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결산위원회 (사진=제주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 (사진=제주도의회)

제주도의회가 예산 심의·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 '무증액 예산 담합'에 나서기로 했지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강연호)만 증액 예산을 지난 16일 예산결산위원회에 올렸다. 사업 내용은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총 규모는 7조 4768억원의 첫 추경예산안을 도의회에 넘겼다. 본예산 7조 639억원 대비 4128억원(5.8%) 증액된 금액이다. 

도의회 4개 상임위원회는 지난15일 별도 증액 없는 계수조정안을 예결위로 넘겼다. 민생경제를 위해 도의회가 자발적으로 지역구 사업 등을 이번 추경안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집행부와의 예산 전쟁을 선포한 셈.

의회와 집행부 모두 '민생경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른바 '지사 공약사업비'와 '의원 재량사업비'를 두고 벌이는 힘겨루기.

작년 12월 본예산부터 이번 추경까지 이어진 신경전은 제주도정이 올해 1차 추경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올해 본 예산에 편성됐던 의원들의 재량사업비(보조금사업들)를 다시 삭감하고 재편성해버리면서 더 커졌다.

이번 추경에 오영훈 도지사 공약 관련 사업 예산은 835억원. 

제주도의회는 '무증액 예산 담합'으로 응수했다. 증액 예산 내역이 없는 경우 도지사 동의 여부를 물을 필요가 없어서다. 쉽게 말해 집행부 예산을 도의회 재량에 따라 삭감하고, 오영훈 지사 동의 없이 예산 심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농수축위는 이 같은 흐름을 뒤집고 약 6억 8000만원을 증액했다. 도의회 관계자는 "농수축위는 민생 경제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1차 사업에 대해서는 증액하기로 결정했다"지만 사실상 "농수축위가 집행부와 합의점을 열어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농수축위 소속 강충룡 의원(서귀포시 송산동·효돈동·영천동/국민의힘) "이번 예산 전쟁은 집행부와의 소통 부재가 가장 크다"면서 김희현 정무부지사와 송영훈 운영위원장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농수축위는 증액 사업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농수축 전문위원실은 "예결위 단계에서 다시 계수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려면 계수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예산 심사 과정이 공정해야 이번에 의회에서 주장한 심의 의결권 행사의 정당성도 담보돼서다. 어느 의원이 어느 예산을 삭감하고 증액했는지 알 수 있어야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건강한 논쟁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농수축위는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겠다"면서 계수조정 과정을 비공개했다. 때문에 검증 자체가 어려워져 오히려 "지역구 챙기기 예산 끼워넣기" 등의 불필요한 오해를 부르고 있다. 

일부 학계나 예산 전문가 등은 물밑에서 진행하는 '의원재량사업비'를 전면 인정하고, 결산 감사를 통해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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