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봉수 교수의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강연이 진행중입니다. '악의 시대'라 불리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정치 사상을 톺아보며 제주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자 마련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습니다. 해서 궁금해졌습니다. 제자백가 정치론을 들으러 온 시민들, 그들이 바라는 제주 정치는? <편집자주>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 교수님의 동학철학 사상 강의는 늘 새롭다. 따분하고 재미없는 동양철학을 특유의 몸짓, 제주 사투리, 이상한(?) 중국어를 섞어가며 강의를 하니 내용보다는 우선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이번 강의는 맹자였다. 나는 맹자 사상 중 역성혁명을 좋아하지만, 시류에 편승해 왕도정치를 중심으로 후기를 써 보았다.

맹자를 공자의 제자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맹자와 공자는 동시대 인물이 아니다. 공자는 춘추시대 인물이고, 맹자는 전국시대 인물이다. 맹자는 공자의 사상 중 당위 철학적 사유를 계승하여 유학의 정통사상을 수립한 인물이다. 공자의 인(仁) 사상은 당위적, 무위적, 유위적 사유가 있는데, 당위적 사유는 이타심을 도덕적 본성으로 보는 철학이다. 맹자는 공자의 손자인 자사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는 설도 있으나 정확한 사실은 아니고 맹자에 의하면 독학하였다고 한다.

맹자는 노나라 맹손씨의 후손이라는 설이 있고, 어머니와 관련된 유명한 고사가 있다. '맹모삼천지교'와 '맹모단기지교'다. 전자는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하여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고사이고, 후자는 맹자가 공부하기 싫어했는지 어머니가 짜고 있던 베를 잘라 버리며 공부를 중단하면 그동안 짜고 있던 베를 자른 것처럼 쓸모없게 된다는 훈계내용이다. 맹자의 어머니는 요즘 자식 교육 때문에 학군으로 이사 가는 부모들의 시조이지 않았을까?

약육강식의 전국시대에 살았던 맹자는 정치적 혼란과 사회악을 낳은 것은 지도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즉 정치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맹자는 인간은 원래 선한 존재인데 타고난 이타심이 사라짐으로 인해 세상이 혼란스럽다고 보았다. 그래서 리더들의 사회적 역할을 촉구하고 올곧은 선비가 되라고 주장하며 올바른 도덕적 인간이 리더가 되어 힘에 의한 정치가 아닌 덕에 의한 정치, 즉 왕도정치를 강조하였다. 맹자는 부국강병을 꾀한 오패의 정치를 힘에 정치라 하고 삼왕(우,탕,무왕)의 정치를 덕으로 인을 행하는 왕도 정치라 하였다. 왕도 정치의 이상은 여민동락하는 민본주의 정치, 군주와 현자가 함께 하는 군신공치주의이다. 맹자는 군주, 백성, 현명한 신하들과 더불어 함께 해야 진정한 왕도정치가 실현된다고 본 것이다.

(사진=박소희 기자)
(사진=박소희 기자)

맹자는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도 제시하였다. 하나같이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맞닫는 내용들이다. 첫째, 항산의 대책을 마련하라. 먹을 것이 해결되어야 도덕적이고자 하는 마음인 ‘항심’이 생겨난다. 그러지 않으면 비도덕적인 행동을 일삼아 사회가 불안하다. 둘째, 분배와 조세 정의를 달성하라. 분배의 문제는 시대를 초월한 문제이며 팬데믹 시대의 전지구적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교육에 나서라. 왕도가 완성되려면 백성들의 교화가 중요하다며 효제충신의 덕을 익혀야 한다고 했다. 넷째, 부당한 전쟁을 거부하라. 부득이 다른 나라의 공격을 받은 방어 전쟁이라면 백성들이 목숨을 걸고 도울 것이다.

맹자는 불인지정과 소불위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가엾게 여기고 부끄러운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의 실현을 강조하였으며, 인지정과 소위의 백성들의 삶의 복지와 적극적 정의실현을 위한 헌신을 강조하였다. 맹자는 사회지도층이 도덕적 책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해야 왕도 정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사회지도층에게 식색지성을 조정하여 측은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래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맹자는 사회적 약자를 과부(寡), 아내가 없는 노인(鰥), 독거노인(獨), 고아(孤)로 서술하였다. 이들을 위한 정치가 바로 왕도 정치의 출발점이라고 하였다.

인류의 정치사는 권력투쟁과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사회지도층과 사회적 약자간 계급화 혹은 계층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공정과 정의 분배의 문제가 팬더믹 시대에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맹자는 양혜왕에게 묻는다.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에 차이가 있습니까?”

나는 이 말을 요즘 사회지도층에게 묻고 싶다. 사회 엘리트층과 지도층들의 불법과 그 행태를 눈감아 주는 검찰들로 인해 서민들이 재산적, 정신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거기다 팬데믹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는 반면에, 아이러니하게도 작년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하며 4% 성장을 이루었다고 한다. 기업들은 사상 최대 조 단위의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착 소상공인들은 가게를 닫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가며 정부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식색지성은 ‘자본에 대한 욕망’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이 곧 권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본이 상위 1%에게 쏠리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의 지도층에게 식색지성을 조절하고 측은지심으로 부의 분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과욕일까?

맹자를 공부하다 보니 맹자의 사상은 오늘날 민주정치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나라의 주인이 왕이 아니라 시민, 시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맹자가 주장하는 것들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앓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 시민은 박근혜 정부 때 촛불혁명을 일으켜 정권교체 했다. 맹자가 말한 백성을 위한 정치를 못하면 가능한 역성혁명을 시민들이 스스로 일어나 정권교체를 했다. 어쩌면 시민들은 맹자가 말한 인의를 실천해줄 지도자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느낀 것은 리더가 바뀌었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약자를 돌보며 지킬 것을 지키며 여민동락하는 민본정치를 실현할 진정한 지도자가 탄생할지 궁금하다.

 

★ 시민 양정인 씨가 쓴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다섯번 번째 강연 '맹자' 편은 지난 3일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진행됐습니다. 본 강연은 ㈔제주대안연구공동체와 인문숲이다, 제주투데이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탐라학당이 주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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