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나온 책이다. 책에 담긴 글은 권정생이 1970년 6월에 썼다. 올해가 2023년이니 53년 앞서 쓴 글이다. 1970년이면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도 먹었다. 그땐 동네에서 축구를 하다가 목이 마르면 수돗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수돗물이 없으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도 마셨다. 글쓴이는 그때 벌써 지구가 더럽혀지는 것을 알았다. 한 여름에 눈이 내린다는 상상을 했다. 지금 세상에선 전혀 이상하지 않다.지구 곳곳에 여름에 눈이 내리고 겨울에 폭우가 쏟아진다. 사람들은 점점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지구 온도가 1
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옥황상제 셋째 딸 별공주아기씨가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면서 아랫사람을 제대로 챙길 줄 몰랐다. 많은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면서도 물밥을
씨앗을 받아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참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일이다. 우선 당근씨앗을 받으려면 2월이나 3월 당근수확을 할 때 한켠에 씨앗 받을 당근을 충분히 남겨둬야 한다. 밭을 갈아 정리할 때 트렉터를 운전하는 이들은 모조리 갈아엎기를 선호한다. 밭 가장자리라 하더라도 “요만큼은 남겨서 갈아주세요”라고 요구하면 화를 버럭 내지는 않았다하더라도 분명 표정은 좋지 않다. 언제적 구시대적인 농사를 하느냐고 핀잔도 들어야한다. 자신이 그리 농사 짓지 않는다고 나의 농사법은 순식간에 구시대적인 농법이 되고 특이한 농사법이 되고 손가락질을
A-Side(에이사이드), 웹웨이브, 빅대디까지. 20일 공연의 참가밴드들의 라인업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앞서 레드제플린에서 빅대디의 공연무대를 보고 내 심장을 그들에게 저당 잡혀 버렸기에 팬심으로 단연코 봐야 할 무대였다. A-Side와 웹웨이브는 처음 접하는 설렘의 무대이기도 했다.에이사이드가 가장 먼저 무대를 열었다. 음반의 앞면을 뜻하는 ‘A-Side’는 제주에서 활동하는 4인조 밴드다. 음악을 통해 우리의 삶을 밝은 면으로 바꾸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고.흔히 좁은 인맥의 제주라고 말하곤 하는데 처음 만나는 A-S
[키워드뉴스]는 제주MBC 에서 제주투데이 기자들이 키워드로 정리한 한 주의 주요 뉴스를 전하는 코너로, 매주 화요일 오후 6시 5분부터 7시까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보이는 라디오’로 제작한 '키워드 뉴스' 영상을 제주투데이에 함께 싣는다.
해방이 되자 오키나와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맥아더가 당신은 어느 쪽으로 갈 것이냐고 물었을 때 제주사람들은 “우린 제주도다” 대답했다. 남도 북도 아닌 제주도라고. 4·3도 오랫동안 남과 북 모두에게 외면당하며 긴 세월 강요된 침묵 속에 있었다.40여 년 전 중편소설 으로 그 침묵을 깬 현기영 소설가는 장편 (1-3권, 창비 펴냄)를 83세에 우리 앞에 내놓았다. 이 책은 당시 16세 소년으로 4·3을 겪은 안창세 할아버지가 열흘간 손녀부부에게 들려주는 액자소설로, 소설 내용은 7부로 구성되어
8월 20일 일요일, 오후 4시. 의외의 공연장에서 펼쳐진 작지만 뜨거운 인디밴드들의 라이브 무대를 목격했다. 칼럼을 연재하며 나름 도심과 외곽지의 공연장과 무대를 찾아 다녔는데 이번에 만난 무대는 ‘공존 예술창작스튜디오’라는 생소한 장소이다.예전 직장인 밴드 활동 시절 몇몇 지인들에게서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의 전언에 따르면 제주지방법원 근처에 꽤 양질의 음향시설과 장비를 갖춘 합주연습실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사실, 밴드동호회가 존재하며 비정기적으로 동호회끼리 공연도 펼쳐진다고 했다.슬기로운 밴드생활에
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중문이 하로산또가 진궁부인과 부부 연을 맺은 후 딸아이가 태어났다. 딸아이는 천하일색으로 얼굴이 고왔지만 행실이 궂어서 부모 속을 썩
문주란은 수선화과의 다년생풀이다. 제주에서는 예반초·개반초·인반초라고도 한다. 뜨거운 여름햇살 아래 하얀꽃을 피우는 문주란은 문씨 성에 '주란'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식물이다. 예전 7080년대 노래하던 유명 가수와도 같은 이름을 가진 제주 야생초다.둥근 원기둥 줄기는 대파줄기 처럼 비늘 줄기로 돼 있다. 다년생 비늘줄기는 오래될수록 어른 팔목굵기정도로 굵어진다. 뿌리는 알뿌리로 되어있고 알뿌리밑으로 양분을 빨아올리는 수염뿌리가 뻗어있다.길고 넓은 이파리는 두껍고 반들거리며 아래로 휘어진다. 줄기의 키높이는 30~50cm인데 비해
요즘 제주도의 주요 사안 중 하나는 ‘행정체제 개편’이다. 행정체제 개편 관련 연구 용역에 따르면, 특별자치도 이전과 같은 기초자치단체의 부활로 가닥을 잡아가는 듯하다. 현 제주도지사의 공약과 인터뷰를 보면,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을 통한 기초자치단체의 도입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고 정치인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보는 도지사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한 예로, 도지사는 한 청년 도의원의 비리를 두고 그 원인이 정치인 성장 시스템의 부재에 있으며 곧 기초자치단체의 부재 때문이라고 얼마 전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정치인의
제주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신화들, 그 중 먼지에 쌓여 존재감이 희미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햇살 아래로 끌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꼬닥꼬닥_마을신화]연재를 시작한다. 구술 채록된 제주 마을의 신화 가운데 서사를 갖춘 이야기를 중심으로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도 하고 답사도 진행했다. 마을에 전해오는 신화를 공유하고 보전하는 것은 공동체의 정체성을 확보하고 자연의 신성성을 되찾는 작업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제석천황 승려관음 승려선생 여래화주님은 나주영산 금성산에서 솟아났다. 굴송낙(고깔) 둘러쓰고 장삼자락 휘두르며 한라영산에 유람을 왔다
프롤로그새로 시작하는 잡지의 막내기자를 구하느라 아내를 처음 만났다. 아내를 소개해준 또 다른 후배까지 대동하고 광화문의 김치찌개 식당으로 향했다. 그게 나의 면접이었다. 그때의 아내는 이제 사회에 막 나온 X세대였고, 집단 속에서의 조직이나 위계 따위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부류였다. 요즘으로 치면 MZ세대 사회 초년생이랄까. 샛노랗게 물들인 머리, 바닥을 쓸고 다니느라 밑단이 다 헤진 통 넓은 청바지, 그리고 오버핏 야상 차림. 그나마 짙은 화장이나 타투 같은 게 없어서 덜 무서워 보였다.사는 곳은 경기도고, 노는 곳은 주로 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