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의 모습
녹지국제병원의 모습 (사진=제주투데이DB)

시민사회단체는 제주도가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환영 입장과 함께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내 영리병원 허용 조항 삭제를 촉구했다. 아울러 제주도가 국회에 제출한 외국인전용 영리병원 유지 의견 철회도 요구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는 13일 논평을 통해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 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 "제주특별법의 영리병원 허용 조항은 삭제돼야 한다"고 성토했다. 

제주특별법 307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07조

원희룡 전 지사는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용했다. 외국인에 한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대신 내국인 진료를 금지하는 조건부로 허가하며 "신의 한 수"라고 자평했다. 

영리병원 허용 근거법은 제주특별법 제307조(의료기관 개설 등에 관한 특례).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자치도에 의료기관(이하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 외국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른 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2차 병원)으로 한정했다. 법인의 종류와 요건 및 외국의료기관의 개설요건은 도조례로 정한다.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3조(외국인진료소의 지정대상 및 기준)에 따르면 독립된 진료실, 대기실, 처치실을 각각 1개소 이상 갖춰야 하며 인력의 경우 외국어 활용 가능자 1명을 포함해 전담 의사, 간호사, 사무직을 각각 1명 이상 배치해야 개설이 가능하다. 또한 전담진료에 필요한 장비 및 기구와 긴급수송을 위한 적절한 교통수단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근거법에 따르면 영리병원 대상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자본금은 500만달러(50억원) 이상 투자한 병원에 외국인이 50%이상 지분을 가져야 한다. 국내법인 또는 국내 의료기관의 영리병원 개설을 막기 위함이다.  

그러나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는 총 778억원을 투입해 준공한 녹지국제병원 건물 소유권을 지난 1월19일 국내법인 ㈜디아나서울에 모두 매각했고, 이에 따라 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12일 회의를 열어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녹지국제병원의 부지와 건물이 이미 제3자인 국내법인에 매도돼 외국인 지분이 50퍼센트를 넘어야 한다는 요건을 위반하고 있고, 의료 장비와 의료 인력도 없어 실질적인 의료기관 개설 요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본부는 "애초에 녹지국제병원은 병원 관련 사업 경험이 전무해 조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허가 자체가 조례 위반이었다"다면서 "그러나 원희룡 전 지사(현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는 이를 무시하며 또 민주적 절차로 인정한 공론조사 결과조차 뭉개고 내국인 진료 금지를 조건으로 국내 최초의 영리병원 허가를 감행했다"고 지적했다. 

도지사는 규정에 따라 개설된 외국의료기관이 관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이를 확인해야 하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마친 후 도조례에 따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현재 영리병원 개설 근거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농림축산식품위원회·제주 서귀포)은 지난해 9월 영리병원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외국인이 설립한 의료기관 개설 조항 폐지 △외국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배제 조항 폐지 △외국인 전용약국 개설 조항 폐지 △외국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의 원격의료 특례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제주도가 ‘외국인전용 영리병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며 해당 법안은 국회에 발목 잡혀 있다.

운동본부는 "제주도는 즉각 ‘외국인전용 영리병원’ 안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제주도민 공론조사 결과는 영리병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들은 "‘외국인전용 영리병원’은 또다시 녹지국제병원 논란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면서 "어떤 식의 영리병원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대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감염병에 대비한 공공병원과 인력 확충"이라면서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제주도에게 이는 어느 지역보다 시급한 요구"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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