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도의회 4개 상임위원회는 별도 증액 없는 계수조정안을 예산결산위원회로 올렸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이라고 밝혀놓고, 제주도의회와 제주도는 예산 신경전만 벌이는 모양새다. 

농수축위를 제외한 4개 상임위는 제주도가 제출한 추경안에 대해 "민생 예산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업을 삭감"하고 증액 없는 계수조정안을 예산결산위원회에 올렸다. 민생경제를 위해 도의회가 자발적으로 지역구 사업 등을 이번 추경안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예산 전쟁을 선포한 셈. 

도의회, 집행부 예산 총 433억원 '싹둑'

올해 첫 추경 예산안의 총 규모는 7조 4768억원으로 본예산 7조 639억원 대비 4128억원(5.8%) 증액됐다. 제주도는 이중 1668억원을 종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빼서 추경에 편성했다. 세입 재원이 부족했던 탓이다.

재원이 부족한 제주도가 재정안정화기금까지 뽑아 쓰며 내세운 명분은 '도민 생활 안정화'. 

제주도의회는 추경 심사를 앞두고 "명분에 맞는" 예산 칼질을 예고했다. 제주도가 각종 기념행사 추진 등 관련이 적은 부서 고유 사업과 민생 경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업을 수두룩 포함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먼저 오영훈 도지사 공약 관련 사업 예산으로 835억원도 편성했는데 도내 전문가들이 사실상 "사기에 가깝다"는 그린수소 관련 사업도 이번 추경에 담았다. 

긴급 예산으로 보이지 않는 '제주형 문화예술 마을 브랜드 발굴 지원 사업' '15분 도시 제주 홍보 다큐멘터리 방송 광고 제작 및 송출' 등도 끼워져 있다.

이에 도의회는 행정자치위원회 156억 8000만원, 보건복지위원회 74억 1100억원. 문화체육관광위원회 59억5000만원, 환경도시위원회 109억 4000만원을 삭감한 뒤 한푼도 증액하지 않았다. 삭감시킨 예산은 내부유보금 등으로 전환했다. 

단 농수축경제위원회는 약 34억2000만원을 증액하고 약 6억8000원을 감액했다. 

4개 상임위, 증액 없는 추경 예산 계수 조정...왜?

제주도가 지난해 12월 본예산 편성 당시 의회가 증액한 사업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하면서 도의회와 집행부 간 신경전이 시작됐다.

집행부는 '편성권'을 의회는 '의결권'을 주장하며 예산 심사 후 진행되는 보조금 심의에 대한 입장차를 보였다. (☞관련기사:"도지사 동의한 증액 예산, 다시 손 보는 건 조례 위반")

예산 신경전은 추경까지 이어졌다. 제주도는 이른바 '의원 재량사업비'를 이번 추경에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 의회와 집행부 간 예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제주도의회는 '무증액 예산 담합'에 나서기로 했다. 증액 예산 내역이 없는 경우 도지사 동의 여부를 물을 필요가 없어서다. 

국민의힘 중심으로 꾸려진 농수축위는 이를 뒤집고 약 7억원을 증액했다. 농수축위 이탈로 도의회 의결권 행사는 김이 빠졌다. 

[개방된 송악산 정상부]
[개방된 송악산 정상부]

도의회-집행부 예산 전쟁에 송악산 보전은 '뒷전'

문제는 제주도의회가 송악산 부지 매입 예산 161억원도 삭감하면서 도민을 위한 예산 칼질 명분은 진정성을 잃었다. 

소관 상임위원 행자위 등은 삭감 이유를 "사업과 관련해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제주도의회가 진작에 동의한 사업이다. 

제주도는 난개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송악산을 공공자원으로 보전하기 위해 중국 자본이 소유한 송악산 일대 사유지를 매입하기 위한 예산으로 161억원을 추경에 담았다. 송악산 일대 토지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안'도 함께 의회에 제출했다.

중국 투자사인 신해원유한회사가 송악산 일대에 보유한 사유지를 전부 매입하기 위해 필요한 토지 매입비는 571억원 정도. 모두 지방비로 충당한다.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12월 '송악산 토지매매 기본합의서'를 통과시켰다. 이 합의에 따라 제주도는 전체 토지매입비 중 30%를 올해 안에 사업자인 신해원에 물어야 한다. 따라서 집행부는 이번 추경에 토지매입비 161억원을 편성했다. 

도의회는 이에 제동을 걸었다. 

행자위는 지난 12일 제416회 임시회 회의에서 송악산 유원지 사유지 매입 관련해 제주도가 제출한 ‘마라동해양도립공원 육상부(송악산) 내 사유지 매입’ 등 2건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보류했다. 예산 161억원도 삭감했다.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하고서도 이번 추경에 담긴 송악산 관련 부지 매입 비용을 싹둑한 것. 

일각에서 도민 사회의 이익보다 "의회 의결권을 무력화 시킨 집행부"에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 도의회는 더 중요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도는 "향후 투자자의 사유재산권 행사, 국제소송 제기 등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지만 도의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철남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추경 심의 당시 "송악산 유원지 사업은 원희룡 전 지사의 '송악선언' 이후 투기 자본으로부터 송악산을 보전하자는 취지에서 추진하고 있다"면서 사업의 필요성을 십분 이해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부터 시작된 예결위 계수조정은 오는 18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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