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있습니다》 김유 글, 조원희 그림, 뜨인돌 펴냄
《가족이 있습니다》 김유 글, 조원희 그림, 뜨인돌 펴냄

마음이 평화로우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가족이 있습니다》는 돈이 없고, 몸이 튼튼하지도 않고, 권력도 없고, 이름이 나지 않아도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준다. 바로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삶이다.

사람이 개와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그린이는 말한다. “가족은 꼭 부부나 형제자매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누는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바다에서 일을 하면서 혼자 살았던 할아버지는,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개와 한 식구가 된다. 할아버지와 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같이 봄꽃 놀이를 가고, 여름 바다 수영을 하고, 가을 낙엽을 밟고, 새하얀 눈에 벌러덩 누워서 하늘을 본다. 잠을 잘 때는 한 이불을 덮었고 밥을 먹을 때는 마주 보았다. 둘은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운 날도 사라졌다.

할아버지는 ‘기억을 잃는 병’에 걸렸다. 신발을 냉장고에 넣기도 한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 집을 나갔다. 할아버지는, 뱃일을 하다가 죽은 아버지를 찾아서 동쪽 바다로 갔다. 개도 기차를 타고 할아버지를 찾으러 나섰다. 개는 바다에 다다르며 온갖 궂은일을 당한다. 할아버지를 찾아주겠다는 말에 밥집 아주머니를 따라간다. 그 집에서 청소를 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잤다.

아주머니는 이쑤시개가 들어있는 사람들이 먹다버린 음식을 밥으로 주었다. 그곳을 떠나 골목을 떠돌다 뼈다귀도 주고 할아버지도 찾아주겠다는 사람을 만난다. 그는 개를 잡아서 파는 사람이었다. 경찰관 도움으로 개는 개장수 철장에서 빠져나와서 할아버지가 있는 병원에 간다.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개를 알아보다가 정신이 나가서 못 알아본다. 그 병원에서 긴 머리를 양쪽으로 땋은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 할아버지도 오랫동안 병원에서 지내야 한다. 개도 할아버지 때문에 울고, 그 아이도 할아버지 때문에 운다. 둘은 손을 잡으며 아픔을 달랜다. 그러다 개와 아이는 새로운 식구가 되었다. 개는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쓴다. “할아버지, 우리는 가족이에요. 기뻐도 슬퍼도 아파도 함께하는 가족이요. 떨어져 있다가도 다시 만나는 게 가족이라고 했잖아요. 가족은 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내일도 모레도 날마다 할아버지를 만날 거예요. 사랑해요, 나의 할아버지.”

개는 할아버지를 만나기 앞서는 풀숲과 동네 외진 곳을 돌아다녔다. 어떤 날은 괴팍한 사람들이 돌을 던지기도 했다. “저리 가지 못해!”라면서. 글쓴이는 이에 대해 “으르렁댔습니다.” 라고 썼다. 개가 으르렁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으르렁대었다. 다음에 이런 말이 나온다. “개는 제멋대로 짖어 대는 사람들과 싸우지 않았습니다.” 개가 말을 하고 사람이 짓는다.

나도 강아지 둘과 함께 산다. 7살 2살 여자아이다. 내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우리는 한 방에서 같이 잔다. 밥도 같이 먹는다. 산책도 같이 한다. 아내는 내게는 안 하는 말을 같이 사는 강아지에겐 자주 한다. “광복아, 사랑하다.” “해방아, 사랑한다.” 전화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재밌게 말하기도 한다. “고객님, 사랑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도 사랑한다. 동물이 행복해야 사람도 행복하다. 마하트마 간디는 그 나라 민족성을 보려면, 그 나라 사람들이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겠다고, 자연을 더럽히고 동물을 먹잇감으로만 본다. 그 모습이 동물들 눈에는 미쳐서 짓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사람과 강아지가 따뜻한 정을 나누며 평화로운 식구가 되는 꿈을 꾼다. 파스텔로 그린 그림도 살갑다. 특히 개와 할아버지가 행복하게 살 때, 개와 어린아이가 다시 한 식구가 되었을 때 그림이 참 정겹다.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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