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정 기조실장 (사진=제주도)
허문정 기조실장 (사진=제주도)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른바 '의원 재량사업비' 반영이 불발되자 제주도의회는 심사보류라는 초강수를 뒀다. 제주도는 협상의 문은 열어두면서도 '도의원 재량사업비 관행'은 없애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9일 밤 10시 제416회 임시회 제2회 본회의에는 제주도가 제출한 2023년도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기금이 올라오지 않았다. 집행부와 협상 불발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보류' 했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도교육청 추경안만 통과됐다.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집행부는 상임위가 삭감한 송악산 일대 토지 매입 비용(161억원) 등을 예결위에서 살려줄 것을, 의회는 그 중 90억 원가량을 살려주는 대신 의원 지역구 사업을 담아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집행부가 의원 사업비를 이번 추경에 담을 수 없다고 고수, 협상은 결렬됐다. 

제주도는 22일 오전 10시 브리핑을 열고 추경안 2차 전쟁을 예고했다. 

이번에 심사보류한 추경안은 6월13일부터 열리는 제417회 정례회서 다뤄지거나 도의회와 집행부의 협상이 잘 이뤄지면 6월 정례회 전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 수도 있다. 현재 도의회 내부 검토중으로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허문정 기조실장은 이날 "가급적 최대한 빨리 원포인트 임시회를 개최하면 적극 협의하겠다"면서도 "법정 필수경비를 삭감하고 지역현안사업을 증액하는 기존 관행을 없애겠다"고 선포해 빠른 협상은 어려워 보인다. 

허문정 실장은 "의원 재량사업비는 2020년 공식 폐지됐다"면서 용어 사용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호조(지방재정관리시스템) 미반영 사업은 예산안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차 전했다. 

자자체는 예산을 확정하기 전 이호조를 통해 예산을 편성하는 데, 필요한 지역 현안사업을 의회가 집행부에 건의할 수 있다. 이때 집행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이호조에 반영한다.

허문정 실장은 "이전에는 본예산에 올라간 법정 필수경비를 자르고 (그만큼) 지역현안사업으로 가져간 후 추경을 통해 반영해준 사례가 있다. 집행부도 그런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는 그런 관행을 없애고 선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허 기조실장이 내세운 '원칙론'에는 "집행부가 허가하지 않은 사업을 의회가 다시 담을 수 없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이는 이번 추경안 심사에서 집행부와 도의회가 사실상 충돌한 이유다. 

도의회는 집행부가 주장하는 원칙론이 자치 역량을 축소한다면서 '심사보류'로 맞섰다. 

도의회 관계자는 의원 사업비가 도의원 선심성 예산으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실재 지역구에 필요한 예산임에도 이호조 반영이 어려울 때가 많다고 호소했다. 

자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역구 예산 확보가 필수인데 집행부가 예산의 편성권만 강조하면서 도의회, 읍면동 등과 소통을 안 하고 있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그뿐 아니라 제주도가 이번 추경안 명분으로 민생 경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도지사 공약을 위한 예산이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번 추경에 오영훈 도지사 공약 관련 사업 예산은 835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허문정 기조실장은 "지사는 공약을 통해 당선된 것"이라면서 "지사 공약이 곧 민생"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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