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영훈 지사는 국토부에 제2공항 주민투표를 즉각 요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가 2일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영훈 지사는 국토부에 제2공항 주민투표를 즉각 요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박지희 기자)

지난 3월 6일 환경부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동의)’를 국토부에 통보했다. 바로 이틀 후 국토부가 기본계획(안) 보고서를 제주도에 송부하면서 제2공항관련 논란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와 협의 내용에 대해서는 ‘제주도 패싱’이란 말까지 나올 만큼, 반민주적이고 제주도를 철저히 배제하는 과정이었으며, 기본계획(안)을 제출한 이후엔 ‘속도전’이란 말까지 동원됐다.

이어지는 기본계획의 고시, 환경영향평가절차 등의 과정에 대해서는 ‘제주도의 시간’이 될 것이란 분석과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시간’은 국토부와 환경부가 밟아왔던 반민주적이고 ‘속도’중심의 시간이 아니라,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강조했듯이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중심에 놓여질 것인가?

공항건설은 기정사실화하고, 제2공항 건설과 현공항을 확충이란 ‘방향’을 검토하는 시간이 될 것인가?

제2공항 건설이 낳을 수 있는 조류서식지 파괴,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의 서식 환경변화, 숨골의 파괴 및 지하수위의 변동, 공항건설과 운용으로 인한 하수 및 폐기물처리의 문제 등 제주도의 생태환경에 끼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수없이 거론되었으므로 이 글에서까지 굳이 언급하지는 않으려 한다. 앞으로 있을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절차에서도 이 부분은 가장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국토부나 환경부도 이 점에 대해서는 자기 나름대로 검토를 했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문제는 제2공항 건설을 통해 얻는 이익(누구의 이익인지. 어떠한 이익인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말로 대치한다.)과 비교하여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보완’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것이다.

환경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정당. 기업계와 지역주민의 일부도 이러한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제주도지사도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 하며, 제2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명확한 찬반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제주도출신 국회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마찬가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후 제2공항건설에 이르는 절차가 ‘제주도의 시간’을 넘어서, ‘제주도민의 시간’이되기 위해서는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돼야 한다.

이러한 주민투표는 현재 주어진 법·제도적 조건에서 제주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국토부 등 정부가 벌이려고 하는 ‘속도전’에 맞설 수 있는 강한 힘이기도 하다.

주민투표를 통해 제2공항에 대한 찬반의 결정을 묻는 과정은 제2공항건설이 갖는 환경생태적 영향 뿐만 아니라, 관광객 수의 증감여부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제주도의 산업구조 등 제주도의 사회경제적 조건과 상황에 대한 논의까지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즉 ‘속도’에 대한 문제제기 뿐만 아니라 ‘방향과 내용’에 대한 문제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으로 전 도민의 의사를 논의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과 내용’관련해 제2공항 건설이 현재 전 지구적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는지 살펴볼 일이다.

기후위기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배출에 의해 야기된다.

비행기는 온실가스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교통수단이다. 유럽환경협회에 따르면 1인당 탄소배출량은 비행기>자동차(1인만 타는 경우)>기차>자동차(여러명이 타는 경우)>버스 순이다.

이처럼 비행기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음에 따라 프랑스에선 2021년에 고속철도로 2시간 30분 이내 이동이 가능한 국내선 항공 노선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오스트리아도 비슷한 제도가 시행중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제주도를 오가는 노선을 제외하고 국내 대부분 항공노선은 폐지해야 할 것이다.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항공사를 포함해 전 세계 120개국 290여 항공사가 회원사로 있는 항공운수협회는 2021년에 열린 총회에서 2050년에 탄소순배출량을 ‘0’으로 하는(넷 제로) 탄소배출감축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현재 항공기 운항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는 전 세계 배출량의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항공업계의 탄소배출감축 결의는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도 2020년에 2050년 탄소중립선언을 한 바가 있다. 이처럼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전 지구적 노력과 항공부문의 동향에 비추어 공항건설은 이에 역행하는 처사다.

수요증가의 추세가 누구러질 수 밖에 없는 항공이용객 수의 예측전망에 따르면 불필요하고 경제적으로도 매우 비효율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최근 항공운항횟수의 감소로 제주도민의 항공이용이 제한되었던 것처럼 육지를 오고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제한적인 제주도민의 입장에서 어쩌면 ‘이동할 권리’가 제한당하는 시기가 다가올 수도 있다.

제주도민 입장에서 보면 제2공항보다도 ‘이동할 권리’를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해질지 모른다.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
2021년 2월 8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쓰레기 매립장 풍경.(사진=김재훈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도의 ‘관광수용력’ ‘생태수용력’에 대한 문제도 있다.

제주공항 이용객 수는 2016년 2948만명, 2019년 3100만명을 기록했고, 관광객 수는 2018년 1430만명, 2019년 1528만명이다. 공항이용객 수의 대부분이 관광객임을 알 수 있다.

제주도보다 면적이 10배가 넘는 국제적인 관광지인 하와이의 관광객 수가 2018년에 1290만명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제주도를 오가는지 알 수 있다. 이른바 ‘과잉관광(Overtourism)’의 문제가 대두되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서는 임야, 농경지, 목장용지 등이 개발로 사라지고, 곶자왈 등의 생태계 훼손, 쓰레기·오폐수로 인한 오염, 지하수 고갈 및 오염, 부동산 가격 폭등 등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가 속출하는 중이다.

세계적 유명관광지인 베니스와 바르셀로나에서 관광객이 오는 것을 ‘관광이 아니라 침공이다’라며 대규모관광 반대시위를 벌이는 이유이다.

문제는 관광이 제주도민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제주도 GRDP(지역내 총생산) 중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20%로 전국최고수준이다. 감귤을 비롯한 농업 비중(27%)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규모다. 

관광산업 종사자 수도 7만명 정도에 달하고 있다. 제주도민의 상당수가 공항이용객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얘기이다. 관광객 수와 연동된 관광 관련 산업의 성장과 종사자 수의 증가는 제2공항 건설이 해당 지역 뿐 아니라 제주도민 전체의 삶과 연결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기후위기 시대, 관광산업에 도민 미래를 맡겨도 괜찮을까?

도내 생태수용력 역시 제주도민의 삶과 직결돼 있다. 자본 중심의 관광은 노동과 자연의 착취를 전제로 한다. 제주도 산업구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기후위기시대 제주도 미래는 담보할 수 없다.

기후위기는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문제다. 따라서 공항 건설은 ‘체제전환’ 관점에서 환경생태 문제이자 사회경제적 문제로 풀어가야 한다. 제2공항 건설은 ‘이전처럼 하던 그대로’(Business As Usual) ‘관광객 수를 늘리고 관광산업을 성장시키는 것’을 반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제2공항건설에 6조 6743억원 규모의 돈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 돈의 대부분은 건설자본과 부동산소유주의 손에 쥐어질 것이다. 아마도 그 돈의 대부분은 대한민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것이다. 제주도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제주도민의 삶과 생활, 미래를 저당잡고서 말이다.

제2공항건설관련 거론되는 ‘제주도의 시간’은 몇 개월간의 길지 않는 시간일 수 있지만, 제주도민의 기나 긴 미래를 결정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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