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씀. 오마이북 펴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연호 씀. 오마이북 펴냄

어떤 정치가 사람을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만들까.

북유럽에 있는 작은 나라 덴마크는 자연 오염을 최소화 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35%가 자전거를 타고 일터에 간다. 5킬로미터가 안 되는 일터에 갈 때는 59%가 자전거를 탄다. 덴마크는 맑은 날이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미세먼지는 없다. “코펜하겐 중앙역 앞은 자전거 수천 대가 놓인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 모습을 보노라면 덴마크에는 사람보다 자전거가 더 많다는 말이 실감난다.”(137쪽) 그 나라에는 핵발전소도 없다. 핵쓰레기를 후세 사람들에게 물려 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풍차를 만들어 전기를 쓴다.

우리나라 인구는 5천만명이 넘지만 덴마크는 600만명이 안 된다. 나라 크기는 우리나라가 3배 넓다. 우리나라는 점점 아기를 안 낳아 사람 수가 줄어들지만, 덴마크는 사람 수가 늘고 있다. 이 책은 2014년에 나왔다. 그땐 덴마크에 사람이 560만 쯤 살았다. 10년 동안 40만이 늘었다. 왜 그럴까.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나라에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학비를 내지 않는다. 대학생이 되면 우리나라 돈으로 달마다 120만 원쯤 받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나라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은 월급에서 50% 넘게 세금을 낸다. 그렇게 돈을 내고도 불만이 없을까. “우리는 대학까지 무료로 공부했고 병원 치료도 무료로 받았는데, 우리의 후배와 후손들도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106쪽~107쪽)

사람들은 유럽에 있는 많은 나라들을 자본주의체제라고 말을 한다.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보면 유럽에 있는 많은 나라들은 유럽식 사회주의제체다. 특히 덴마크는 사회민주당이 오랫동안 집권했다. 공산주의체제가 사람이 누리는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회민주주의’를 선택했다. 덴마크 사람들 95%가 기독교(루터교)인이다. 공산주의는 그들 습성에 안 맞았다. 하지만 그들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정치는 천민화된 자본주의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2010년 OECD 보고서 기준으로 덴마크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률은 68.5퍼센트다. 이는 유럽연합 평균 25퍼센트보다 훨씬 높고, 우리나라의 2011년 기준 9.9퍼센트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81쪽) 덴마크는 노동자, 경영자, 정부가 서로 신뢰한다. 경영자는 회사 경영이 아주 힘들 때는 노동자를 해고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2년 동안 월급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일자리가 없는 동안 정부는 노동자에게 마땅한 일자리를 찾아 준다. 2년 동안 일자리를 못 찾아도 그 뒤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살도록 돈을 주고 직업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덴마크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일터에 6~7년을 다닌다.

일터를 옮기지만 옮길 때마다 자유학교(호이스콜레)를 다닐 수 있다. 거의 무료다. 이래서 덴마크에서는 판·검사, 의사, 변호사, 교사 같이 ‘사’자가 들어간 사람들이 특별히 대우받거나 권위가 높지는 않다. 택시를 몰거나 농사를 짓거나 집을 짓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모든 대학은 평준화되었다. 모든 초중등과정에서 시험제도가 없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40%가 넘지 않는다. 대학을 안 나와도 먹고사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다. “덴마크는 유토피아가 아니다. 신의 나라도 아니다. 다만 불완전한 인간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선의 나라 가운데 하나다.”(285쪽) 이 책을 여러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은종복 씨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위치한 인문사회과학 책방 '제주풀무질'의 일꾼이라고 자기 자신을 소개한다. 책과 사회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또밖또북] 코너로 매달 마지막 주에 독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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