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여행을 떠나는 날, 준비한 마임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제윤 학생. (사진=볍시학교)
개인여행을 떠나는 날, 준비한 마임공연을 펼치고 있는 이제윤 학생. (사진=볍시학교)

나는 내가 눈치보는 것을 이겨내기 위해 마임공연과 우쿨렐레공연을 하면서 여행을 다녔다.

올해 볍씨학교 받침반 여행주제는 ‘코로나’였고 나는 사람들이 코로나 속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조금 부족했던 준비기간이 끝나고 드디어 여행을 출발했다. 학사를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첫날에는 나와의 싸움에서 진 순간이 더 많았다.

맨 처음 동백 상회 앞에서 처음 히치를 하는데 외제차나 렌트카에 손을 흔드는 것이 부끄러워 자꾸 손을 내렸다. 또 집을 구할 때도 솔직히 말하면 충분히 모든집에 초인종을 다 눌러보지는 않았다. 시작할 때는 마음을 다잡고 시작했지만 거절당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의욕이 없어졌다. 부끄러운 감정이 올라와 이겨내지 못했다.

둘째날에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밥도 잘 얻어먹고 히치도 자연스럽게 성공했다. 또 저녁에는 그 전날에 있었던 일을 기반으로 이번에는 꼭 성공해야지 마음을 먹었다.

이튿날 저녁, 잘 곳을 구하기 위해 두 동네를 정말 열심히 돌았지만 안 계시거나 재워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날은 다리가 너무 아파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고 비박을 했다.

다음날 일어나 생각을 해보니 후회가 되었다. 나의 의지와 끈기에 실망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때까지 사실 공연도 많이 하지 않았다. 부끄러움 때문에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피켓에 써진 것을 보고 이게 뭐냐고 물어보시면 내가 공연하면서 여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스스로 떳떳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막상 공연을 하려고 하면 부끄러워서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셋째날이 되었고 그날 부터 뭔가 바뀌기 시작했다. 셋째 날에는 애월에서 대정까지 꽤나 먼 거리를 히치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태워주신 분들은 아무런 계획 없이 제주도에 여행 오신 분들이셔서 시간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애월에서 대정까지 가는 동안 볍씨학교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나는 ‘하모해수욕장에 내려주세요.’ 라고 부탁드렸다. 가는 동안 별안간 돌고래 떼도 보고 예쁜 풍경의 도로를 달리며 그분들과 조금은 더 친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하모해수욕장에 도착했지만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이제 내리려는데 나보고 공연을 해야 한다고 하시면서 사람이 더 많은 곳으로 데려다주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용머리 해안으로 갔다. 하지만 해안 안까지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인사를 하고 해안으로 가봤지만 밀물이라서 들어갈 수 없었고 '오늘은 공연을 더 못하겠다' 고 생각하고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때 건너편에서 그분들이 나를 부르셨다. 내가 차에 타자 그분들은 사람이 많은 곳으로 데려다주신다며 그 근처 사람 많은 해안에 데려다 주셨다. 나는 망설이다가 혹시 공연이 끝나면 재워주실 수 있으신지 여쭤보았다. 그런데 안 그래도 내가 잘 곳을 찾아보고 있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했다.

내가 지금까지 이분들에게 받은 것이 많고 너무 감사해서 공연으로라도 꼭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사람이 조금 많고 부끄러웠지만 지금까지 한 것 중 제일 힘차고 당당하게 공연을 했다. 그렇게 공연을 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그 공연을 할 때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을 전하려면 내 마음이 진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보답하고 싶어하는 마음에서 절로 그 공연이 나왔던게 생생했기 때문이다. 

또 이분들뿐만 아니라 히치 하이킹을 하고 여행을 하며 만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말이 마음의 장벽을 허문다는 것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이야기만 조금 하다 보면 이렇게나 빨리 친해진다는 것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처음 보는데도 말로 감사함을 나누는 경험이 나로써는 너무 좋았다.

또 보답한다는 생각으로 나의 이야기를 잔뜩 했는데 그렇게 더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아서 감사했다. 마지막 전날에는 차로 성산까지 이동하고 차를 태워주신 삼촌네에서 자느라 공연을 못 했지만 삼촌께라도 보답하기 위해서 부엌 청소도 해드리고 부탁하신 서류작성도 해드렸다. 내가 받은 친절을 어떻게라도 보답해드린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함덕에서 마지막 공연을 했는데 그동안 내가 받은 감사한 일들을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당당하게 공연을 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느낀 것은 결국에는 내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3일 김민찬(왼쪽)과 글쓴이 이제윤 학생이 드로잉 수업을 받으면 장난치는 모습. (사진=볍씨학교)
3일 김민찬(왼쪽)과 글쓴이 이제윤 학생이 드로잉 수업을 받으면 장난치는 모습. (사진=볍씨학교)

이제윤
저는 올해 처음으로 제주학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자립을 연습하고 내면에서의 성장을 위해 제주학사에 내려왔습니다. 일상의 패턴이 바뀌고 정신적인 힘듦도 따르지만 그만큼 성장하고 있고 성장하리라고 믿기 때문에 제주학사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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