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중인 개들(사진=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 제공)
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중인 개들(사진=제주유기동물보호센터 제공)

지난 2022년 4월 26일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올해 4월 27일 시행 예정으로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에 분주하다. 그간 법의 테두리 밖에 있었던 속칭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를 제도권 안으로 편입시키는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도입되는 점이 눈에 띈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보호동물의 마릿수가 개·고양이 기준 20마리 이상인 시설은 보호시설의 명칭 및 주소, 운영자 성명, 보호시설 면적 및 수용가능 마릿수 등을 관할 시군구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보호실, 격리실, 사료보관실, CCTV를 설치해야 하며 외부 시설의 경우 직사광선이나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격성 있는 동물이나 어린 동물 등의 분리, 정기적 소독 및 청소, 인력 확보, 동물 등록 등 시설 및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했다.

동물보호법에서는 유기·유실 동물, 피학대 동물을 구조·보호 하기 위하여 지자체에서 동물보호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센터들이 직면한 여러 현실적인 한계와 문제점들로 인하여 민간동물보호시설들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오갈 곳 없는 동물들을 한 마리 두 마리 거두다가 보호소가 되어버린 곳들이 대다수로 안락사 없는 보호소, 동물들의 행복한 쉼터 등을 표방하여 동물보호센터의 결점을 메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운영비 및 인력 부족, 일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의심의 눈초리에 악성 민원이나 루머까지 각종 어려움이 항상 산재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22년 민간동물보호시설 운영실태조사 결과 발표(조윤주 서정대 교수)에 따르면 전국의 민간동물보호시설은 총 136개로 제주도에는 다섯 곳의 시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절반 이상인 54.7% 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 이었고, 비영리법인이 27.4%, 비영리민간단체가 17.9%를 운영하고 있었다. 보호소의 83% 가 5인 이하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연평균 운영 비용은 1억4천 만원 이었다. 재원 조달 방법은 기부금이 52%로 가장 많았고, 보호소 소장의 개인 부담금이 41.1%를 차지했다.

건물 구조는 컨테이너가 가장 많았고, 시설 중 40% 는 미신고 건축물이었다. 조사 실태에서 알 수 있듯이 열악한 환경에서 후원금에 의지하고 사비를 털어가며 개인의 희생에 기대어 보호소를 운영하는 곳이 많지만, 민간보호시설을 바라보는 시각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보호소마다 시설이나 관리 수준의 차이가 매우 심하다. 개체수 관리에 실패해서 애니멀 호더와 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불투명한 회계 관리와 후원금 횡령 등의 의혹을 사는 곳도 있다. 입양을 조건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불법 안락사를 자행한 일부 보호소들이 민간동물보호시설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들었다. 관리부실, 개 짖음, 분뇨 처리, 불법 건축물 문제 등 각종 민원의 소지가 다분했음도 사실이다. 

민간 동물보호시설은 현 시점에서는 필요악이다. 근본적으로 개인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운영하기는 어려운 시설이다. 운영 자금, 시스템, 그리고 관리 능력이나 지식, 이성적인 철학 등이 없이 동물을 사랑한다는 감성만으로 뛰어들어서는 결코 제대로 된 운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민간동물보소시설들이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들의 부족한 부분을 대신하고 있어 그 존재가 불가피하지만, 향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모든 유기·유실 동물, 피 학대 동물들은 국가에서 책임 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첫 스텝인 신고제를 통해서 보호소 설립의 문턱이 높아지면 보호 동물의 개체 수 조절 없이 방치 수준으로 동물을 관리하는 보호소는 소멸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건전하고 투명한 경영과 운영을 통해 동물복지를 실현하는 보호소는 발전하고 성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 닫는 보호소가 생긴다면 그 곳에 있던 동물들은 또 갈 곳을 찾아야 한다. 적절하고 선별적인 재정 지원과 계도 과정을 통해 민간동물보소시설의 운영 수준을 상향 평준화 시킬 수 있는 햇볕정책도 함께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유진 제주동물친구들 이사
김유진 제주동물친구들 이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