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도 농축산식품국을 상대로 벌인 행정사무감사에서 현길호 위원장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21일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가 도 농축산식품국을 상대로 벌인 행정사무감사에서 현길호 위원장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생태계와 자연 경관을 보전하고 국민들의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돌봄 기능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하는 농촌. 

농업 인구의 고령화와 저출생, 농가소득 하락 등 열악한 조건에서도 논과 밭을 일구며 농촌이라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농민들과 농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보상을 하자는 게 바로 농민수당의 취지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농민수당 지원 조례를 제정, 내년부터 농민 한 명당 연간 40만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이 “금액이 적어 실효성이 낮을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등 농민수당에 대한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현길호 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장(더불어민주당·제주시 조천읍)은 도 농축산식품국을 대상으로 벌인 행정사무감사에서 ‘농민수당 조례’ 관련해 “내년부터 지급이 되는데 어떻게 준비를 하고 있으며 예산 부서의 입장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홍충효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예산 부서에서도 농민수당 예산 편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우리 국도 40만원을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현 위원장은 “지원 취지에 대해 뭐라고 할 순 없고 의원 입장에서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농가 부채의 1%도 안 되고 소득의 1%도 안 되는 금액으로 실질적 실효성을 얘기할 수 있느냐”며 “224억원이라는 재원이 적은 재원도 아니고 이를 활용해 더 나은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따지며 농민수당 제도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 홍 국장은 “주민 청구로 농민수당 조례가 제정됐고 도입을 안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우선 도입해서 추진해보고 지원 근거나 방법에 대해선 협의를 통해 수정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현 위원장은 “1차산업 어려운 거 다 안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종사자가 많고 단체가 많고 이런 조직은 청구 조례를 만들 수 있지만 더 취약하고 약한 조직은 청구 조례를 만들기 어렵지 않느냐”며 “이런 데서 발생할 사회적 갈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앞으로 재원이 계속 들어갈 텐데 이런 부분은 조례 만들 때도 고민을 했고 예산 편성할 때도 고민이 될 것”이라며 “예산 부서에선 단순하게 돈을 집어넣는다, 안 넣는다 차원이 아닌 종합적인 고민을 해서 예산 편성을 해달라”고 마치 농민수당 관련 예산의 축소를 요구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8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지역 농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등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해 10월8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지역 농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등 식량주권을 실현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이 같은 발언에 농업 관계자들은 “농민수당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태호 제주사회적농업연구회장은 “(현 위원장이)농민수당을 계층 수당이라고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농민수당은 농민 개개인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이 아니라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인 기능과 장기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다른 지원 제도인 ‘공익형직불제’에 왜 ‘공익’이 붙었겠느냐. ‘농민’이 가진 공익적 역할에 대해 정부나 사회가 이미 합의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농업과 농촌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어마어마하게 클 것이다. 농민수당은 우리 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윤영미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사무처장은 “(현 위원장이)농민수당을 마치 기본소득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합의된 농민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우리가 정당하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연간 40만원이라는 금액이 적어서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데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우리가 왜 더 높은 금액을 요구하지 않았겠느냐. 도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서 일단 제도화하는 게 중요하고 시작이 중요하니까 적은 금액으로 양보한 것”이라며 “(현 위원장이)농민수당 조례 제정 과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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