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 (사진=박소희 기자)

대한민국 1호 영리병원이 될 뻔했다가 국내 법인에 병원 건물과 토지 소유권이 모두 넘어간 녹지국제병원(이하 녹지병원).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가 요건 불충분을 근거로 개설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영리병원 유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 영리병원 개설 가능성 '아직'

지난 12일 제주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를 열어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를 결정했지만 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질 때까지 여지는 남아 있다. 

근거법에 따르면 영리병원 대상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자본금은 500만달러(50억원) 이상 투자한 병원에 외국인이 50%이상 지분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의료 전담 인력과 장비도 갖춰야 한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제주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만 8160㎡에 778억 원을 투입해 녹지병원을 설립했지만, 최근 부동산(건물과 토지) 소유권을 모두 국내 법인(주식회사 디아나서울)에 팔았다. 따라서 관련 법규나 조례상 헬스케어타운 내 영리병원 설립은 무산된 듯 하다. 

또한 의료 장비와 의료 인력도 멸실됐고, 지분 역시 디아나서울이 75%(약 540억원) 가져가기로 녹지측과 협약해 개설 허가 요건을 잃은 상태다. 

하지만 녹지병원 개설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이 원고 승소로 마무리됨에 따라 청문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녹지병원이 다시 요건을 충족하면 국내 1호 영리병원 운영이 바로 가능하다. 

22일 오전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가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통해 “특별법 내 영리병원 조항을 완전 삭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 운동본부’가 이날 오전 제주도의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통해 “특별법 내 영리병원 조항을 완전 삭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청문 절차 기간을 2019년 열린 개설 허가 전 취소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약 45일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문주재자가 결정되면 5월 초 청문 절차가 진행 될 것으로 예상, 해당 시나리오라면 7월 말까지 녹지측이 50% 이상 지분을 다시 확보하면 영리병원 운영이 가능하다. 현재 녹지측이 25%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청문회 절차 동안 녹지측이 50% 이상의 지분을 다시 확보하면 녹지병원 운영은 바로 가능한 상태"라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도가 제동을 걸 방법은 없다"고 했다. 

영리병원 개설 근거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제주도가 '외국인전용 영리병원'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해 아직까지 발목이 잡혀 있다. 

원희룡 전 지사가 영리병원 개설을 허가하며 '신의 한 수'라 자평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부 역시 위법하다는 법원 1심 판결이 나와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가능성도 열렸다. 

내국인 진료 제한 위법 소송의 경우 제주도가 항소하기로 결심, 아직 상급심 판단이 남아 있지만 녹지측이 승소한 2개 소송이 다른 지역 내 영리병원 설립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제주도를 포함해 인천, 부산, 광주, 충북 등 9곳에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상태다.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의료서비스센터 전경. (사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의료서비스센터 전경. (사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제공)

# JDC,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영리 사업 '호시탐탐' 

헬스케어타운 내 중국 자본의 영리병원 개설은 일단락 된 듯 하지만 국내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녹지국제병원의 땅과 건물을 모두 인수한 '디아나서울'은 녹지제주와 합작 법인을 만들어 의료법에 따른 암치료, 난임치료, 줄기세포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병원을 운영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다만 주식회사인 디아나서울이 비영리병원을 운영하려면 의료법상 비영리의료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이에 맞춰 헬스케어타운 사업 주체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임대 건물에 병원 개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다 제동이 걸렸다.

현행 지침에 따라 의료기관 분원이나 사업장을 개설하려면 기본재산으로 대지와 건물을 매입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임대 건물로 병원 개설은 아직 불가능하다. 

JDC는 지난해 2월 헬스케어타운 활성화를 명분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제주도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지침' 개정을 제안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 제주도의회와 협의를 거쳐 ‘JDC가 서귀포시 동홍동 2032번지 일원에 조성하는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고자 하는 경우 임차 건물에 허가한다’는 예외조항을 마련했다. 

당시 의견수렴 절차에서 특혜 시비, 부실 의료기관 개설 난립, 우회성 영리병원 추진 등의 우려가 제기되며 최종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불씨는 남았다. 

앞서 지난해 11월 열렸던 도정질문에서 구만섭 도지사 권한대행은 무분별한 자본 유입과 그에 따른 부실한 의료기관 난립 등을 이유로 지침 완화에 선을 그었지만 헬스케어타운을 공공의료복합단지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는 공감했다.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의료법인 설립 및 운영지침 개정 논의는 현재 잠시 중단된 상태로 재논의가 시작되면 의견수렴 절차 없이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의료법인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유치를 통해 헬스케어타운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으로 지침 개정을 추진하던 문대림 전 이사장이 오는 6월 치러지는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 그 결과에 따라 지침 개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2022년 2월23일 오후 8시 기준 녹지국제병원 건물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지난해 8월 주식회사 디아나서울로 소유권이 이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2022년 2월23일 오후 8시 기준 녹지국제병원 건물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지난해 8월 주식회사 디아나서울로 소유권이 이전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주투데이DB)

# 녹지병원 인수한 디아나서울, 소유권 분리 추진

녹지병원의 땅과 건물을 모두 사들인 디아나서울은 최근 관할구역인 서귀포시에 집합건축물 전환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나의 등기로 된 녹지병원을 여러 동으로 쪼개 개별 등기가 가능하도록 변경하면 규모상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은 어렵다는 전망이다.

디아나서울은 녹지병원 건물 일부를 제3자에 임대한다는 입장으로 임대 용도에 따라 건물 내 수익 활동도 가능해진다. 

오상원 의료영리화저지도민운동본부 정책기획국장은 "건축물대장 전환 신청이 승인되면 비영리의료법인에 출연하지 않은 녹지병원 일부는 의료법이 정한 부대사업 외 다른 사업을 할 수 있다"면서 서귀포시에 조성된 'WE호텔'과 같은 "'메디텔' 사업 가능성을 우려했다. 

메디텔이란 한 건물에 병원과 호텔을 입주시켜 치료와 숙박을 동시에 지원하는 형태로 공공의료계에서 "영리병원의 전단계"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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