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봉수 교수의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강연이 진행중입니다. '악의 시대'라 불리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정치 사상을 톺아보며 제주의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고자 마련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시민들의 참여 열기가 뜨겁습니다. 해서 궁금해졌습니다. 제자백가 정치론을 들으러 온 시민들, 그들이 바라는 제주 정치는? <편집자주>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시끄러운 유세판의 소리를 견디며 무심하게 잊고 지냈던 정치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철학'. 무심하게 잊은 이유가 태평성대 요순시대처럼 그(왕)가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면 좋으련만 그게 아님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사실.

장자의 사상을 담고 있는 '장자'는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철학서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우화로 구성되어 있으니 이는 장자가 일반인을 위해 알아듣기 쉽게 글을 썼다는 것을 말해준다. 서사기법이 독특한데, 우언은 이솝우화와 비슷하고, 중언은 패러디와 비슷하며 치언은 앞뒤가 없는 지리한 말로 소크라테스의 아이러니와 비슷하다. 장자는 노자와 함께 노자의 무위철학적 사유를 이은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초나라 위왕이 장자가 현인이란 말을 듣고 재상으로 불렀으나 이와 같은 말을 남기고 거절했다 했다. ‘속히 돌아가라 그리고 나를 더럽히지 말라. 나는 차라리 더러운 도랑에서 유유히 노닐겠다. 제후들에게 얽매일 생각이 없으며, 일생 벼슬 같은 것을 하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고 싶다.’

제주에서는 아직 만나지 못한 그러나 육지오자마자 지하철역에서 집으로 오는 길 어김없이 듣게 되는 ‘도를 아십니까’. 도를 말한 장자는 도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했다. 길은 우리가 걸어야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니 이미 있는 길을 찾아 그 길을 걸어가려고 한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삶을 산다고 할 수 없다. 장자의 도는 세상을 포괄하고, 모든 사물에 내재하며, 도로 연결되어 일체를 이룬다. 모든 만물은 생성에서 복귀까지 도의 법칙에 따라 온통 변화한다.

여기에서 잠깐 살짝 옆으로 가서 소크라테스의 문답식 대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면서 수업시간에 주고받는 문답법의 종류를 설명해주셨다. 교육의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선생과 학생 간의 문답종류는 다음의 4가지가 존재한다.

첫째, 선생이 질의하고 선생이 응답하는 방식. 하나마나한 수업으로 교육적으로 안 좋다. 
둘째, 선생이 질의하고 학생이 응답하는 방식. 학생이 대답을 준비할 시간을 기다려주고 대답을 하면 반응한다. 
셋째, 학생이 질의하고 선생이 응답하는 방식. 공자맹자의 동양적 질의응답법이다. 
넷째, 학생이 질의하고 학생이 응답하는 방식. 스스로 잡을 찾아내 지식을 발견하게 한다. 선생은 조정 역할만 한다. 

공자 논어'에도 인재시교 즉, 재목에 따라 가르침을 베푸니 사람에 따라 다른 교육을 하라는 말이 나온다. 쉽게 말해 개별화 학습이며 눈높이 교육이다. 불교에서도 근기에 따라 가르치라고 하고 배우는 이의 개별성을 인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장자가 대붕은 대붕대로, 뱁새는 뱁새대로 자기만의 덕(본성)이 있고, 사람 또한 자기만의 덕과 취향이 있는 법이라는 말과 통하는 면이 있다. 모든 만물이 각자의 본성과 법칙이 있으니 결국 만물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욕망을 조절하고 통제하기 위해 인간은 문화와 문명을 개발하였다. 사람들이 선의로 만든 문화와 제도가 오히려 인간의 본성을 해치고 있는 것이다. 권력 제도 관습 사회적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타고난 본성을 거스르며 살고 있다. 인간의 근본적인 자유는 유전적 정보를 거역할 수 있는 자유, 맹목적으로 살지않을 자유라는 말은 역설적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현대 자본주의가 상품을 팔기 위해 광고에서 ‘난 너와 달라’라는 말로 동덕이 없이 독특함을 드러내는 것은 비교와 서열화로 지배와 소유의 마음을 갖게 하며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으려는 마음을 품게 한다. 모든 가치평가와 차별은 인간이 가진 분별심과 욕망이 낳은 문화의 소산일 뿐이다. 그것을 차별로 몰고 가면 안 된다.

여기에서 이제 밑줄 쫙 칠 문구가 등장한다. ‘물오리 다리가 짧다고 해서 늘인다면 물오리는 괴로울 것이요, 학의 다리가 길다고 해서 절단한다면 학은 슬퍼할 것이다. 천성적으로 긴 것은 절단할 일이 아니요, 천성적으로 짧은 것은 늘릴 일이 아니다.’

나는 나로 살고 싶다. 누구나 그렇다. 무대의 자유는 유대(有待)의 자유와 대비된다. 유대의 자유란 조건이 있고 외물에 의존하는 제한된 자유라면, ‘무대의 자유’는 어떠한 조건에도 어떠한 외물에도 의지하지 않는 절대적 자유이다. 장자는 무대의 절대적 자유의 경지에서 노닐라(소요유 逍遙遊)고 권한다. 외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요컨대 ‘나를 버리기 때문’이다. 절대적 무대의 자유는 자아를 버릴 때 가능하다. 자아를 버리면 세상을 잊고 도와 합일할 수 있다.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 교수 (사진=박소희 기자)

강봉수 교수님의 교수법이 장자의 우화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수업 중 ‘너와 나 사이에는 뭐가 있느냐’는 질문의 답이 ‘와’인 것이 아재 개그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첫시간에 교수님이 했던 몸짓과 발짓이 나중에 다른 수업시간에 다시 쓰인다. 수업이 일회차 이회차를 거듭하며 개념이 이해되고 지난 시간에 했던 이야기가 쌓여가며 그렇게 끄덕임의 횟수가 많아져 간다.

여기까지 달려왔다. 혼란한 시대를 살았던 제자백가 중 핫한 아이돌들인 공자, 묵자, 양자, 맹자, 노자, 장자의 사상을 들여다보았고 이제 순자와 한비자가 남았다. 정치 철학을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이다. 정치도 사람 살자고, 같이 잘 살자고 하는 것이다. 장자의 철학에서 나는 다음의 키워드를 뽑겠다.

#도(道), #자유 곧 소요유(근대 정치사회의 종교 신으로부터의 자유랑은 의미가 다른 것에 주의), #쓸모없음의 쓸모있음(無用之用), #개별성을 인정한 소통

★ 시민 김현남 씨가 쓴 ‘정치 계절에 돌아보는 제자백가의 정치 철학’ 일곱번 번째 강연 '맹자' 편은 지난 16일 제주시 아라일동 희망나래 미디어카페에서 진행했습니다. 본 강연은 ㈔제주대안연구공동체와 인문숲이다, 제주투데이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탐라학당이 주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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