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됐다. 내년 3월 25일부터 시행 예정인 이 법에선 지방정부의 역할을 △탄소중립이행계획수립 및 이행점검 결과보고서 작성 △2050지방탄소중립위원회 구성 온실가스감축 인지예산 제도 실시 △탄소중립이행책임관 지정 등으로 대폭 확대했다. 아울러 이를 지원할 ‘탄소중립지원센터’를 설립하거나 지정해 행정을 뒷받침하고 기업과 시민 참여를 이끌도록 했다. 이에 제주투데이는 도민 참여와 협력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제주도민에너지전환협동조합과 함께 군산, 전주, 광주를 방문해 시민 중심 에너지 전환 사례를 취재했다. <편집자 주>

(사진=박소희 기자)
박필순 광주전환마을네트워크 공동대표 (사진=박소희 기자)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계획보다 5년 앞당긴 ‘2045년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도시’를 전격 선언하고 마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광주광역시다. 

<제주투데이>와 ‘제주도민 에너지전환 협동조합’(이하 제주팀)은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에너지전환 선도사례를 취재하기 위해 군산시, 전주시, 광주광역시 세 곳을 다녀왔다. 

마지막 방문지는 광주 첨단전환마을. 기후위기 대응 거점센터인 ‘첨단에너지카페’에서 박필순 광주전환마을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만나 광주 탄소중립 에너지전환마을 사례를 들어봤다. 

'시민참여 에너지전환 선진지 탐방' 프로그램은 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제주도민에너지전환협동조합이 주관했다. 

(그래픽=박필순 제공)
(그래픽=박필순 제공)

# 어떤 사회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한파, 가뭄, 슈퍼태풍, 산불 등으로 생태계, 보건 뿐 아니라 경제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더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은 화석연료를 사용해 일으킨 '탄소경제'를 '탄소중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흐름을 가속화 했다.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삼림∙연안∙탄소포집 활용 저장기술(CCUS) 등 흡수원을 통해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 정책은 화석에너지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량만큼 소화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재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데, 그 사회는 어떤 사회이고,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가. 

광주가 추구하는 탄소중립 사회는 시민주도로 마을에서부터 전환하는 사회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15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탄소중립 전환마을 포럼'을 개최하고 '탄소중립 전환마을 광주선언'을 한 바 있다. 

박필순 대표는 "코로나 19와 기후위기 시대 이동 거리와 이동성이 축소되면서 기초자치단체와 마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지역에서 소비되는 것들은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의 문제는 지역에서 해결하는 공동체 중심 사회적 경제가 탄소중립 사회의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사회란 에너지를 비롯해 먹거리, 보건의료, 돌봄 등 우리 생활에서 이뤄지는 거의 모든 것이 변화된 사회를 말한다. 전환 사회의 핵심 중 하나는 에너진 전환이고 현재의 중앙집권화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는 시민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광주시는 '2045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도시' 선언을 현장에서 뒷받침할 5개 '에너지 전환마을'을 시범적으로 만들어 시민·마을 중심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5년까지 96개동 100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카페 (사진=박소희 기자)
광주 광산구 '첨단전환마을 에너지카페' (사진=박소희 기자)

# 다섯개의 전환 마을과 거점센터 '에너지카페'

광주 전환마을 거점으로 선정된 시범마을은 동구 지원마을, 서구 풍암마을, 남구 양림마을, 북구 일곡마을, 광산구 첨단마을이다.

이들 마을은 마을별로 전환마을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에너지전환마을 거점센터'를 조성해 에너지전환 관련 상담·컨설팅·교육을 주관한다. 

이중 제주팀이 찾은 곳은 지난 7월 가장 먼저 문을 연 광산구 첨단마을 내 에너지카페. 

광산구는 에너지 절약, 태양광 발전, 마을별 특화산업을 에너지카페를 거점으로 추진하고 있었으며 자원순환, 녹색교통, 먹거리 전환 등 다양한 실천 모델도 발굴하고 있었다.

광진구 전환마을 추진을 맡고 있는 '첨단전환마을네트워크'는 마을주민들로 조직한 '반짝반짝햇빛발전협동조합'을 설립, 마을햇빛발전소를 준비하고 있다.

이어 동구 지원동에 2호점인 '지원마을 에너지전환센터'도 같은달 개소했다. 이를 주도한 '지원마을에너지전환연대'는 골목길 주택이 많은 특성에 맞춰 '노후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리빙랩'을 진행하고 있다.

북구 일곡동 한새봉농업생태공원의 녹지공원에 3호점인 '일곡전환마을 에너지거점센터'도 문을 열었다.

'일곡전환마을네트워크'는 거점센터가 자리한 공원에 6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방문자센터 등 공원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전환 마중물 배움터와 전환마을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4호점인 양림전환마을 에너지거점 센터도 마을 입구에 에너지절감 태양광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지역자원을 조사·연구하고 마을별 특색에 맞는 에너지전환 특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5호점인 풍암마을에서는 행정복지센터 옥상에 5급 태양광 발전과 풍력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각종 에너지 교구들을 구비해 주민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에너지전환 체험학습장'도 만들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팀이 지난 7월 5개 시범마을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광산구 '첨단전환마을 에너지카페'에서 박필순 광주전환마을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만났다. (사진=박소희 기자)

박 대표는 "마을이 지구를 구한다. 가령 2008년 광주에서 시작된 녹색에너지아파트 사례를 살펴보면 아파트 46세대 주민들이 탄소저감 노력을 스스로 했다. 6개월간 음식물 쓰레기는 2164㎏ 줄였고, 전력 소비는 세대당 30㎾h 감소했다. 시민 실천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면서 미래 세계의 희망은 모든 활동이 자발적 협력으로 이뤄지는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 있다는 간디의 말처럼 광주시는 전환 사회의 희망을 마을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제주팀으로 동행한 김동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전문연구관은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처럼, 시민참여 지역 에너지전환은 마을이 중심에 서야 한다"고 했다. 

그는 "광주광역시가 각 자치구별 1개소씩의 마을 에너지카페 시범조성사업 지원을 한 것은 모든 지역이 골고루 탄소중립에 나설수 있도록 거점을 조성하게 배려한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도 탄소중립 사회로 빠르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마을 중심 거점 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주지역에서도 에너지 카페 사업을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하고 있지만 1호점이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폐점했다. 사업을 추진한 에너지공사측은 코로나 19로 인한 경영 악화로 철거하게 됐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실상은 건물주와 주인 간 임대 계약 종료가 이유였다. 

제주형 에너지 전환 거점셈터인 '에너지소통카페'는 제주도민들에게 기후변화 위기를 알리고 탄소저감 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그러나 에너지공사측은 선정 당시 별도의 공모도 없이 업체를 선정하고 카페 운영자에게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가 지난 10월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초 목적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는 에너지 전환 마을 거점 공간으로써 시민들의 탄소중립 사회 마중물 역할을 하는 광주 에너지 카페 사례와 대비된다.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