이야기는 콧잔등을 시큰하게 한다. 비록 전설속에 이야기일 지라도 어머니는 없는 산딸기를 먹고싶다 하였을까? 산딸기는 있었고 어머니의 열병은 나았다. 이후 이야기는 행복하게 살았다고 마무리된다.

저슬탈. (사진=송기남)
저슬탈. (사진=송기남)

제주에 자생하는 겨울딸기(저슬탈) 은 상록수림이 혼재한 곶자왈 지대와 해발 300고지 이하의 하천변 상록수림대의 그늘에서 자생한다.

저슬탈 줄기에는 털과 가시의 중간쯤 되는 까칠한 털가시가 있으며, 땅바닥을 기어가며 뻗어 나간다. 약 2미터 가까이 뻗어가는 포복줄기에서 중간에 뿌리를 내린다.

표토와 공기는 조금 습하면서 그늘진 곳에 서식한다. 동백나무와 구실잣밤나무등의 다양한 상록수림이 혼재한 그늘아래 부엽토를 좋아하는 식물이다.

야생 겨울딸기는 제주도 외에도 전라남도 일부 섬에도 자생한다. 그러나 제주에서만큼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귀한 식물이다.

온 세상이 하얀눈으로 덮여 지면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에 숲속을 걷다가 핏방울처럼 빠알간 방울열매가 눈속에 비추던 신비로움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겨울딸기는 차가운 성질을 가진 식물이다. 민간 의학에서는 이파리를 한매엽, 뿌리를 한매근이라 하여 혈관을 맑게하여주고 강장 작용을 돕는다고 말한다.

아직은 의학 분야에서 덜 알려진 겨울딸기는 앞으로도 생약연구에 매우 가치가 있어 보이는 자원식물이다.

제주에 곶자왈 상록수림 보전과 함께 자원 식물로서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도 제주도 중산간 상록수림대를 꾸준히 보전해야 할 것이라 본다.

눈이 내리는 날 하늘 높이 울울창창한 상록수림을 걸으면서 빠알간 산딸기를 따먹는 맛이야 말로 생애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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