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뉴스]는 제주MBC <라디오 제주시대>에서 제주투데이 기자들이 키워드로 정리한 한 주의 주요 뉴스를 전하는 라디오 방송 코너다. ‘보이는 라디오’로 제작한 영상을 8월 17일 방송분부터 제주투데이에 함께 싣는다. [키워드뉴스]는 제주MBC 라디오를 통해 매주 화요일 생방송으로 송출된다. 방송시간은 오후 6시 5분부터 7시까지다.<편집자 주>
 

◇ 인터뷰 전문보기 자료에 대한 저작권은 제주MBC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할 경우,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이 프리뷰는 실제 방송 원고가 아닌 사전 원고로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윤/

매주 화요일에 만나는 키워드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조/

안녕하세요.

윤/

오늘의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1. 누가 화순이를 죽였나

조/

누가 화순이를 죽였나,입니다.

윤/

화순이라고 하면 돌고래.

조/

네. 돌고래 체험시설 제주마린파크에서 사육하던 마지막 돌고래인 화순이가 최근 폐사한 사실이 지난주 알려졌습니다. 관련 뉴스를 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아직 부검이 진행 중이라서 화순이가 죽은 이유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화순이는 왜 바다가 아닌 콘크리트 수조 안에서 삶을 마감해야 했는지. 다른 삶을 살 순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윤/

화순이가 이달 중순에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조/

네. 제주도 해양산업과에 따르면 관계 공무원들이 지난 18일 마린파크를 방문해서 폐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마린파크는 제주지역에서 유일하게 돌고래 체험이라고 해서 관람객들이 돌고래를 만지거나 지느러미를 붙잡고 헤엄치게 하도록 훈련시키는 곳이었습니다. 화순이는 이 시설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큰돌고래였는데요. 큰돌고래는 소위 ‘돌고래쇼’에서 가장 흔하게 이용하는 종입니다.

윤/

요즘은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돌고래쇼가 동물학대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조/

네. 사람들이 원하는 동작을 하고 묘기를 부릴 수 있도록 하려면 억지로 훈련을 시킬 수밖에 없으니까요. 동물원수족관법에 따르면 전시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만. 업체에선 체험이라는 이름을 붙여 계속해서 낯선 사람들이 와서 만지고 지느러미를 당기고 하는 상품을 팔아왔습니다. 그래서 동물권 단체에선 돌고래쇼나 체험 프로그램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해오고 있기도 합니다.

윤/

수족관이라는 시설자체가 돌고래가 지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라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죠.

조/

네. 사실 어떤 동물이든 인위적이고 좁은 곳에 갇혀 지내는 게 좋진 않겠죠. 그런데 특히 돌고래의 경우 더 예민합니다. 평균 지능이 80정도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요. 단순히 고통을 느끼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자의식도 있고 우울감을 느끼고, 모성애, 애도, 집단따돌림 같은 복잡한 감정 체계를 가진 동물이라는 점도 과학적으로 입증이 됐습니다. 돌고래 언어라고 해서 그들만의 고유 언어 체계를 갖고 있고 무리를 지어 살면서 하루에 160km를 헤엄쳐야 하는 동물입니다. 돌고래 같은 고래는 포유류에 속하는데요.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폐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물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어류에 비해서 넓은 공간이 확보돼야 합니다.

윤/

수족관의 삶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가져왔을 것.

조/

네. 그래서 실제로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들은 정형행동이라고 해서 이상행동을 보이곤 합니다.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거나 뱅글뱅글 도는 행동들이 그런 행동인데요. 이건 일종의 스트레스성질환으로 심리적이나 정신적으로 크게 불안을 느낀 돌고래들이 보이는 증상이라고 합니다.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마린파크에서도 돌고래들이 정형행동을 보였다고 하는데요. 이곳은 다른 수족관 시설보다도 수질 관리 방법이나 보유한 동물들의 검사와 관리가 미흡한 점 역시 많이 지적 받았다고 합니다.

윤/

수족관 중에서도 열악한 곳이었다는 얘기... 실제로 마린파크에서 지난 1년간 돌고래 네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조/

네. 지난해 8월 돌고래 ‘안덕이’가 폐사하고 그 다음달엔 ‘달콩이’가, 지난 3월엔 ‘낙원이’, 그리고 이번에 ‘화순이’가 차례로 죽었습니다.

돌고래의 경우 폐사하게 되면 신고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고래류가 국제적멸종위기종이기 때문인데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고시하는 종입니다. 그래서 해당 동물을 소유하거나 거래할 때 소유주나 거래 당사자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할 환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또 폐사할 땐 신고를 해야 합니다. 제주지역의 경우 영산강유역환경청이 그 관할이구요. 화순이의 폐사 신고는 완료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윤/

다른 돌고래도 그랬고 이번 화순이의 폐사 사실이 더 늦게 알려질 수도 있었다고요.

조/

네. 돌고래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많아지니까 해당 업체는 돌고래가 죽을 경우 이게 알려지는 데 대해 꺼릴 수밖에 없게 되죠. 관련법에 따라 폐사 신고는 해야 하지만 외부로 굳이 잘 알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떨 땐 폐사하고 나서 두 달 가까이 지나서야 그 사실이 알려질 때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주로 동물권 활동가나 단체에서 돌고래가 있는 수족관 시설을 자주 찾아가 돌고래들이 잘 지내나 확인할 수밖에 없는데요. 평소에 보이던 돌고래가 안 보이면 혹시 폐사한 건가 확인하는 식으로. 그렇게 돌고래의 죽음이 알려졌습니다.

윤/

이번에도 활동가가 확인..?

조/

네. 마린파크 홈페이지에 보면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하는 페이지가 있는데요. 거기가 이달 초부턴가 막혀 있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걸 보고 활동가가 ‘화순이 건강에 이상이 생겼나’해서 확인하러 시설을 찾아갔더니. 거기 직원이 ‘우리 이제 영업 안 한다’고 얘기를 하더랍니다. 그러자 화순이가 건강 상태가 심각하게 안 좋아졌거나 폐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주도 관계자에게 이를 알려서 현장 확인을 요청한 거구요.

윤/

사실 화순이를 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올 초부터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화순이의 죽음을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요.

조/

화순이를 바다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는 요구는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왔습니다. 그때가 다른 돌고래 ‘낙원이’가 죽고 난 직후였는데요. 화순이의 입장에서 볼 때 짧은 기간에 같이 지내던 돌고래 세 마리가 잇따라 죽었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돌고래는 동료나 가족의 죽음, 상실을 느끼는 동물이거든요. 돌고래들이 아파하고 죽어나가는 걸 보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는 주장이고요. 게다가 마린파크의 수족관 환경이 쾌적한 곳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동물권 단체에서도 제주도와 해양수산부를 상대로 화순이를 즉각 방류해야 한다고 촉구했었습니다.

윤/

전국적으로 캠페인도 진행됐었죠.

조/

네. 핫핑크돌핀스의 조약골 공동대표에 따르면 지난 5월 화순이가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매우 안 좋아졌다고 하는데요. 지난 5월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핫핑크돌핀스를 포함해 전국 동물권 단체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화순이를 구출하자’는 범국민 캠페인을 선포했습니다. 이들은 “마지막 생존 돌고래 화순이가 콘크리트 수조에서 비참한 삶을 마감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며 화순이 방류와 함께 임시 바다 쉼터 설치를 함께 촉구했습니다. 당시 해수부는 수족관 돌고래들이 지낼 수 있는 돌고래 바다 쉼터를 만들 계획이 있었으나 예산 확보 등의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윤/

결국 화순이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수족관 안에서 죽음을 맞이했네요.

조/

네.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도와 해수부, 동물권 단체, 마린파크 사업자들은 화순이 방류 때문에 수차례 만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합의에 이르진 못했는데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어쨌든 마린파크 대표에게 화순이의 소유권이 있기 때문에 화순이를 구매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가격에 대한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약골 대표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화순이 몸값을 우리가 지불하겠다며 무릎 꿇고 빌 정도로 호소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또 두 번째 이유로는 아까 말씀드렸듯 화순이를 바로 바다로 내보내는 게 아니라 바다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필요한데요.

윤/

시민단체에서 요구했던 임시 바다쉼터.

조/

네. 당시 유력하게 거론되던 곳이 성산읍에 통밭알이라 부르는 내수면 일대인데 현장 방문까지도 했지만 적합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조약골 대표는 제주도와 해수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우리는 공무원이라 윗선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식의 무책임한 답변만 했다고 질타했습니다. 화순이 죽음의 1차적 책임은 사업자에게 있겠지만 결국 제주도와 해수부 역시 방치한 책임도 작지 않다고 말합니다.

윤/

국내에서 수족관 돌고래가 아직 남아있죠.

조/

네. 지금 남아있는 돌고래는 모두 23마리이고 제주에는 2개 업체에 8마리가 남아있다고 합니다. 조약골 대표는 하루빨리 남아있는 돌고래에 대한 방류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마무리) 다음 키워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음>

2.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조/

꺼진 불도 다시보자,입니다.

윤/

예전에 자주 쓰던 표어?

조/

어릴 때 화재 예방 포스터 그리기 하셨죠. 꺼진 줄 알았던 불씨가 살아남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첫 영리병원이 될 뻔 했던 녹지국제병원 이야기입니다. 지난 18일 광주고등법원에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윤/

녹지국제병원은 키워드뉴스에서도 자주 다룬 이슈이긴 합니다만.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간략히 지금까지 진행 상황 알려주세요.

조/

지난 2018년 12월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내국인 진료 제한’을 조건으로 내걸고 개설 허가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녹지병원은 의료법이 정한 개원 시한인 이듬해 2019년 3월까지 병원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에 제주도는 다음 달은 4월 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결정한 겁니다. 그러자 녹지병원 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조건이 부당하다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과 함께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소송을 함께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1심 판결이 지난해 10월20일 제주지방법원에서 나왔는데요. 1심 재판부는 “녹지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에 대해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병원 문은 열어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무단으로 업무 시작을 거부했다”고 보고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윤/

녹지 측이 제주지법의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항소를 제기한 거구요.

조/

제주도가 애초에 개설 허가를 취소한 이유가 의료법에 근거한 거였는데요. 3개월 내 ‘정당한 사유’가 없이 병원 문을 안 열면 허가권자가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른 거였습니다. 그런데 녹지 측은 정당한 사유가 있어서 병원 문을 못 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거거든요. 여기서 항소심 판결을 내린 광주고법 재판부는 일단 내국인 진료 제한에 대해 녹지 측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3개월 이내 병원 문을 열기 어려웠을 거라고 판단한 겁니다.

윤/

애초에 정상적이지 않은 허가 조건을 내걸었던 제주도의 책임이 있다?

조/

네. 재판부는 “허가 지연 과정에서 채용 인력의 과반수가 나가고 조건부 허가가 이뤄져 사업 계획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었음에도 제주도가 계획을 다시 수립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한 내 문을 열지 않았다고 허가 취소를 한 건 위법하다는 판단입니다.

윤/

당연하겠지만 제주도는 상고하겠다는 입장.

조/

일단 판결문을 검토해서 향후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하구요. 영리병원에 반대해 온 시민사회 단체인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는 판결이 나왔던 지난 18일 바로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에서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재판부의 판단에 유감을 표한다”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윤/

이번 항소심 판결에 제주도의 책임도 있다는 목소리.

조/

네. 여기서 수십 번을 얘기했던 거 같은데요.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두고 공론조사를 진행했었잖아요. 예산도 3억원이 넘게 들어갔는데요. 그 결과가 “영리병원 안 된다. 불허”였죠. 이걸 뒤집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조건부’라는 꼬리표 달고 허가를 내줬습니다. 애초에 공론조사 결과를 받아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죠. 사실 녹지병원 관련한 재판에 대해선 법원이 녹지 측의 손을 들어주긴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전반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가 이번 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이 미흡했던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상고, 그러니까 대법원 재판이 남아있는데 제주도가 최종적으로 패소하게 되면 막대한 손해배상을 물어줘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영리병원의 물꼬가 여기 제주에서 트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