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팩토리,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TA) 현장에 가다!

BB팩토리(Bilbao Berrikuntza Faktoria). 스페인 빌바오시에서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Mondraon Team Academy)를 운영 중인 대안교육기관이다. 몇 년 전 국제사회적경제포럼(Gsef) 해외연수 때 방문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네르비온 강변 3층 주상복합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Talk, Drink, Connect’란 슬로건에 눈길이 머문다. 몬드라곤 대학 로고만 아니라면 어디서나 마주칠 법한 고즈넉한 까페 아닐까 싶다. 2013년 몬드라곤 대학이 시 소유 건물을 장기무상으로 임대받아 이닛 그룹(Grupo Init)과 함께 문을 열었다. 당시 시 당국의 대학 유치 욕구와 몬드라곤의 혁신인재 육성이란 코드가 잘 맞아 떨어졌던 결과였다.

비바팩토리 (사진=강종우)
대안교육기관 BB백토리. 1층은 선배기업과 LEINN 학습자들이 교류와 소통을 위한 공유 공간인 카페테리아. (사진=강종우)

안으로 들어서자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널따랗다. 300평이 훌쩍 넘어 보인다. 3층은 선배(Score Up)기업과 스타트업 중심의 기업입주 공간, 유리문 너머로 얼핏 사람들 움직임이 부산스럽다.

바로 밑 2층에 자리한 MTA, 여기서 혁신창업교육 '레인(LEINN)'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층은 선배기업과 LEINN 학습자들이 교류와 소통을 위한 공유 공간인 카페테리아.

“창업과 함께 성장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빌바오의 혁신센터 같은 곳이다. 한번 이탈리아 파스타 라자냐(우리식 표현으론 삼합)를 떠올려 보라”며 안내를 맡은 팀 코치 존(John)이 너스레친다. 성수벨리나 혁신파크가 이미 주목받기 시작한 마당에 하드웨어 자체는 우리와 그리 별다를 게 없다. 아니 BB팩토리가 훨씬 허술한 편이다.

달라도 너무 다른 MTA LEINN 프로그램

하지만 교육방식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리더십(Leadership),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혁신(INNovation)이 융합된 4년제 학부과정 MTA LEINN 프로그램. 지난 1993년 핀란드 유바스칼라(Jyvaskyla) 대학에서 처음 시작된 팀 학습 방식의 경영수업 TA(Tiimi Akatemia)를 벤치마킹해서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착시켰다.

MTA는 2007년 몬드라곤 경영학부에서 시작했고 2009년에는 LEINN이 개설됐다. 15명 안팎으로 팀을 이뤄 4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창업하고 경영하는 방법을 배우는 혁신교육 프로그램. 이곳에는 학생이나 교수가 없다. 당연히 교실도, 수업도, 시험도 없다. 대신 학습팀과 코치가 있고, 실제 회사를 설립하여 고객을 만나는 것이 교육과정의 전부다.

MTA (사진=강종우)
MTA (사진=강종우)

LEINN 프로그램의 목표는 팀프러너(Teampreneur)를 키우는 것. 졸업할 때까지 100여 개의 프로젝트를 팀 단위로 진행한다. 사업 아이디어 개발에서 생산, 마케팅, 하물며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한다. 한 마디로 교육을 다 받고나서 창업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내내 실패를 거듭하며 사업하기를 반복한다.

창업자금도 학생들이 직접 마련하는데 주로 대학에서 융자를 주선한다. 융자는 모두 자기책임 하에 상환해야 한다.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서는 기업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게 LEINN 프로그램의 방침. “내가 기억하는 MTA는 실패를 포함해 모든 것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협동조합기업 Tzbz(바스크어 Why not?이라는 뜻)를 창업한 어느 BB팩토리 1기 졸업생의 자부심이다.

비비팩토리 (사진=강종우)
BB팩토리 학생들. (사진=강종우)

BB팩토리가 빌바오에 터를 잡은 지 5년, 스스로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불과 학생 4명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11개의 혁신기업, 런칭 단계에 있는 30여 개의 프로젝트, 50개 이상의 기업과 150명의 팀프러너들이 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다. 같은 목적과 가치로 커넥션을 만들어낸 결과. 되레 규모가 커지면서 초심이 흐려지는 경향을 우려할 정도란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사람이지만 팀을 이뤄 함께하면 특별한 일을 만들 수 있다. MTA에서는 혼자 하는 프로젝트가 없다. 그래서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 15명 내외 학생이 4년 동안 한 팀이 돼 소통과 협력을 기른다. 청년들이 개방적이고 창조적이 되도록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다. 몬드라곤은 정말 지역적인, 아니 변방에 있는 하나의 기업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나오면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도 있다.” MTA BB팩토리 팀 코치 존의 말이다.

이처럼 몬드라곤은 그냥 머물러 있지 않았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 나가고 있었다. 몬드라곤 팀 아카데미도 그 과정의 산물. 협동조합의 기본가치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인재육성과 혁신창업에 혼신을 다하고 있었다. MTA BB팩토리에선 어디서도 접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혁신창업의 열정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어지는 색다른 도전...‘미네르바 스쿨’과 ‘에꼴42’

특히 2016년 시작된 LEINN International(레인 인터네셔널/4년제 유럽 공식 학사학위 프로그램)과정에는 국적과 언어를 불문하고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동료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사업을 진행한다.

지금은 전 세계 22개 캠퍼스로 늘었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해피브릿지몬드라곤연구소 주관으로 LEINN 서울이 운영 중이다.

비단 MTA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혁신교육기관이 늘어난다. ‘미네르바 스쿨’이나 '에꼴 42'이 대표적. 미네르바 스쿨에는 캠퍼스가 없다. 도시 자체가 캠퍼스다.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환경에서 국제적 감각을 키우고, 공간제약 없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100% 실시간 온라인 토론식 수업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졸업생 다수가 구글이나 애플 같은 글로벌기업에 입사하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올 3월엔 한국형 미네르바 스쿨을 표방하는 ‘태제대학’이 설립되기도 했다.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 설립자가 미래리더 육성을 위해 기부에 나선 것.

혁신교육기관들 (사진=강종우)
혁신교육기관들 (사진=강종우)

그리고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교육기관 ‘에꼴42'. 교수, 교재, 학비가 없는 3무(三無)학교로도 유명하다. 학생들은 재학 중에 스타트업을 150개 이상 운영하며, 대부분이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될 정도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2016년에는 스타트업의 본산인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본떠 2020년부터 과학기술통신부가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란 이름으로 지원에 나섰다.

내일(My Work Tomorrow), 제주더큰내일센터

색다른 도전은 아마 제주에서도 시작됐다. 바로 제주더큰내일센터. 무엇보다 처음으로 취‧창업과 생활을 통합 지원하는 청년보장제로 전국적으로 이목을 끌었더랬다. 참가자들에게 월 150만원 상당의 훈련수당과 함께 프로젝트 추진비용이 제공된다. 청년들은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을 밑거름삼아 ‘일 경험과 성장'을 위한 소중한 기회를 보장받는다. 그 시간과 경력이 오롯이 축적되고 스스로 미래를 헤쳐 나갈 힘을 쌓아가는 것.

더큰내일센터 (사진=홈페이지)
더큰내일센터 (사진=홈페이지)

‘탐나(TAM-NA)는 인재’. 제주더큰내일센터가 지향하는 인재상이다. T는 Teamwork(협업), A는 Ask&Answer(문제창출·문제해결), M은 Mission(소명의식), NA는 Self-Directed(자기주도·我)를 뜻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응력과 유연성을 키우면서 스스로 자신의 일과 제주의 미래를 찾아갈 수 있도록 청년들의 성장판을 깔아주는 것이 사명이다.

전체 24개월,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정이다. 첫 6개월은 기본교육과 직무심화교육을 통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기르도록 짜여졌다. 나머지 18개월은 인턴십·창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 빠듯하고 힘겹다는 얘기도 만만치 않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남다르다. “내 진로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과정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꿈이 없다면 천천히 찾아보세요. 정말 만만치 않은 교육과정을 거치고 나면 모르는 새 성장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간 제주더큰내일센터의 성과는 기대이상이다. 이수자는 300여 명, 다 합쳐 2000개나 되는 프로젝트를 청년들이 소화해 냈다. 취․창업률은 70%를 넘어섰으며 창업에 이른 청년들도 50명이 넘는다. 짧은 기간에 비하면 사실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한 가지,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우리의 가장 큰 성과는 취업, 창업의 성공이나 숫자가 아닙니다.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며 살아가겠다고 결정하고 세상에 기여하겠다고 마음으로 현장에서 혁신과 내일을 만들어 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지금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창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창조해야만 합니다. 우리의 혁신에 더 많은 청년들의 삶과 제주의 내일이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창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내일은 여러분, 청년의 세상입니다. 기성세대를 넘어 더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을 창조합시다.”

개소 3주년을 맞은 김종현센터장의 외침이다. 오늘따라 웬일인지 한 마디 한 마디가 꼰대 같은 필자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MTA를 그리는 마음과 함께.

청년에게 내일을! My Work Tomorrow. 청년에게 자신들의 일과 제주의 미래를 맡겨보자.

강종우 제주살림충전소장

뉴턴의 물리학 법칙에 따르면, 호박벌은 절대로 날 수가 없다. 날개 길이가 몸무게를 지탱할 만큼 길지 못하기 때문. 그런데 호박벌은 날아다닌다. 마찬가지로 통상의 경제학 이론으로는 협동조합은 장기적으로 실패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협동조합을 호박벌에 비유하기도 한다. 2000년부터 근로빈곤층 자활사업이란 말죽은 밭에 빠져 근 20여년간 시민경제를 업으로 삼아온 강종우 센터장이 제주살림충전 소장이란 새로운 직함으로 '호박벌의 제주비상'을 월 2회로 늘려 가장 약한고리조차 날아오르는 경제, 불가능해 보이는 희망을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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