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제주도당이 지난8월 2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오영훈 도지사를 상대로 강병삼 및 이종우 행정시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정의당 제주도당이 지난8월 23일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오영훈 도지사를 상대로 강병삼 및 이종우 행정시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주요 공공기관장에 대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인사를 두고 말이 많다. 코드 인사,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등의 꼬리표들이 그것이다. 심지어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에 대해서까지 임명을 강행하며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인사에 따르는 꼬리표들과 인사청문회 무용론은 별로 낯설지 않은 평가이고 주장이다. 중앙정치 차원에서도 특정 정권과 상관없이 반복되어온 일이고, 제주 정치에서도 그랬다. 

목하 제주에서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제기되는 것은 국민의힘 소속인 윤석열 정부의 인사행태에 실망한 도민들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오영훈 지사의 행보는 좀 달랐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과 정치적 코드가 맞는 인사,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도왔던 인사, 자신의 집권에 도움을 주었던 인사를 임명하려는 것은 심정적으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인사들을 쓰는 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그것도 합당한 기준에 적합한 인사라야 할 것이다. 합당한 기준에 따라 인사청문회에서 적격 판정을 받은 인사라면 임명에 대해 뒷말이 있을 턱이 없다. 

인사청문회 절차, 없앨 수도 없고..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회 차원에서 강화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니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앞으로도 그리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여기진 않는다. 이념과 정파적 대립 속에 치러지는 민주사회의 선거제도가 가져올 수밖에 없는 양지 너머의 그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선화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사장 후보가 도의회 인사청문을 통과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제주도청 앞에서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선화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사장 후보가 도의회 인사청문을 통과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사진=조수진 기자)

현재 인사청문회에서는 크게 개인적 도덕성과 직무 관련 전문성, 두 가지 측면을 검증하여 적격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개인 도덕성 검증인 것 같다. 여기서 도덕성은 청문 대상 후보가 여태껏 살아오는 동안 범법이나 부정한 행위의 유무다. 

일단 이것이 통과되고 나서야 직무 관련 전문성을 검증하는 수순을 밟는 게 중앙이든 제주이든 인사청문회의 일반적 과정인 듯하다. 먼지 털이식 개인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직무 관련 전문성은 제대로 검증조차 하지 못하는, 아니 안 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직무 관련 전문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는 사례가 드문 것이 이를 방증한다. 

개인적 도덕성과 직무 관련 전문성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이러한 고민은 조선시대 유교정치에서도 있었다. 유자들은 ‘개인적 도덕성의 수양’(修己·수기)과 ‘세상을 경영하는 경세능력’(治人·치인)을 갖추어야 정치에 출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수기와 치인 중 무엇이 더 중한가?

수기와 치인 중에 뭐가 더 중한가? 수기를 더 강조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수기해야 개인적 도덕성을 갖추는가? 그래서 율곡 선생 같은 분은 수기 공부라면 평생을 두고 하는 것이고, 어느 정도 수기를 했으면 정치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덕성이 훌륭한 사람이 경세능력에서도 뛰어날 것이란 보장이 없고, 도덕성에 조금 흠결이 있더라도 경세능력에선 출중한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적 도덕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어느 선에 두어야 할지이겠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그 기준을 정한 적이 있지만 사실상 지켜지지 못했다. 국회에서 강화된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한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인사는 처음부터 인사청문 대상 후보로 나서지 못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중앙정치에서 이것을 명확히 한다면 자치정부에서도 이를 준용할 수 있다. 정한 기준에 적합한 인사라면 개인적 도덕성에 조금 흠결이 있더라도 문제 삼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신 인사청문회에서는 직무 관련 전문성과 함께 역할 도덕성(morality of role)을 철저히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격 여부를 판정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대상 후보에 대한 직무 관련 전문성 검증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중앙이든 제주이든 코드인사, 보은인사를 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청문 후보로 내세우고, 임명권자는 적격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을 밀어붙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특히 국회나 지방의회 출신 인사인 경우는 동료 봐주기식 청문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는 사례조차 거의 없다. 그러니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이해할만한 일이다. 국회 차원에서 이를 보완할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입법의 한계가 있을 것이지만, 직무관련 전문성을 따지는 청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국민과 도민, 유권자들에게 임명후보자의 면면과 임명권자의 인사행태를 판정할 기회라도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성과 ‘역할’ 도덕성 반드시 따져야

논자는 직무 관련 전문성 못지않게 인사청문회에서 따져야 할 사항이 후보자의 역할 도덕성이라 여긴다. 이는 현재 인사청문회의 검증기준에도 들어있지 않다. 역할 도덕성은 후보자 개인의 사적인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를 맡을 경우 직무수행과 관련된 공적인 도덕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개인 도덕성 검증이 과거의 일을 검증하는 것이라면, 역할 도덕성은 직을 맡을 경우를 가정한 앞으로의 일을 검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직무에는 그것에 걸맞은 역할이 있고, 역할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독자적인 도덕 행위와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반드시 역할 도덕성을 검증기준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역할 도덕성에는 3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역할 자체의 도덕성(the morality of role)이다. 이것은 역할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나 규칙 자체가 정당한가의 문제와 관련된다. 따라서 역할은 개인의 책임 영역을 벗어나 사회적·제도적 차원에서 공정하게 입법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것은 정부조직법 차원에서 정부와 국회가 맡아야 할 부분이고, 인사청문회에서 검증 요소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역할 인수의 도덕성(the morality of role-acceptance)이다. 이것은 역할을 인수한 후보자에게 응분의 도덕적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으로, 그에게는 맡은 바의 역할을 완수해야 할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는 직무상으로 규정된 역할을 후보자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실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인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나아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따져야 한다.

셋째는, 역할 이행의 도덕성(the morality of role-enactment)이다. 이것은 역할이 규정하고 있는 직무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하느냐의 문제와 관련된다. 마땅히 직무의 수행은 주어진 역할에 따라 공정하고 합법적이고 도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인사청문회 전경. (사진=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 전경. (사진=제주도의회)

그런데 코드인사, 보은 인사가 많다 보니 직을 맡은 자들은 다분히 임명권자에 입맛에 맞춰 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평소 자신의 소신과 이념적 성향에 따라 공정하지 않게 직무를 수행할 수도 있다. 

이번 제주연구원장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가 현재 가장 도민적 갈등 사안이 되고 있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해 개인적 찬성 견해를 밝힌 것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인사청문회에서는 역할 이행의 도덕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맡게 될 직무상의 역할 이행에서 공정성과 합법성, 그리고 도덕성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길 경우 어떻게 응분의 책임질 것인지 등을 따져 물어야 한다. 

최근 제주도의회에서 개최된 도정 질의에서 인사청문회 개선안과 관련하여 비공개적인 제주도 차원의 도덕성 검증 청문회와 공개인 공직역량 청문회로 나눠 두 트랙으로 하자는 어느 교육의원의 제안에 대해 공감한다. 

그의 제안대로 도에서는 사전 도덕성 검증기준을 마련해 부합하지 않으면 바로 탈락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아마 국회 차원의 강화된 입법안에도 이러한 점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덧붙여, 논자는 국회나 도의회 차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직무 관련 전문성과 역할 도덕성을 엄격하게 따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姜奉秀). 제주시(애월읍 어음리)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동양철학과 도덕교육학을 전공하여 문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재야연구단체인 사단법인 제주대안연구공동체의 연구원장직을 맡아왔다. 때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었고, 한국(제주) 사회와 교육의 민주화를 위해 시민운동진영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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