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볍씨학교 구성원들의 모습. (사진=볍씨학교)
다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볍씨학교 구성원들의 모습. (사진=볍씨학교)

요즘 시대에 사람들은 요리를 하나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주로 밖에서 사 먹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습니다. 어느샌가부터는 밀키트가 나와 정말 간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모두 바쁘다는 이유로 이것들을 사용하고 요리할 시간에 개인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됐죠.

하지만 이런 생활에선 중요한 몇 가지 잃는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먼저 자기 삶의 주체성입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런 간편식품만 사용하며 지낸다면 결국 음식을 만드는 기업,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자기 삶의 주체성을 잃게 됩니다. 

다음은 요리로 인한 뿌듯함입니다. 자신의 실력에 더한 노력으로 인해 성장함으로써 얻는 성취감 역시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을 알지 못한 채 점점 자기 요리가 아닌 외부에서 만들어준 패스트푸드들로만 배를 채워가면서 간편식품 생활을 이어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미래에 요리라는 생활은 결국 없어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저희 학교는 매일 밥을 하며 자신의 요리 실력을 키워갑니다.

또한 요리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요리에 정성을 담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 하나하나가 매우 뜻깊습니다. 학교에서 요리할 땐 이 요리를 먹어줄 사람을 생각합니다.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최상의 음식을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깊은 마음을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요리를 하고 있는 볍씨학교 학생들. (사진=볍씨학교)
요리를 하고 있는 볍씨학교 학생들. (사진=볍씨학교)

물론 처음엔 어렵게 만드는 맛있는 요리보단 쉽게 만드는 요리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에 대한 코멘트를 통해 이후엔 매번 요리할 때마다 악착같이 요리를 하게 됩니다. 진심으로 만든 자기 요리로 인해 다른 사람이 기뻐하고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 역시 요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그것을 바라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교에서 밥지기를 하면서 반찬을 만들 때 처음에는 정성을 제대로 담지 않았습니다.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 없이 요리를 했습니다. 그저 빨리 끝내고 자고 싶다는 생각에 간도 안보고 요리를 끝낸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제가 얻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요리를 잘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요리를 하게 됐습니다. 간을 볼 때도 더욱 신중히 했습니다. 동시에 요리 실력까지 올릴 수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밥을 지을 땐 또다른 걱정이 듭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매번 가마솥 밥을 짓습니다. 그때마다 우려되는 상황은 두 가지입니다. 밥이 타거나, 설익는 경우입니다.

밥을 하기 위해 불을 지펴놓지만 정작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없는 상태에서는 가마솥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며 방치하게 됩니다. 결국 밥이 타게 되는 겁니다. 반대로 맛있는 밥을 만드는 것에, 태우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면 결국 불을 약하게 쓰게돼 설익은 밥이 나옵니다. 

매번 이 두 가지 패턴을 반복하다가도 어느 순간 바뀌는 마음가짐으로 밥을 한다면 정말 잘 익은 맛있는 밥과 더불어 황금색 누룽지가 같이 나오게 됩니다. 가마솥 밥 역시 자신의 최선을 다해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리를 하고 있는 볍씨학교 학생들. (사진=볍씨학교)
요리를 하고 있는 볍씨학교 학생들. (사진=볍씨학교)

사실 저는 가마솥 밥을 쉽게 여겼습니다. 계속 손을 움직이는 반찬과는 달리 불만 잘 붙이면 가만히 있어도 되었기에 아침에 밥지기를 할 때 반찬보단 밥 짓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불을 붙이고 불을 보며 졸기도 하고, 심한 날엔 피곤하다는 이유로 불을 붙이고 잠자리로 가서 자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다음날 기상 시간에 일어나 가마솥을 확인해보니 불이 안 꺼진 채로 계속 밥이 되고 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그날 엄청난 양의 탄 누룽지가 나왔습니다. 

또 전에는 통나무를 쪼개는 것이 귀찮아서 나무가 아닌 종이만 가득 사용해 밥을 지었고 나무가 없는 불은 약한 불 상태로 밥을 지었습니다. 밥을 뜰 때 확인해보니 밥은 온통 설익어 있었고 하루 종일 밥을 먹을 때 눈치가 보였습니다. 

이런 두 가지 경험들로 인해 나를 위해서, 또 다른 사람을 위해서 가마솥 밥을 지을 때 더 집중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요리로 인해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며 배울 수 있습니다. 요리가 주는 이러한 이점들을 자신의 편리함만을 우선으로 생각해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앞으로의 청소년들은 이런 자신의 주체성과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많은 요리를 시도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최원재 

안녕하세요. 선흘에서 살고 있고 볍씨학교에 다니는 16살 최원재입니다. 맛있는 밥을 한다는 것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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