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밤낭.(사진=송기남)
조밤낭.(사진=송기남)

'조밤낭'은 참나무과의 늘푸른 상록활엽수 구실잣밤나무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전라도, 경상남도까지 분포하지만 제주에서는 키 큰 상록수중에 그 개체수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제주 사람들은 조베낭, 조밤낭, 제밤낭 등으로 부른다. 가장 따뜻한 서귀포 천지연과 정방폭포, 중문 천제연, 안덕계곡에서 부터 냇가를 따라 한라산 정남쪽으로는 해발 700고지 까지도 자생한다.

서광, 화순 곶자왈과 제주시 동백동산 곶자왈에는 대단위로 자생하는 수종이다. 일년 사계절 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여름인지 겨울인지 계절 구분이 안될정도로 언제나 푸른숲이 우거져 있다.

'조밤'이라는 뜻은 한글 아래아 발음상 졸다는 뜻이다.

제주말에서 '잘다'는 '졸다'이다.  열매가 밤이면서 매우 잘다는 말이다. 잘다는 졸다; 젠젠하다해서 제밤으로도 불리우게 된다. 그래서 아래 받침자에 'ㄹ'과 '느'를 탈락시키고 조밤과 제밤으로 불리우게 된다.

구실잣밤나무는 상록수 중에서도 매우 속성수다. 20~30년을 키우면 어른 두팔벌리고 한아름 정도로 굵어지며, 40년 이상이면 통널로도 문짝을 만들수가 있었다.

제주에 곶자왈 속으로 들어가 보면 다른 나무들은 예전에 잘렸던 자리에서 여러개의 맹아가 올라와 여러줄기가 같은뿌리에서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구실잣밤 나무는 한번도 잘린적이없이 원줄기가 통으로 자란다.

이것은 숯가마에서 숯을 구워서 내다팔때 숯을 생산하는데에 베어내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같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해 애써 생산한 숯이 제값을 받을려면 숯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품질좋은 숯은 구실잣밤나무에서는 나올수가 없기 때문이다.

나무숯을 구워내어 막대기로 두둘겨 보고소리가 쨍쨍하면 최상품이고 푸석진 소리가 나면 돈받고 팔수있는 숯이 못된다.

구실잣밤나무는 불에 태웠을때 너무 빨리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실잣밤 나무는 숯으로서는 효용가치가 없고, 생나무는 잘라보면 쉽게 잘려서 목재로서도 효용가치가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목재로서 매우 단단한 나무다. 생나무를 잘라서 습한 곳에 두면 빨리 썩어버린다. 나무를 목재로 쓰기 위해서는 잘라서 물기가 마르기 전에 목재로 만들어놓고 바싹 건조시켜야 한다. 한번 재대로 건조시켜놓으면 너무 단단하여 대패질이 쉽지 않다.

그래서 옛날 제주 하루방들은 생나무를 잘라서 귀자귀(날)이 넓은 자귀를 써서 세로로 쪼개놓고 깎아내 마루바닥용 목재나 통문짝을 만들었던 것이다.

조밤낭.(사진=송기남)
조밤낭.(사진=송기남)

제주시내와 서귀포여고 일주도로변에도 한때는 가로수로 많이 식재했던 나무다. 이렇게 심어놓은 가로수가 언제부턴가는 빗자루병이라고 하는 병에 시달리다가 죽어가고 있는것을 보게되어 안타깝다.

제주시 공원녹지과에서는 식물의 생리와 생태에 무한건지 가지치기를 적절한 시기에 하지 않고 봄이나 여름에 잘라서 문제다.

나무를 자를때는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잘라야 한다. 벌레들이 활동하는 늦봄과 여름에는 잘라낸 부분에서 세균과 벌레들이 침범, 나무를 병들게 만든다. 

어린 그 시절, '꽃피는 5월이 오면 조밤낭 아래로 처녀 총각이 같이 다니지 말라'고 하던 옛날 동네 하르방들 말씀이 무슨 말인지를 몰랐었다.

궁금한걸 못참는 나는 왜 그런지를 물어보곤 했었다. 어른들은 어린 나에게 자세히 말해주지 않고 '조밤낭 고장피민 홀아방내가 난다'고만 말씀하셨다.

세월이 흘러서 성년이 되고 봄바람에 흩날리는 밤꽃 향기가 건강한 남자의 냄새였다는 것을 알게되어 혼자 웃음이 나온다.

우리 지구에 살아가는 식물이나 동물, 사람이나 생태 생리는 어쩔수없이 공생 공존속에 그 영역을 서로 지키며 살아야 할 것이다. 열매는 10월에 익어 열매를 감싸고 있던 포껍질이 세쪽으로 갈라져 떨어진다.

땅콩처럼 볶아서 까먹어도 고소한맛이 있고 생열매를 씹어먹어도 맛있다. 잣처럼 수정과에 띄워 먹어도 좋고, 껍질벗기고 갈아 쌀죽에 조금씩 넣어서 먹어도 그맛이 아주 좋다. 

송기남.

송기남. 서귀포시 중문동에서 출생
제민일보 서귀포 지국장 역임
서귀포시 농민회 초대 부회장역임
전농 조천읍 농민회 회장 역임
제주 새별문학회 회원
제주 자연과 역사 생태해설사로 활동중
제주 자연 식물이야기 현재 집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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