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소희 기자)
  ‘제주칼호텔 매각 중단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제주칼도민연대)는 15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함께 살자! 칼호텔 노동자 생존권 지키기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사진=박소희 기자)

노동자 대량 해고가 예고된 제주KAL호텔(이하 제주칼) 매각 사태가 촛불집회로 확산됐다.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제주칼호텔 매각 중단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제주칼도민연대)는 15일 오후 7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서 ‘함께 살자! 칼호텔 노동자 생존권 지키기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열고 고용보장 없는 매각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KAL(이하 한진칼)은 제주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스타로드자산운용㈜’은 부동산투자회사를 선택했다. 이들은 제주칼을 매입해 주상복합을 지을 것으로 알려져 호텔 계속 운영은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고용보장이 어렵다는 의미다. 

한진칼은 호텔·레저사업을 정리하며 실적 악화와 재무 건전성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노조측은 아시아나 인수 과정에서 부족한 자금을 제주칼 매각을 통해 메꾸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고용보장 없는 매각 중단 촉구 촛불집회에 나온 칼호텔 노동자들. (사진=박소희 기자)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 지부장은 이날 "대표이사 노조와의 면담자리에서 제주칼 매각 사유를 재무 건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익이 없는 자산은 매각한다고 밝혔지만 매각의 진짜 목적은 연내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부족과 자본확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을 신속히 조달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한진 자본은 항공산업 부분에서 사업 확장과 독점적 이익을 누리기 위해 애꿎은 노동자를 추운 겨울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개탄했다. 

해고 위기에 놓인 노동자는 노조측 추산 약 300명. 그에 따른 가족까지 합치면 1200명이 제주칼 매각으로 인해 타격을 받는다. 

이날 집회에는 제주칼 노동자들뿐 아니라 이들 가족과 시민들이 함께 촛불을 들었다. 

제주칼에서 30년 가까이 조리사로 일한 아버지의 해고를 막기 위해 광장으로 나온 강지수(26) 자녀는 "처음에는 매각 사실을 못믿었는데 뉴스를 접하고 울컥했다. 성실하게 일만 하신 아버지인데 하루아침에 해고 통보를 받아야 한다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기업인 칼호텔 노동자들이 순식간에 거리로 내몰리는 현실을 목도하며 안전한 노동은 없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는 칼호텔 노동자들의 문제이면서도 제주도에 살아가는 저같은 청년 노동자의 현실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함께 촛불을 들어주는 것 밖에 없어 광장으로 나왔다. 해고 위기에 놓인 300명의 직원과 그에 따른 가족이 1200명이다. 이들이 거리로 내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와 우리들의 삶이 흔들리지 않게 제주도정과 도의회가 고용안정에 힘 좀 써달라"고 당부했다. 

(사진=박소희 기자)
15일 촛불집회가 끝나고 제주칼 매각 중단을 촉구하는 희망의 등불을 밝혔다. (사진=박소희 기자)

이날 연대를 위해 강원도에서 방문한 김주훈 평창알펜시아리조트 노동조합 위원장은 제주칼 고용보장을 위해 제주도정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는 매각 수순을 밟으며 알펜시아 노조가 요구한 전원 고용승계와 관련해 100% 승계와 고용안정에 합의했다.

강원도개발공사 소유의 알펜시아는 2011년 행정안전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매각 작업에 처음 착수, 이후 네 차례 입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매각은 10년만에 이뤄진 것으로 노조측은 지난 8월 20일 최소 5년 고용 보장을 받아냈다. 

김주훈 위원장은 "물론 알펜시아의 경우 100% 공적자금이 들어간 형태라 고용안정을 위한 지자체 개입이 어렵지 않았겠지만 한진그룹이 아시아나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공적자금이 들어가지 않았나. 제주도정도 한진그룹에 사회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의지의 문제"라면서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이제 함께(with)한다는데 위드 노동자는 왜 못하냐"고 물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인수하는데 드는 비용은 1조8000억 원, 인수 후 조직·업무 통합 비용은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수비용 총 2조4000억원. 두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개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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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호텔 매각 중단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건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가운데) (사진=박소희 기자)

이날 집회에 참석한 박건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은 "칼호텔 매각은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벌 대기업의 횡포와 투기 자본 세력에 맞서는 제주 공동체의 일"이라면서 "기업이 필요할 땐 사회 논리를 내세워 제주 공동자원을 착취해 놓고, 이제와 경제 논리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기업의 부품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제주도정은 제주도민의 생존권 문제에 적극 나서서 공공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가족 중에도 칼호텔 노동자가 계신다.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추운 겨울 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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