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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연대]제주칼호텔과 쌍용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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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과 연대]제주칼호텔과 쌍용차 사태
  • 부장원
  • 승인 2021.10.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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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이하, 칼호텔노조)는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함께 13일 오전 11시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사진=민주노총)<b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는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함께 지난 13일 오전 제주칼호텔 정문 앞에서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고용보장을 촉구했다.(사진=민주노총 제공)

2004년.
한때는 한국 10대 대기업의 위치를 자랑하던 쌍용자동차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중국 상하이차에 매각되었다. 하지만 경기악화와 판매부진이 계속되면서 노조에서는 각종 복지혜택을 회사에 반납했을 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2주간 공장가동 중단까지 합의하는 등 자구노력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상하이차는 구조조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2009년에는 아예 경영권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상하이차는 경영정상화에 노력한 게 아니라 핵심 기술과 연구원들을 중국 본사로 빼간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노동조합은 일방적인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77일간의 공장 점거파업투쟁에 돌입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점거투쟁은 종료되었고, 200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되었다.

그 후 33명의 쌍용자동차 노동자와 가족이 생계난과 트라우마 등에 시달리다 생을 달리 했다. 수십억 원의 국가손해배상 가압류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게임의 주인공이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끈질긴 사회적 연대에 힘입어 해고자 중 일부는 복직했으나 여전히 공장으로 돌아가는 날을 기다리는 노동자도 있다.

2021년.
300여명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제주칼호텔 매각 소식이 알려졌다. 40여년 이상 제주관광을 상징하는 호텔이 매각된다는 사실에 많은 도민들이 놀랐다. 그만큼 제주칼호텔의 존재가 오랜 시간을 거치며 도민들의 기억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1974년 세워진 제주칼호텔은 한때 한강 이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제주로 오는 관광객이 꼭 머물고 싶은 호텔이기도 했다. 외지인이나 도민들이 길을 찾을 때도 제주칼호텔을 기준으로 설명할 정도로 지역의 랜드마크이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매각설이 흘러나온 초기에만 해도 노동조합에서는 당연히 호텔업을 하는 기업이 인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을 알아보니 호텔업이 아니라 부동산투자회사가 매수자라고 한다. 제주칼호텔을 인수해 주상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민사회에서 우려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사자인 제주칼호텔 노동조합은 물론이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제주도의회까지 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칼호텔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은 그동안 지하수와 목장, 항공편에 이르기까지 제주도의 공적자산을 이용하며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해왔다. 그런 역사를 망각하고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 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도민사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한진그룹은 경영적자를 이번 매각 배경으로 밝히고 있다. 회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불가피하게 매각을 결정할 수도 있다. 사기업이니만큼 사주 개인이 자유롭게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문제없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칼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은 여전히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기업 집단이다. 산업은행 등 정부기관의 각종 지원을 받기도 하는 한진그룹은 그 위상에 맞게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제주칼호텔을 살리려는 최선의 노력도 없이 그룹회장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도민사회와의 관계나 역사성을 일거에 말소하거나 제주지역 300여명의 노동자들을 맘대로 해고하는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기업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잠시 위기에 처해 있지만 제주관광의 전망이 마냥 불투명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제주로 몰리는 관광객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호텔사업 경영의 어려움을 해결할 실마리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도민사회의 비난여론을 묵살하면서까지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폭등하고 있는 제주도 부동산 가격을 노린 부동산 투자회사와의 모종의 작전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시급한 문제는 생존의 위기로 내몰린 300여명의 노동자들의 앞날이다. 회사 측에서는 최대한 고용보장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지만, 호텔이 아닌 주상복합 건물로 고용이 승계될 여지는 희박하고, 다른 계열사 호텔에도 필요인력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제 매각사실이 확연히 알려지고 사실상 고용보장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에 갓 입사한 신입직원부터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고참직원까지 속된 말로 멘붕에 빠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적자생존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할 기회의 상실은 생계의 문제를 넘어 실존의 무게까지 흔들게 된다. 정당한 이유도 없이 일터에서 쫓겨나는 것은 당사자에게 무능력자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다. 낙인은 곧 자신에 대한 책망과 타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심각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트라우마까지 이르게 된다. 일할 권리를 뺏김으로써 살아갈 이유까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진그룹은 쌍용자동차와 마찬가지로 300여명의 생존을 헌신짝처럼 걷어차려 하고 있다. 매각 이후에 벌어질 300여명 노동자에게 다가올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게 지금까지 한진그룹의 입장이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상처가 제주칼호텔 노동자의 미래가 될까봐 두렵다.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은 설령 매각하더라도 호텔업을 유지하는 기업이 인수하길 원하고 있다. 제주관광산업의 상징이자 자신들의 일터인 제주칼호텔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2009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해고의 위기에 맞서 ‘함께 살자’고 절규했다. 해고는 사회적 살인과도 같기에 쫓겨나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호소했다. 제주칼호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자고 얘기하고 있다. 해고를 강요하기보다 함께 대안을 찾자고 요구하고 있다. 부디 한진그룹이 ‘함께 살자’는 제주칼호텔 노동자들의 절절한 외침을 받아들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기대해 본다.

부장원 민주노총제주본부 부장원 조직국장
부장원 민주노총제주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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