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연구원장 예정자. (사진=제주도의회)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예정자. (사진=제주도의회)

민선8기 오영훈 도정이 의원 내각제 형태의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양덕순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58)를 제주연구원 원장에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주연구원 제12대 원장 후보자에 선임된 양덕순 교수는 지난 6월 다함께미래로준비위원회(오영훈 제주도지사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마련한 '도민공감 정책아카데미'에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모델로 '기관통합형'을 처음 제시한 인물이다. 

기관통합형은 의회가 자치단체 견제기구로 기능하는 현 제도와 달리 의결기능과 집행기능을 단일기관으로 통합하는 구성을 말한다. 

당시 주제발표를 맡은 양 교수는 전국 최초로 기관통합형 기초자치단체를 제주에 설치해 기관구성 다양성을 선도하고 지방분권 2.0시대에 부합하는 정부간 새로운 관계를 설정해보자고 주장했다. 전국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기관통합형을 제주도에서 실험해 보자고 언급한 것. 

양 교수가 기관통합형 제시 후 약 한달 뒤인 7월 오영훈 지사는 제주도발전포럼 특별강연회에서 기관통합형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해 '도의회 패싱' 논란과 '답정너(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뜻)' 우려가 나왔다.

양 교수가 내정된 제주연구원은 제주의 싱크탱크로서 제주 정책의 허브 역할을 하는 제주도 출연 연구기관이다. 

문제는 '폴리페서(정치교수)'로 평가되는 양 교수가 제주연구원 자리에 앉게 되면 관련 연구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냐는 것. 

도 출연기관의 경우 도지사의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상황에서 정권 친화적인 인물이 연구원장이 되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2022년 10월 4일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내정자에게 질의하고 있는 한권 의원(사진=제주도의회)
2022년 10월 4일 양덕순 제주연구원장 내정자에게 질의하고 있는 한권 의원(사진=제주도의회)

한권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일도1·이도1·건입동)은 4일 진행된 제주연구원장 인사청문회에서 "제주연구원장이 되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 연구 과정에 직간접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면서 연구에 있어 객관성, 중립성,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에 양 교수는 "제가 전국에서 시도되지 않은 기관통합형을 제시한 이유는 다양한 기관구성을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로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설득하기 용이하고 도 본청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나타난 제왕적 도지사 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 정부 설득 논리 개발을 위해 제주도를 또 다시 정책 실험장으로 이용하자는 말이냐는 질타가 나왔지만 양 교수는 "저는 학자로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더 적합한 기관통합형 모델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세부적인 내용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중심으로 만들어간다. 제주연구원이 어떤 협의를 하거나 도움을 준다는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고 했다. 

도민사회에서도 "도지사 허수아비 앉히기"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한 동안 지근거리에서 양 교수를 지켜본 제주대 관계자는 "논문 등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학자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지만 정치적 행보에 있어서는 전형적인 '폴레페서'"라면서 "도지사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연구 결과를 이끌어 낼 지는 염려된다"고 했다.  (☞관련기사: [기초도입_어떻게?] '기관통합형'은 과연 '제주형'인가?)

한편 오영훈 도정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도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15억원을 들여 오는 2023년 12월까지 진행되며 현재 행정개편위원회를 중심으로 과업지시서를 논의중이다. 

용역 결과에 따라 대안에 대한 주민투표와 제주형 기초자치 단체 출범을 준비한다는 계획이지만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도가 결론을 정해놓고 행정체제 개편을 진행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도의회는 지난 추가경정 예산안 심사 당시 관련 연구용역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명칭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등을 위한 공론화 추진’으로 바꿔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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