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뒤에 줄로 묶인 채 피를 흘리며 질질 끌려가는 백구의 사진을 보고 홀린 듯 제주동물친구들을 찾아가 활동을 함께한 지 어언 4년이 흘렀다. 전력을 다하지 못해 활동가라 자처하기 부끄럽다. 하지만 4년은 짧지만은 않은 기간이었다. 동물 보호 운동이라는 링 위에서, 여러 가지 동물권/동물복지 문제와 씨름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겪으며 심리적 에너지를 헛되이 소모하는 듯한 씁쓸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밥도 돈도 안 되는 이 일에 왜 이리 매달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다른 활동가의 푸념이 격하게 공감될 때도 있다. 

그간의 활동을 돌아보면 이상한 일이지만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감정을 남긴 사건들이 선명히 떠오른다. 어떠한 과학적 의학적 근거도 없이, 간암 환자의 영양 보충을 위해 백구를 잡았다는 노인. 서른 마리가 넘는 개들을 폐가에 방치하여 아사하게 만든 개주인이라는 인간에게, 학대당하는 동물도 주인에게 돌려보내야 하는 법조문 때문에 개들을 고스란히 돌려주며 좌절했던 순간. 육지로 이사 가면서 키우던 개를 남의 집 대문 앞에 두고 가던 사람. 중성화 수술 없이 수십마리로 늘어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던 캣맘이 이사하면서 남겨져, 사람이 밥을 주지 않으면 당장 굶어 죽게 생긴 고양이들을 챙기며 억눌렀던 분노... 이쯤 되면 역시 인간 동물이 지구상에서 가장 나쁜 동물 같다.

안 좋았던 사건들만 나열해 두고 보니, 이런 경험들로 인해 민원인을 대할 때 점점 방어적이고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내 모습에 대한 변명 같기도 해 겸연쩍다. 욕하고 욕하면서도, 돈도 밥도 안되고, 오히려 생업 이후의 여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고,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리며 가끔은 사비를 털기도 하는 이 일. 여전히 이 일에 계속 매달리는 까닭은 그래도 인간 동물이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는 존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활동이 “비 인간 동물 문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 결국 지구생태계 동물들의 공존을 목표로, 인간 동물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나가는 일이지 않겠는가.

앞서 다소 부정적인 활동 경험들만 나열했지만 사실 활동 현장 곳곳에서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다. 구조된 유기견에게 따뜻하게 둘러 달라며 스카프를 내밀던 아이, 건강이 악화로 내 몸하나 건사하기 힘들어도 쓰러지기 전까지는 키우던 개를 포기하지 않겠다던 할아버지, 올무에 걸린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포획을 시도하던 시민 구조자,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들을 위해 방 한 켠을 선뜻 내주던 임시보호자. 이런 분들 덕에 인간과 비 인간 동물이 함께 행복한 세상은 멀지 않은 듯 느껴진다.

인간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다른 비 인간 동물들의 희생을 일삼는 이기적인 동물이 맞다. 인간이 없으면 지구가 더 건강하고 오래 지속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왕이면 인간이 존재하는 지구인 만큼 인간도 함께 하며 오래 건강하게 지속되는 지구도 괜찮지 않을까? 희망의 증거를 따라서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묵묵히 내 딛는다. 함께, 그리고 오랫동안 아름다울 지구를 위해.

제주동물 친구들 교육홍보팀 김유진
김유진 제주동물친구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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