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소희 기자)
(사진=박소희 기자)

관광객 1500만 시대. 제주도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경제의 양적성장에는 기여하고 있으나 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과연 행복할까?

제주관광서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대규모 사업장 내 노동자의 처우조차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에서 관광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서비스연맹과 관광레저노조는 13일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는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이번 연구를 진행한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이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설문과 면접을 통해 진행됐고, 숙박업·카지노·관광지 시설·골프장·여행사·렌터카·기타에 종사하는 관광노동자 255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가 도내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 중심으로 이뤄진 데다 많은 양의 표본을 얻지 못해 제주도 관광서비스업 노동조건에 대해 대표성을 갖기는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관광산업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나 통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금과 소득 △노동시간과 휴가 △안전과 건강 △고객에 의한 괴롭힘 △직장만족도와 노조에 대해 분석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도라고 입을 모았다.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 (사진= 박소희 기자)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 (사진= 박소희 기자)

최대근 관광레저산업노조 위원장은 개회 인사를 통해 “제주도는 7만 명 이상이 관광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처우는 (전국과 비교해도) 매우 열악하다. 산업 중심, 투자 중심, 기업 중심 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관광산업에 대한 투자와 안정적 고용을 위한 투자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사업장에서도 최저임금을?


실태조사가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임금은 낮고 노동강도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 월급수준
연령대별 월급수준

응답자 월 평균 임금은 세전 약 249만4000원이었으며 1/4 가량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특히 100인 미만의 사업장 노동자 평균 임금은 222만원으로, 45% 이상은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원 미만을 받고 있었다. 

연령대별로 살피면 20대 90% 이상이 250만원 미만을 받고 있었으며, 30대도 65% 이상이 250만원 미만이었다.

40대부터는 300만원 이상도 40% 가까이 되지만 250만원 미만도 40%를 넘었다.

50대 이상부터 다시 250만원 미만이 61.9%로 많아져, 저임금 비숙련 일자리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장귀연 소장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까지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 평균 임금 수준은 더 낮아질 것"이라면서 "대규모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임금이 높지 않았다"고 했다. 

노동시간은 주 5일이 약 70%를 차지했지만 초과해서 일하는 경우도 25%나 됐다. 1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약 45%는 주 5일을 초과해서 일한다고 응답했다. 

장귀연 소장은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8시간 미만 파트타임 노동자가 많았는데,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시간제 노동자가 6~7일을 일하며 주40시간을 맞추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관광산업은 주말이나 휴일 영업이 필수인데다, 숙박업의 경우 24시간 영업을 하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들에게 워라벨은 어렵다.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LEK지부는 19일 오전 9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신화월드 카지노 기습 구조조정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관광서비스노동조합 LEK지부는 19일 오전 9시 30분 제주도청 앞에서 제주신화월드 카지노 기습 구조조정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박소희 기자)

따라서 교대제를 해야하는 경우 스케쥴에 민감한데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비율이 47.7%나 됐다. 

응답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도 어렵다. 스케줄이 나와봐야 아니까. 시간이 나면 만나자 이렇게 되고, 만나서 뭘 하자 이런 건 안된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관리자 성향에 따라 2~3개월 정도 스케줄을 고정해주는 곳도 있는 반면 일주일 단위로 바뀌고 다음주 일정을 이틀전에 통보 받는 업장도 있었다.

연차는 60% 이상이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응답했지만 장귀연 소장은 "연차를 사용하면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아프면 쉴 권리?...'그림의 떡'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 제정, 상병수당제도 시범실시 등 최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자상이나 화상 등 업무 중 다친 것에 대해 산재처리나 공상처리를 하는 것도 큰 사업장에서나 가능하고 소기업은 자비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 (사진=박소희 기자)
장귀연 노동권연구소 소장 (사진=박소희 기자)

장귀연 소장에 따르면 응답자 중 조리직 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오래 일을 하다보면 근골격계 질환이 나타난다. 

한 노동자는 "근골격계 질환도 산재가 될 수 있다고 들었는데, 까다롭다고 하고, 그래서 산재처리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면서 노동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상병수당제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아픈데 쉬지 못하는 이유는 일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해서라는 답변이 82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동료에게 미안해서, △회사 눈치가 보여서, △어차피 내 일이라 해야하므로, △일하지 않으면 돈을 벌 수 없으므로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상병수당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인력 충원이 우선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관광산업의 경우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퇴사자가 많은데, 고용 기피와 구인난으로 충원이 되지 않아 상시 인력이 부족한 것. 

또한 고객 괴롭힘에 대한 직원 보호의 경우 "보호조치가 있다"는 응답이 64.8%를 차지했지만, 이는 상급자가 대신 해결하는 형태로 고객을 달래서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는 조치이지 '진상고객 업장출입 금지'나 상담 치료 등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조치로 보기 힘들어 대책이 요구된다. 


직장 만족도는 어떨까 


만족도 조사의 경우 임금에 대한 불만이 68%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회사복지와(21.5%) 업무량(11.3%) 순으로 나타났다. 

만족도 (사진=박소희 기자)
만족도 (사진=박소희 기자)

향후 1년 내 이직 의사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무려 44.5%로, 2·30대 젊은 층에서 이직 의사 비율이 높았다.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설문응답자 중 34.5%가 조합원이고 65.5%가 비조합원이었는데,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80%가 넘었다. 

한 노동자는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게 눈에 보이는데, 답답한데, 어디다 얘기할 데가 없어서"라면서 "우리 20대들은 노조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전에 있던 데는 노조가 있어서 무슨 일이 생기면 노조가 조치를 하고 그랬다. 지금은 노조가 없으니까 뭐든 혼자 알아볼 수밖에 없다. 노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면접 당시 말했다. 

장귀연 소장은 "노조가 교섭 등을 통해 임금이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으로 회사에 대응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의 대변자로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인터뷰"라고 했다. 


대안들


장귀연 소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대기업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비체계적인 조직 운영이나 직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부문에 실망하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었다"면서 조직공정성과 노동조합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사관리론 분야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임금 보상 승진 등 배분이 공정하고, 배분 과정이 공정한 절차에 따른다면 노동자의 직업 만족도와 조직 헌신도는 높아진다. 따라서 '배분공정성'과 '절차공정성'은 인사관리의 핵심이다. 

임정현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위원장은 "카지노산업은 제주도 대표 산업 중 하나인데 카지노 노동자들의 처우 및 보호조례가 없다"면서 관광산업에 축적된 자본이 노동자들에 환원될 수 있도록 실태조사 결과를 관련 부처가 관심 있게 봐줄 것을 당부했다. 

서영표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서영표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관광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기업화가 물가 상승, 부동산 폭등, 교통 혼잡은 물론 쓰레기와 오폐수 처리 문제 등을 야기했다면서 노동문제는 제주도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동 문제는 산업구조 개편이나 기후위기 문제 등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보여주기 식 용역이 아니라 '백서' 수준의 균형감 있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조 조직에 관해서는 "20~30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식조사부터 진행해야 한다"면서 "청년세대 노동자들은 조직에 참여하고 공동행동 책임은 부담스럽지만 권리를 대변하고 보호해줄 대리인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80% 넘는 응답자가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피상적인 통계가 아니라 심층적 의식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2005년 500만명이던 연간 제주 관광객은 2013년 1000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 2016년 158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김명호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주지역본부 본부장(왼쪽)과 임정현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위원장 (사진=박소희 기자)
김명호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주지역본부 본부장(왼쪽)과 임정현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위원장 (사진=박소희 기자)

김명호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주지역본부 본부장은 "관광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축적된 자본과 자원을 취하려는 이들은 많은데 서영표 교수가 언급한 (그로 인한 부작용) 것과 관련해서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김명호 본부장은 "관광산업 노동자는 통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통계가 없다는 것은 대책조차 세울 수 없다는 의미"라면서 관광산업 전담 부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 관광노동자가 웃어야 제주도 관광산업의 미래가 열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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