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무. (사진=송기남)
먼나무. (사진=송기남)

먼낭은 감탕나무과 상록 활엽수 먼나무의 제주말이다. 키는 약 10미터 정도 자라며 가지는 사방으로 균형있게 뻗는다.

어린 가지는 암갈색이며, 굵은 가지와 줄기는 회백색이다. 진록색의 두꺼운 타원형 이파리와 함께 하얀눈 내리는 겨울에도 빨강색 열매는 싱싱한 생명력으로 다가온다.

먼나무의 주산지는 제주도이며 전라남도의 보길도에도 자생한다. 제주도에는 서귀포 천지연 난대림에서 시작, 한라산 해발 400고지 아래 상록수림대가 주 자생지다. 그 외로는 곶자왈 상록수림대에서 가끔씩 볼 수 있다.

꽃은 5월 하순부터 6월사이 백색계통의 작은 꽃들이 어린가지끝에 모여서 핀다. 꽃피고 열매가 맺히는 6월까지도 지난해에 달린 열매들이 빨갛게 익은 채로 1년이 지나도록 나무에 남아있는것을 어렵지 않게 볼수가 있다.

녹색의 열매들이 맺혀 10월 하순부터 조금씩 노랗게 익어가다가 겨울이 다가올수록 열매는 핏빛으로 붉어진다.

관광지 제주에서 길을 걷다 보면 키큰 가로수에 콩알보다 작은 붉은열매가 흐드러지게 달린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함박눈이 퍼뜰퍼뜰 내리는 겨울의 거리에서 붉은 열매와 싱싱한 이파리는 조화로운 홍록색을 보여준다.

먼나무 붉은계절은 가을과 겨울이 지나도 계속되고 봄이 지나 다시 꽃피는 계절까지도 지속된다.

모든 꽃들은 열흘 붉으면 진다는데 먼나무는 열매 맺혀 1년만에 지는게 특이한 식물이다.

이 아름다운 먼나무가 거리의 가로수로  심어지기 전 1990년대는 묘목가격이 황금 값이던 시절이 있었다.

씨앗을 파종해도 1~2년 발아가 안되는 매우 까다로운 번식조건으로 씨앗에 기술적인 처리를 하여 발아만 시키면 1주당 500원에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제주도내 중산간 목장지대 땅 한 평이 2~3천원 짜리가 있던 시절이니 그 당시 500원의 가치는 대단한 금액이였다.

(사진=송기남)
(사진=송기남)

먼나무는 수형이 아름다울뿐 아니라 공해에도 매우 강한 나무여서 특히 도심속에 공원이나 가로수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제주를 여행하는 관광객 중에 어떤 이들은 한겨울에 붉은 열매가 하도 신기해 다가가 만져 보기도 한다. 붉은 열매가 꽃인지 열맨지 가짜열맨지 진짜열맨지 확인하면서 감탄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름답고 탐스러운 먼나무를 다른 지방에서도 탐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몇 해 전에는 전라남도에도 먼나무를 가져가서 가로수로 심은 적이 있다.

봄, 여름, 가을은 잘 자라는듯 하였는데 겨울에 추위를 먹더니 시커멓게 동해입은 이파리가 낙엽지고 볼품없이 죽어갔다. 식물은 오래도록 그 조상이 살아온 원산지와 그 주변에서 살아야 제격인 것이다.

먼나무는 쇠 철(鐵), 겨울 동(冬), 푸를 청(靑)을 써 '철동청'이라 한다. 겨울에도 쇠처럼 강하고 푸르다는 뜻이다. 또다른 이름은 백난향이다. 흰색 나무에 난향기가 난다는 뜻이다.

먼나무는 민간의학에서도 철동청이라 하여 간염이나 편도선염, 위 십이지장 궤양에 약으로 쓴다.

여름에 나무껍질을 채취해 약재로 쓴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가우며 청열 작용에도 도움을 준다.

먼나무. (사진=송기남)
먼나무. (사진=송기남)

지금은 대량으로 재배돼 거리에 심어진 흔한 가로수이지만 먼나무의 진가는 아직도 자원식물로서의 더 다양한 가치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1949년 봄, 서귀포에 주둔했던 토벌군들은 대동청년단을 길 앞잡이로 세우고 한라산에 피신했던 사람들을 토벌하는데 합동작전을 감행한다.

군인들은 이때에 한라산에서 4.3 토벌작전을 마치고, 그 기념으로 산에서 먼나무 하나를 파다가 토벌군이 주둔지였던 옛 서귀포 시청 지금의 서귀포 자치경찰서가 있는 마당에 심었다.

그리고 이것을 제주지방기념물로 지정했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에 가슴 아픈 4.3 희생자 유족들의 기념물 해제 건의를 받아들여 지방기념물에서 해제가 된다.

먼나무의 강고한 생명력은 철심 같아서 태풍에도 가지가 쉽게 부러지지 않으며 베여진 가지의 그루터기는 새살로 쉽게 아물어 복원력도 매우 강한 식물이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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