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사진=송기남)
수선화. (사진=송기남)

몰마롱고장은 수선화과 수선화를 기리키는 제주말이다. 아래아 발음 'ㅁ'과 'ㄹ'은 동물 말을 뜻한다. 마롱은 마늘을 뜻하며, 고장은 꽃의 제주말이다.

식물 이름에 동물 말을 갖다붙이는 것은 크다는 뜻이며, 큰 마늘같이 생긴 꽃피는 식물이기에 몰마롱고장이라 한 것이다.

수선화의 이름은 물 수(水), 신선 선(仙),  꽃 화(花)다. 해석해보면 물가에서 신선놀음하는 꽃, 또는 물가에 신선처럼 피는 꽃이 된다.

한국 본토 육지에서 수선화의 계절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철에 꽃을 피운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12월 부터 이른봄 3월까지다.

북풍이 사납게 불어오는 죽음의 계절에 서릿발 차가운 땅을 밀어올리고 꼿꼿한 자태로 일어서는 수선화의 줄기는 30~40cm가량의 푸른 잎을 자랑한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즈음 한번 땅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절대로 얼어죽지 않는 풀꽃이다. 설한풍에 굽히지 않고 맨몸으로 기세등등하게 푸른잎 더욱 강해진다.

수선화의 향기는 매우 짙다. 먼 곳에 피어도 향내를 맡을수가 있다. '신선의 향내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향기는 사람과 곤충들에게 취하도록 전해진다.

겨울꽃의 향내가 짙은 이유가 뭘까? 향이 짙어야만 매개곤충을 가까이 불러 수정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선화는 약간의 매개곤충이 활동하는 제주에서만 겨울꽃이다. 매개곤충이 움직이지 못하는 육지에서는 봄에 피어야만 번식을 할 수 있는 꽃이다.

수선화. (사진=송기남)
수선화. (사진=송기남)

수선화는 마늘처럼 둥근 다년생 알뿌리를 가졌다. 꽃이 지고 봄이 완연해지면 잎줄기를 떨구고 죽은듯이 땅속에서 여름을 지낸다.

수선화는 전 세계에 그 종류도 다양하다. 수선화, 노랑수선화, 겹수선화, 금잔옥대 등이 다양한 품종들이 있다.

그 중 금잔옥대는 은쟁반에 금술잔을 올려놓은듯 하얀색 외륜꽃 가운데 노오란 잔모양이 이중으로 피어있어 앙증맞게 예쁜 꽃이다.

제주의 겨울은 푸르게 살아오는 보리밭과 함께 질기고 질긴 생명의 수선화가 사방천지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농경사회의 옛 사람들은 목숨줄을 연명해갈 보리밭을 잘 가꾸어야만 했다.

보리와 함께 자라서 보리와 함께 시드는 수선화는 농부들에게 웬수같은 잡초였다.

그래서 끝도없이 겨울에 자라고 번식하는 수선화를 애써서 뽑아내는일은 농부들의  고통이였다. 

조선 후기에 제주에 유배왔던 추사 김정희는 보리밭에 검질매는 제주의 여인들이 보리밭에 수선화를 뽑는것을 보고 뭐라고 했던가?

그는 제주의 무식한 농부들이 꽃도 모르고 수선화를 잡초와 함께 뽑아낸다고 핀잔을 줬다. 

농사를 제대로 지어내야 목숨을 유지하던 농경사회의 농민들에게 꽃도 잡초도 구별못하는 무식한 농부라고 비하했던 그 잘난 추사 김정희는 제주의 농부들에게 어떻게 보여 졌을까?

나라에는 바른소리 하고 글쓰는데는 뛰어난 학자였으나, 추사 김정희의 오만불손함은 그의 식생활 기록에도 잘 나와있다.

제주도 유배지에서 먹는 음식 맛이 없으므로 반찬을 맛있게 해서 보내달라고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주문해서 먹을 정도이니 유배 온 정객이 아니라 유람을 온 신선이 아닌가? 

내가 그 당시 농부였다면 이렇게 말했을것이다.

"한양에서 오신 추사 선생님 들으시오! 농부들에게 잡초와 꽃보다 귀한 것은 귀한 목숨 구하는데 먹을 양식이요! 한양에 선비는 꽃향기만 먹고 밥을 굶어도 사는가요? 한양에서 오신 철딱서니 없는 선비께선 농부들 어깨힘 빠지는 소리 그만 하시고 골겡이 들고와서 보리밭에 검질이나 한고랑만 매어 주시구려!"

수선화. (사진=송기남)
수선화. (사진=송기남)

수선화는 매우 곱다. 얼마나 고왔으면 수선화가 자기 얼굴 물가에 비친 그 모습에 취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죽었다는 전설이 남았을까?

요즘 미술 세계에도 수선화를 소재로한 그림들을 많이 볼수있으며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 등 문학작품 소재에도 등장하는 꽃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뽑아도 뽑아도 되살아나서 농부들을 괴롭히던 잡초였지만, 이제는 거리의 담장밑이나 정원의 둘래에서도 흔히 볼수있는 아름다운 꽃이며 향기좋은 향수다.

수선화는 독이 있는 식물이다. 어느 정도는 독이 있어도 법제를 잘하여 쓰면 약이 된다. 여름철 휴면기에 알뿌리를 캐어 썰어 말려뒀다가 약재로 쓴다.

수선화는 차가운 성질이며, 쓰고 매운맛이 있다. 활혈 작용을 하여 피를 돌게하고 월경불순을 돕는다. 거풍작용을 하므로 풍을 제거하는데도 쓴다.

수선화는 화분재배를 하면 햇볕이 잘 드는 베란다 창가에 두고 꽃을 볼 수 있다. 화분 하나면 온 집안에 나르시스의 몸에서 나는 향내가 은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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