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LNG 기지. (사진=한국가스공사)
제주 LNG 기지. (사진=한국가스공사)

제주도에 화석연료인 가스를 원료로 하는 LNG발전소 2기가 건설될 예정이다. 한국중부발전이 제주시 삼양동 제주발전본부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해 총사업비 4090억원을 투입, 2025년 10월부터 2027년 12월까지 총 27개월 동안 건설할 예정이다. 한국동서발전도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제주에너지공사 부지에 150㎿급 LNG 복합발전소를 신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은 특히 곶자왈 지역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2개의 LNG 150㎿급 복합발전소 건립사업은 정부가 2023년 1월 고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에 따른 사업이다. 정부에 따르면, 이 사업은 제주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으로 △ 제3해저연계선(HVDC) 적기 설치 △ 수소 혼소(혼합) 가능한 300㎿ 규모의 LNG복합발전소 신규 건설 △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 등의 대책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에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의 원인인 화석연료를 원료로 하는 LNG발전소가 정말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LNG발전은 석탄발전보다 적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발전소 건설 추진 측도 “수소 혼소 기능이 가능한 가스터빈을 도입하는 등 최신형 환경설비를 설치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감축하는 등 제주 청정자연에 걸맞는 친환경 고효율 발전소”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아무리 ‘친환경’을 내세운다 해도 가스가 화석연료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LNG발전 과정에서도 그 양이 석탄발전보다 적긴 하지만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된다. 또한 LNG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대기 중에 머무는 기간이 십여 년으로 짧지만, 이산화탄소보다 몇 배나 큰 온실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제주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의 조감도(사진=한국남부발전)
남제주 액화천연가스(LNG) 화력발전소의 조감도(사진=한국남부발전)

LNG발전이 ‘친환경’이란 것은 ‘그린워싱’에 불과하다. 또한 ‘수소 혼소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LNG발전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수소는 ‘그레이 수소’일 뿐이며,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레이 수소란 ‘수소’라는 친환경 에너지원을 생산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 결국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과정을 소요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면 온실가스가 되지 않아서 이는 ‘그린 수소’라고 한다. 또 ‘블루 수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만 온실가스를 포집, 저장하는 장치를 추가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 것을 말한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란 목표를 내걸고 있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LNG발전 추가 건설은 타당하지 않다. 특히 ‘카본 프리(Carbon Free)’라는 목표를 일찌감치 내건 제주도에선 더욱이 LNG발전소 추가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3,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제주도의 전력설비는 2021년 말 기준으로 총2164MW이며, 발전원별로는 신재생(54%), LNG(22%), 연계선(18%), 유류(4%) 순인 것으로 확인된다. 발전량 비중으로는 신재생(39%), 연계선(28%), LNG(26%), 유류(5%) 순이다. 최대전력은 2023년 기준. 여름 1161MW, 겨울 1092MW였다. 향후 매년 전력수요가 2.9% 증가해 2030년에는 여름 1482MW, 겨울 1390M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LNG발전소 추가 건설은 늘어나게 될 전력수요의 대부분을 LNG발전으로 충족시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한 위 계획에는 2031년과 2033년에 150MW급 LNG 발전소 2개를 더 건설한다고 나와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발전을 위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는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제주도청 의견 등 고려’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어 현 제주도정이 ‘카본 프리’의 반대 방향을 추구하는 것 같아서 매우 우려된다.

제주도는 3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국제 기후변화 네트워크 세계도시연맹(언더2연합·Under2 Coalition)’ 총회에 참석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사진=제주도 제공)
제주도는 3일 오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국제 기후변화 네트워크 세계도시연맹(언더2연합·Under2 Coalition)’ 총회에 참석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사진=제주도 제공)

작년에 열렸던 COP28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전 세계가 합의했으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3배로 늘리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 비록 현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홀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더라도 LNG발전 건설은 ‘카본 프리’를 내세우며 재생에너지발전 확대를 주도한 제주도의 미래지향적인 선도성을 훼손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꾀하고자 한다면 에너지 저장장치를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160MW(’24년 65MW, ’25년 45MW, ’26년 50MW) 규모의 저장장치가 예정돼 있는데 이를 더 확충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LNG는 가장 비싼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한 가스 가격의 급등으로 전기요금이 대폭 오른 바 있다. LNG발전의 확대는 그만큼 전기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향후 제주도에서 늘어나는 전력수요의 증가는 주로 관광객의 증가로 인한 서비스업의 증가와 연동된다고 한다. 저출생 및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해 관광객 증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LNG발전은 한번 건설되면 최소 30년 이상 운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전력수요가 예측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면 전기가 과잉공급이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러할 때 전기공급을 줄이려 한다면 LNG발전의 중단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재생에너지에 비해 탄력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제주도 전력공급에서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태양광, 풍력 등의 출력제한이 지금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할지 모른다. 

따라서 지금은 LNG발전 건설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발전 확대에 힘써야 하며, 이에 맞춰서 현재 가동 중인 화석연료발전소도 줄여야 할 때임이 틀림없다. 

강동진 치과의사

제주도의 시골동네에서 마을주민들의 치과주치의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애쓰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권, 생명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다. 기후위기는 인류생존의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다. 성장제일주의에 갇힌 현 체제가 낳은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험했듯 사람의 생명과 주거 등 인권과 깊게 연결되기도 한다. 한반도 최남단 제주도는 기후위기 최전선이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와 현상을 '기후정의'란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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