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운 향나무, 줄상낭. (사진=송기남)
누운 향나무, 줄상낭. (사진=송기남)

줄상낭은 측백나무과 상록수 누운 향나무의 제주말이다. 줄은 줄기를, 상낭은 향나무를 가리킨다.

높은 산 아고산 지대와 고산지대의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누운 향나무는 거치른 토양과 암반위에 붙어서 납작하게 누워 줄기처럼 가지가 사방으로 뻗는다. 그래서 한반도 내륙 사람들은 '누운 향나무'라 했고, 제주사람들은 '줄상낭'이라 했던 것이다.

한라산이 제주도 한복판에 우뚝 서 있음에도 옛 탐라인 들은 한라산에 함부로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비구름과 안개가 많아 멀리서 바라보는 신비로움이 탐라인 들에게는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했을 것이다.

조선시대 국영목장들이 조성되고, 목축이 대량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에도 가축들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한라산을 평생에 한번도 못올라보고 저세상으로 가신 분들이 너무나 많았다.

어지간 한 소몰이꾼들도 해발 800고지 위로는 넘어갈 일이 거의 없었으니 이렇게 신비로운 한라산에 어떤 식물이 자생하는지 아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한라산에서 본 누운 향나무, 줄상낭. (사진=송기남)
한라산에서 본 누운 향나무, 줄상낭. (사진=송기남)

해발 1600고지를 넘어 서야만 보이는 누운 향나무(줄상낭)은 제주인이 신에게 기도할때 바치는 향불의 재료로 매우 소중하게 다루던 나무다.

제사날이나 명절날, 또는 장례식에 향불을 사르는 것은 이승과 저승을 향불 연기로 알림으로서 음식을 차려 올렸으니 오셔서 드시라는 연락의 향불이다.

지금에야 주로 가공돼 수입된 향을 사르지만 1980년대까지만해도 제사 때면 향나무 향을 피웠었다. 향나무의 붉은 속살을 성냥개비처럼 잘게 쪼개 향합속에 보관했다가 밥공기만한 돌향로인 향돌에 숯불을 담아놓고 향나무 잘게 쪼갠 것을 몇조각 집어넣는다.

제주사람들은 향나무를 잘게 쪼갠 것을 '상가지'라 했다. 이 말은 향나무가지, 즉 향가지의 제주말이다. 제사날 밤에 향나무 향불을 피우면 온 동네에 향기로운 향나무 냄새가 모락모락 퍼져서 '누구네 집에 제사가 있구나' 했다.

향나무의 진한 향불향기는 제사날에만 필요한게 아니다. 여름 장마철 비가 자주 내리는 제주날씨에는 집안에 곰팡이가 피는것을 방지하는데도 가끔은 상가지를 쪼개어 향불을 피웠다.

일본산 가이즈까 향나무. (사진=송기남)
일본산 가이즈까 향나무. (사진=송기남)

옛날 옛적, 나의 어린시절 보냈던 남제주군 중문면 중문리 중문국민학교 교정에는 거목 향나무가 있었다. 중문 국민학교 교가에도 '싱싱한 향나무의 향기로움 속에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문교의 어린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 향나무가 일본산 가이즈까 향나무란것을 나중에야 식물공부 하면서 알게되었다. 아마도 우리나라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는 일본산 가이즈까 향나무가 심어져 있을것이다.

학교뿐 아니라 거의 모든 관공서와 문화재 기관에도 차지하는 걸로 알고있다. 우리 토종향나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정도다.

누운 향나무, 줄상낭. (사진=송기남)
누운 향나무, 줄상낭. (사진=송기남)

측백나무과 식물인 모든 향나무는 불을 피울 때 나는 향내가 비슷하다. 강하고 약함의 차이만 있다. 향나무의 가치는 제사에 바치는 향불만이 아니라 아름다운 조경의 가치도 그 품격이 빼어나다. 그래서 토종향나무는 가격도 비싸다.

향나무는 잎을 약재로 쓰는데 맛은 맵고 독성이 어느정도 있다. 다만, 성질은 따뜻하다. 풍을 제거하고 피를 돌게하는데 약재로 쓴다. 물 4홉에 마른잎 40 그람 정도를 물이 반으로 줄때까지 끓여 하루 2회 나눠 마신다.

한라산 윗세오름쯤에 가면 양지바른 바위나 조릿대가 뒤덮지 않은 땅바닥에 납작하게 퍼져 자라는 밝은 녹색의 누운 향나무를 볼수가 있다.

한라산은 지금 조릿대가 이들 서식지를 점령해가지만 사람이 이것을 어떻게 간섭해서 제거하는것도 쉽지가 않을것이다. 그래도 종보전과 서식지 보전에는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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