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전반적인 삶이 바뀌어야 한다. (사진출처=World Economic Forum)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이루기 위해 인간의 전반적인 삶이 바뀌어야 한다. (사진출처=World Economic Forum)

“인류가 얇은 얼음 위에 서 있고, 그 얼음은 빠르게 녹고 있다. 기후 시한폭탄이 똑딱이고 있다.”

현재 기후위기 현실에 대한 유엔사무총장의 경고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이하 IPCC)가 올해 3월에 열린 58차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한 ‘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를 두고서 한 말이다.

이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전 지구 지표 온도는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1℃ 상승하였고, 지구온난화가 심화되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2015년 전 세계 200여개 국가가 맺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이 10년 남짓 밖에 안 남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지키기 위해 인류가 쓸 수 있는 탄소예산은 5000억톤밖에 남아 있지 않다. 2019년 전체 온실가스의 연간 배출량이 590억톤인 것에 견줘보면, 향후 채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미 해수면 상승이나 남극 빙상 붕괴, 생물다양성의 손실 등 일부 변화들은 불가피하거나 되돌이킬 수 없다고 언급하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긴급한 기후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제주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 단위=tCO₂eq  (자료=환경부 제공)
제주도 온실가스 총 배출량. 단위=tCO₂eq  (자료=환경부 제공)

우리나라에선 2021년 9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었으며, 이 법에 따라 올해 3월 20일 윤석열 정부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본계획은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써, 2050년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실현을 위해 국가전략과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이를 실행하기 위한 감축정책 및 이행기반 강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1차 기본계획은 윤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및 녹생성장 추진 의지와 정책 방향을 담은 청사진이라 한다.

정부 부처 장관 및 민간위원 등 55명으로 구성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80여 회의 회의와 연구분석, 20여개 정부부처의 참여, 20여회의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했지만 기본계획은 국제적으로 기후위기대응에 소홀한 ‘기후악당국가’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딱 걸맞는 수준이며, 오히려 더 후퇴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온실가스감축목표치는 IPCC가 권고하고 있는 2019년 대비 43%에 못 미치는 34% 감축에 불과하고.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는 문재인정부 때의 14.5%에서 11.4%로 그 비중을 낮춰서 기업의 이해를 충실히 반영하고, 현 윤정부 기간보다 다음 정부기간에 더 많이 감축하도록 하여 감축의 책임을 다음 정부로 떠 넘기는 뻔뻔함을 보인다.

탄소배출을 가장 많이 하는 석탄발전은 유지하면서도 위험한 원자력발전확대는 지속하며, 그것이 기후위기대응의 유력한 방법이라는 왜곡도 서슴치 않는다. 기후위기에 가장 피해를 입는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을 위한 대책은 알맹이 없는 ‘지원’만 되뇌일 뿐, 이들을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내세우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반면에 기업의 먹거리를 챙겨주는 대책은 매우 촘촘하고 세밀하게 제시한다. 정의롭지 못하고, 기업의 이익에 충실하며, 탄소감축목표도 이루지 못하는 ‘기후악당국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기후재앙을 심화시키는 종합판이라 할 만하다.

제주도는 어떠한가? 제주도는 2008년 탄소 없는 섬의 개념을 발전 목표로 의제화하고 2012년 본격적으로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을 도입하여 현재까지 탄소없는 섬으로의 전환을 지속 추진하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 시대로의 이행을 선도했다고 알려진다. 중앙정부보다 10년 정도 앞선 셈이다. 그러면 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에너지수요관리, 융·복합신산업 등을 주요과제로 추진했던 정책의 효과는 성공적인가?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제주도에서의 온실가스배출량은 2012년 711만4300t으로 최근 30년 중 가장 최고치였다가 2013년과 2014년에는 소폭 감소하다 그 이후에는 증가 추세라고 한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온실가스종합정보통계에 따르더라도 수치는 다르지만 추세는 똑같다. 기록상 가장 최근인 2019년 배출량은 2012년에 근접한다. 카본프리 정책의 효과가 3년을 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전기자동차를 늘리더라도 전체 자동차 운행 횟수와 숫자를 줄이지 못하고, 태양광·풍력발전을 확대하더라도 석탄, LNG발전을 줄이지 않는, 융복합 신산업이란 그럴 듯 해보이는 신성장 산업추진 정책은 온실가스배출량을 줄이지 못했음이 증명된 셈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는데 효과가 미미했던 것이 원래 제시했던 정책목표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원래 정책자체가 잘못된 방향으로 설정된 것인지에 대한 면밀하고 자세한 평가가 있어야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평가에 기초한 정책방향과 내용의 재설정이나 목표의 제시는 이뤄지지 않은 듯 보인다.

지난해 11월 제주도 탄소중립정책의 컨트롤 타워라고 할 수 있는 도지사 직속으로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제주도의 탄소중립과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목표·기본계획, 이행점검 등 관련 사업을 통합하고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29일 제주CFI미래관에서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사업 착수 및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 발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CFI미래관에서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사업 착수 및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 발표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오영훈 도지사는 출범식에서 “민선8기 제주도정은 제주를 탄소중립 친환경 재생에너지의 메카로 만들고 에너지 혁신기반을 마련해 ‘2050 글로벌 탄소중립 도시 제주’를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에는 올해 말까지로 예정된 ‘제1차 제주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발주했다고 한다. 이 용역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주지역 특성을 고려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특성 분석 등을 통해 국가계획과 연계한 중장기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수립하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심의·의결하는 게 주된 역할인데, 그 역할을 ’용역‘에 기반한다고 하니, 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무엇을 하는 기구인지 의아하다.

그리고 지난 1월 발표된 ‘제주 에너지대전환 로드맵’은 기존 카본프리정책을 재탕 혹은 확장하는 정도의 내용에 불과하다. 전기수소차·재생에너지 확대에다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추가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온실가스배출을 얼마나 감축할 것이며, 임기 동안에는 어느정도 감축할 것인지를 제시하지 못한다.

총괄조정위원회와 5개 분과위원회(기후변화 위원회, 에너지 전환 위원회, 경제산업 위원회, 도시‧건축‧수송 위원회, 녹색생활 위원회)로 구성되고 67명의 위원이 참여하고 있는 제주도 탄소중립위원회가 윤정부의 방향과 목표가 빗나간 탄소중립계획을 반복할지, 10년 앞서 탄소중립 실현의지를 보였던 선도성을 발휘할지, 결과가 뻔히 예측되긴 하지만 일단은 지켜볼 일이다.

제대로 지켜보고 관심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 도민의 일차적인 의무이기도 하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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