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및 전국 농·어민 생존권 사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전국대회' (사진=박소희 기자)
'제주도민 및 전국 농·어민 생존권 사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전국대회' (사진=박소희 기자)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로 인해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능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려는 일본정부 방침을 두고 논란이 한참이다.

지난 4일에는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며 ‘방류에 따른 인체, 환경적 방사능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방류 방침을 권장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방침이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우려를 제기했다’라는 내용도 담았다. 

‘방류 결정은 일본정부의 몫’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책임 회피 내용도 적시했다. 

모순된 IAEA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찬반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집권여당과 정부는 보고서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에 야당인 민주당의 의원은 ‘깡통·용역보고서’라고 평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IAEA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이해당사국의 하나인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우리는 IAEA 보고서가 일본의 해양 방류를 위한 ‘부적’이나 ‘통행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보고서의 내용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 검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기 보기 힘들다. 

제목에 ‘후쿠시마 다이이치 핵발전소에서 ALPS(다핵종제거설비장치) 처리수 취급의 안전 관련 측면’에 관한 것이라고 적시돼 있듯, 주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제출한 방안과 계획을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시료분석과 해양퇴적물, 어류, 해조류를 대상으로 한 환경시료에 대한 분석결과는 보고서에 실려 있지 않다.

이에 대해서는 올해 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언급돼 있는 정도다.

핵심 쟁점인 ALPS 성능에 관한 내용도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에서 제출한 샘플만으로 분석 하고, 샘플 분석이 다 이뤄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 서문에서 IAEA사무총장은 ‘보고서는 IAEA의 검토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나타내며, 우리의 임무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제 막 시작’이라고 얘기해놓고,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IAEA 스스로 논란을 자초하고, 보고서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또한 오염수처리에 대해 도쿄전력의 해양방출방안 이외에 다른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하지 않았다.

2018년에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문기관인 ALPS소위원회는 공청회를 열고 다섯가지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양방출, 수증기 방출, 수소 방출, 지하매설, 지층 주입이 그것이다. 다섯 가지 방안에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은 가장 돈이 적게 드는 해양방출을 선택한 것이다.

즉 IAEA의 보고서는 후쿠시마 핵 오염수의 안전성을 확인해 준 보고서가 아니다. 불충분한 내용, 책임 회피 등 여러 가지 한계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보고서다.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제주 해녀 (사진=강순아)
핵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피켓을 들고 있는 제주 해녀 (사진=강순아)

사실상 예견된 결과다. IAEA는 ‘핵발전 진흥’을 목적으로 하며, 핵산업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제기구라서다. 

이번 보고서는 핵 오염수 투기 국가들의 면죄부로 활용 될 소산이 크다. 

일본뿐만 아니라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는 국가가 보고서를 근거로 핵오염수의 해양 투기 정당성을 확보함 셈이라서다. 

보고서의 내용을 두고서 윤석열 정부나 집권여당이 마치 일본정부나 도쿄전력을 대리하듯이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안전성이 최종적으로 확보된 것처럼 홍보하고 설명을 하는 어이없는 작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은 더더욱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준다.

일본정부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류의 근거로 바닷물을 통해 정화돼 태평양에 방류될 오염수의 삼중수소 수치는 국제 수준보다도 더 낮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사고로 오염된 핵폐수와 정상적으로 가동되는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긴 하지만 실제로 전 세계 핵 발전소들이 후쿠시마 오염수보다도 삼중수소 함유량이 높은 폐수를 정기적으로 배출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국 핵발전소가 2019년 한해 배출한 삼중수소는 총 366조베크렐이며 이중 바다에 배출한 것은 204조베크렐이다.

2019년 일본 ALPS위원회는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가 856조베크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내 전체 55기 원전에서 2020년 한 해 동안 배출한 삼중수소 총량은 1054테라베크렐(T㏃)이었고, 한국은 2022년 214T㏃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이보다 더 많다.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를 문제삼는 것은 사람의 건강 및 물고기 등 해양생물과 생태계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생수에도 삼중수소가 포함돼 있다면서 삼중수소가 끼치는 위험은 무시할 만하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핵발전 인근 지역주민의 암발생과 방사선과의 연관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능물질이 사람의 건강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전혀 없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다는 것이 과학적 진실이다.

아울러 핵산업계를 비롯한 핵전문가 등 핵 이해관계자들은 핵발전 사고와 안전에 대해 충분히 대비를 하고 있고, 가능성이 몇백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자부하지만, 이미 미국의 드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의 발생에서 보여지듯 핵발전의 ‘안전신화’는 허구임이 드러난 바가 있다.

핵발전소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2023년 7월 현재 한국에는 20기의 핵발전이 가동중이고, 5기의 핵발전이 정비 중이거나 운전 정지 중인 상태다.

윤석열정부는 핵발전 비중을 더 확대하겠다고 천명했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려는 중이다. SMR(소형모듈핵발전)이란 새로운 핵산업의 육성마저 천명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사기성 명분’을 추가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적으로 거론되는 핵발전과 수소를 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는 ‘RE100’대신에 한국에서만 사용되는 ‘CF100’(Carbon Free 100)이란 용어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심지어 핵이해관계자[‘핵피아(핵+마피아)’ 라고 일컫기도 한다.]들은 핵발전 비용이 가장 싸다는 거짓선동도 과감히 전개한다.

핵발전에 대해 무한한 신뢰라는 ‘이념’에 결박돼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류에 대해 일본정부와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윤정부의 입장은 핵발전에 대한 태도와 핵과 연계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려는 데에서 기인한다고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핵발전은 건설하는 데에 긴 시간을 요하며,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해 건설하려는 지역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이 점점 낮아짐에 따라 핵발전소의 발전원가비용이 싸다는 것도 과거 일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은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쓰레기인 핵폐기물은 처리할(저장하고 폐기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한국의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발전소내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중인데,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처해 있는 중이다.

SMR은 작은 핵발전소일 뿐이며, 상용화해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을지, 언제 가능할 지 불확실하다.

따라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방류를 계기로 이제는 핵발전소 운영과 확대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핵발전산업 및 그걸 통해서 이득을 보는 소수 기득권자들을 위해 대다수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 및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핵발전은 더 이상 지속되어선 안 된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