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하나도 없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책은 많은 말을 한다.어느 날 강아지는 찻길에서 버려진다. 자동차에서 내던져진다. 강아지는 그 차를 따라서 숨이 턱에 닿도록 뛴다. 하지만 차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그 차를 운전하는 어른은 개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할 것 같으니 차장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뒤를 돌아본다. 강아지는 하나의 점이 되어 멀리 떨어졌다. 강아지를 버린 사람 마음은 어떨까.내가 살고 있는 제주 지역에서 유기되는 개가 하루 50마리가 넘는다. 한 달 2000마리쯤 된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까지 와서 강아지를 버린다.
그림책 『디어 마이 호근동』은 독립출판사 ‘인터뷰’에서 제작됐다. 짐작했겠지만, 이 출판사는 인터뷰 책방이 운영하는 곳이다. 책방 이름을 ‘인터뷰’로 정할 때, 부부는 ‘제주와 삶을 깊이 보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지속가능한 제주를 만들어갈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다. 지금은 ‘폭넓고 다양한 시선으로 제주 바라보기’로 시야를 넓였다. 함께 나눠야 할 주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제주의 마을 어르신들에게 초점을 맞췄던 『디어 마이 호근동』을 비롯해 ‘독립출판사 인터뷰’에서는 지금까지 모두 3권의 책을 냈다
제주도 어디선가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면 그 자리에서 풍경과 함께 흔들리는 음악 소리에 귀를 열면 좋을 것이다.제주도 곳곳을 다니며 자연과 어우러진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모임이 있다. 전직 영어교사, 직장인, 농부, 초등교사, 소방관 등으로 구성된 바숨(바람이 숨결이 될 때)이다.설문대할망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풀어낸 『큰할망이 있었어』를 낸 김영화 작가가 새 책을 출간했다. 동료 예술가들과 동광리 어르신들과 함께 조 농사를 지으며 만든 『무등이왓에 부는 바람』(김영화, 이야기꽃, 2022)이다. 이 책 안에 바숨의 모습이 있다.한해
남편은 오랫동안 백발의 긴 머리였다. 그가 이 연재의 첫 화에서 밝힌 바대로, 그렇게 되기까지 사연이 제법 있었다. 그런 그가 지금 머리를 커트하고 염색도 했다. 이번에는 수염을 기르겠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그는 한껏 기고만장해졌다.“당신 빼고 세상이 다 나를 응원해.”수염 기른 꼴을 봐야 한다니. 몹시 못마땅했지만 참았다. 실내에서 일하며 하루 종일 마스크를 끼고 있어야 하는 현실이 얼마간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밤에는? 불을 끄면 되지.그의 수염 프로젝트는 용두사미였다. 두 달쯤 되었던가. 어느 날,
코로나19 재난에 이은 고물가, 고금리, 경기침체는 한국 사회를 위기로 내몰고 있습니다.그러나 위기의 고통은 불평등 체제에서 실질임금 삭감, 가계부채 증가, 복지예산 축소로 노동자·서민에게 전가되어,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절규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사내유보금 1천조원의 돈 잔치를 하고 있는 30대 재벌과 부자들에게 60조원 감세 혜택을 약속하면서, 노동자들에겐 주 52시간 무력화로 장시간 노동, 해고사유 확대로 더 쉬운 해고, 직무성과급제와 최저임금 업종별 차별로 더 작게 받으라며 노동개악을 일방적
민선8기는 임기 2년 내 대안을 마련하고 도민 의견 수렴과 주민투표를 통해 2026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자치단체 선거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시도된 적 없는 기관통합형' 모델을 제시해 지금까지의 논의를 원점화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는 강봉수 논설위원이 제기한 '3개의 기초자치단체와 교육권역을 제안한다'를 필두로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둘러싼 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정치권이 제안한 논의를 확장하기 위해 시민과 전문가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보고자 한다. 오영훈
볼레낭은 장미목 보리수나무과 보리수나무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제주에서는 모든 보리수 종류를 볼레낭이라 하는데 그중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보리수 중에 열매가 팥알같이 잘고 가을에 익는 보리수를 팥볼레라 한다.팥볼레는 가지에 가시가 듬성듬성 있고 5~6월에 꽃이 피어 열매가 익는 시기는 한국 중부지방 쪽은 9~10월, 제주에서는 10월 하순부터 12월 초순까지이다. 열매는 붉은색으로 익으며 익기 전에 열매는 떫고 쓴맛이나 잘 익을수록 단맛이 있고 늦가을 서리맞은 열매는 맛이 더 달다. 열매에는 1개의 쌀알만 한 씨앗이 들어있다.옛날에
제주도, 학생 인권보장 체제의 선진지 되어야일하는 청소년들을 놓치지 말자학생과 학교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생 관계다반말이 사라진 학교를 꿈꾼다학교내 갑-을 구조를 깨야 한다현재 학교는 교사는 갑에 위치에 있고 학생은 을에 위치해 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다. 지금의 대입 입시제도에서 좋은 대학을 가야 학생들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하고, 생활기록부에 소위 좋은 학생으로 기록이 되어야한다.생활기록부, 수행평가 같은 성적은 교사가 점수를 주게 되어있다. 이 상황에서 학생은 교사에게 잘 보여야 하고 무슨 부당한 일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주요 공공기관장에 대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인사를 두고 말이 많다.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등의 꼬리표들이 그것이다. 심지어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에 대해서까지 임명을 강행하며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사실 인사에 따르는 꼬리표들과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별로 낯설지 않은 평가이고 주장이다. 중앙정치 차원에서도 특정 정권과 상관없이 반복되어온 일이고, 제주 정치에서도 그랬다. 목하 제주에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제기되는 것은 국민의힘 소속인 윤석열 정부의 인사행
서귀포시 호근동은 중산간에서 해안으로 길게 뻗은 마을이다.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엄마처럼 앉아 있다. 해안가는 돔베낭골이 특히 유명한데, 돔베낭골은 제주올레 7코스의 비경으로 꼽힌다. 지난 2019년에 책방 한곳이 이 마을에 문을 열었다. 강시영, 현순안씨가 꾸리는 ‘인터뷰 책방’이다.호근동은 현순안 책방지기의 고향이다. 책방을 열기 일 년 전쯤 강시영 책방지기가 퇴직하면서 순안씨의 고향에 둥지를 틀었다. 어릴 적 봐왔던 고향의 모습을 지금은 많이 찾기 어렵지만 특유의 편안함은 여전하다. 귀향 무렵,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책으로 사
‘가장 걷고 싶은 가로수길’ 제주시 사진 공모전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정실마을 ‘월정사 가는 길’의 구실잣밤나무들이 잘려 나갈 운명에 처했다. 행정당국은 이미 ‘전국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비자림로의 삼나무 900여 그루와 설촌 때부터 주민들과 애환을 같이해온 제성마을의 벚나무 12그루를 무참히 베어냈다. 그런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5일 ‘도민이 행복한 제주숲 만들기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663억원을 투입하여 도시바람길숲,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등을 조성하고, 도로변과 중앙분리대 등 자투리 공간을 녹
제주투데이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한다는 취지로, 시민이 만드는 뉴스 제주순정TV의 콘텐츠를 소개한다. 제주순정TV는 주체적 참여 시민의 입장에 서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제주도민 부순정씨가 리포터를 맡은 제주순정TV는 제2공항 건설 사업, 비자림로 공사 문제 등 제주 지역 현안에 대해 참여 시민의 관점에서 분석, 비평하고 있다.
구 한말 제주에 유배 와서 이재수의 난을 직접 목격한 김윤식은 제주 읍성을 포위한 난군에게 문을 열어주는 일에 앞장서는 제주 여성들을 보면서 남자들 저리가라하는 드센 여자들에 대해 한마디 말을 남기기도 했다.‘본디 악하고 사나워 싸우기를 좋아하여 남자들도 두들겨 패는 사람들이었다.’제주 여성이 전부 사나울 리는 없지만 강인한 쎈언니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었다.유교적 가치관에서 남성중심의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근간인 군대, 노동, 세금을 담당하고 관직을 독점하는 일이 제주에선 불가능 했다. 물론 관직에선 소외되었지만 군대, 노
2018년 12월. 서귀포에 볼 일이 있어서 차를 몰고 한라산을 넘어가던 중이었다. 라디오에서 사고 소식이 흘러나왔다. 태안에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한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다는 것이었다.아나운서는 덤덤한 목소리로 사망한 노동자가 신체가 분리된 채 발견되었다고 전했다. 순간 온몸이 서늘해졌다. 작업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숱하게 일어나고 때때로 방송을 통해 알려지지만, 죽음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뉴스는 거의 처음 들었기 때문이었다.서귀포에 도착할 때까지 머릿속에는 사망한 노동자가 어떤 상황이었을지, 왜 사고를 피할 수 없
제주도, 학생 인권보장 체제의 선진지 되어야일하는 청소년들을 놓치지 말자학생과 학교는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생 관계다인권 감수성이 높다는 착각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2022년 2월 “2021 제1차 제주학생인권실태조사‘를 발표하였다. 학교 구성원(학생, 교직원, 보호자)의 인권 의식, 인권 실태, 학생 인권보장제도, 학생 인권교육, 학생 인권 침해 시 대응에 대한 설문 결과를 분석해서 200쪽이 넘는 분량으로 정리했다.결과를 보면 학생, 교직원, 보호자 모두 자신들이 인권 감수성이 높은 편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교직원은 97.7%
‘자리’의 본질거의 끝나간다. 도지사가 임명하는 기관장 인선 말이다. 아직 몇 ‘자리’가 남긴 했다. 근데 그 ‘자리’의 본질이 뭔가? 선거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자에게 내리는 전리품인가, 아니면 시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머슴의 역할인가?내가 너스레를 떨고 있는 건가? 다 알면서 순진한 척, 뻔한 원론을 꺼내고 있는 건가? 좋다. 선거 공신 챙기기라는 현실을 인정하자. 선거 때 투척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당선 직후부터 이권에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티 나지 않게, 법망에 걸리지 않는 선에서. 그러니 인선 자체가 거래라
기후위기는 재난이 되어 매년 막대한 피해를 안기고 있다. 올해도 변함없이 제주 땅에는 혹독한 가뭄과 무더위가 찾아왔다. 메마른 땅 위에 빗물 대신 농민들의 피눈물만이 가득했다. 반면 한라산에는 많은 비로 인해 흙이 씻겨 내려가며 식생이 뿌리내릴 땅조차 사라지고 있다. 제주인의 삶터가 그리고 생태계가 점점 무너져 가고 있다.뿐만 아니라 해수면은 나날이 상승하며 태풍에 의한 해일 피해를 매해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이고, 저지대 침수구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는 사이 기후재난은 가난한 사람과 취약한 계층,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안전
모녀 손님이 책방을 찾았다. 혼자서 책 구경을 하는 딸과 달리 어머니는 공간에도 책에도 크게 흥미를 갖지 않았다. 그런데 잠시 후, 어떤 책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것이 아닌가. 그 책의 제목이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고 했다. 책의 제목은 . 조금 냉소적이었던 어머니 손님은 책방을 나설 때 다른 이가 돼 있었다. 촉촉한 눈가에는 어떤 희망의 빛이 보였고, 떠나는 발걸음은 보다 더 경쾌해졌다. 이런 일도 있었다. 머리칼이 희끗한 할머니 한 분이 책방을 찾았다. 도보로 20분
BB팩토리,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TA) 현장에 가다!BB팩토리(Bilbao Berrikuntza Faktoria). 스페인 빌바오시에서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ondraon Team Academy)를 운영 중인 대안교육기관이다. 몇 년 전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 해외연수 때 방문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네르비온 강변 3층 주상복합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Talk, Drink, Connect’란 슬로건에 눈길이 머문다. 몬드라곤 대학 로고만 아니라면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고즈넉한 까페 아닐까 싶다. 2013년 몬드라곤 대학이
10월이다. 며칠째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스산하다. 내게 가을은 늘 못마땅하다. 겨울이라는 정해진 끝을 예감케 하고, 또 예비를 강요하는 시간! 이런 가을의 시간을 견딜 요량으로 몇 년 전까지는 쟈크 프레베르의 시를 노래로 만든 Les feuilles mortes(Autumn leaves)을 듣곤 했다. 목소리가 실린 노래로는 이브 몽땅의 것만 들었고, 여러 재즈 연주자들의 버전들을 플레이 리스트에 함께 모아 내리 듣곤 했다.내 귀에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트럼펫이 최고였다. 이브 몽땅의 목소리가 쟈크 프레베르의 시를 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