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발광]사랑하는 아이의 미래를 지킬 수만 있다면-①에서 이어집니다.)

환경운동 활동가로 새로운 일을 하기 이전에 환경운동에 관심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감각적으로는 환경에 대해 옳고 그름은 판단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없다. 그래도 제주해군기지 문제 등에 마음이 쓰이고, 각종 사회문제에 분노하는 사람이어서 더 빠르게 환경운동에 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대학 시절 편집위원회 활동으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갖춰진 덕도 크게 본 것 같다.

그렇게 활동가로 11년을 살아왔다. 온갖 환경 현안들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보고서를 쌓아놓고 읽고 또 읽어야 했다. 이해할 수 없다면 시간으로 채우는 방법 뿐이기에 밤샘은 기본이었다. 공권력의 폭력과 늘 가까이 하며 국가로부터의 감시를 견뎌내야 했다. 다양한 활동으로 전문성이 쌓이면 쌓일수록 미디어의 노출은 가속화되었고, 어느 순간 공적인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희망의 존재로 누군가에겐 혐오의 존재로 점점 각인되었다. 그래서 종종 외부활동을 하노라면 좋은 일을 한다면 환대해주시는 분도 있고 반대를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시는 분도 많이 만난다. 원치 않지만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공익활동에 대한 인정이 참으로 부족한 나라다. 환경운동을 한다고 하면 의레 국가로부터 활동 지원을 받는 사람으로 여겨지거나, 환경운동을 통해 돈을 뜯어내려는 사람이라고 폄훼되는 경우도 종종있다.(참고로 제주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해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는 회비와 후원금을 통해 운영된다) 물론 공익활동에 대한 이해가 없어 이런 활동이 우리 사회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아예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많은 활동가들은 사회적 인정에 목말라 하는 경우가 많다.

어디 그뿐인가 평범한 직업을 가진 또래들과 비교하면 경제적인 부분의 격차도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운데 밥 먹듯 하는 야근과 주말 일정, 정서적 육체적 피로, 높은 노동 강도까지 더해지면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는지 스스로도 납득이 안될 때도 있다.

그럼에도 활동가 각자가 여기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나는 가끔 나에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들고 돈이 안되는 일을 하느냐는 사람들에게 '그만둘 기회를 계속 놓치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매번 새로운 일들이 터져나왔다. 제주해군기지 싸움으로 지쳐갈 무렵에 제2공항 문제가 터졌다. 제2공항 문제로 열심히 대응할 때 즈음에는 결혼을 하게 되었다.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되고 이제 일을 쉬어도 되겠지 싶었을 땐 첫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나니 일에 대한 생각도 확 바뀌었다. 이제까지 나의 환경운동은 오로지 나의 생각, 나의 마음에서 기인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내 아이의 미래라는 것이 크게 개입하기 시작했다.

지난 923 제주기후정의행진에 마지막 발언자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가 지금 이 행진을 하고, 구호를 외치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꿈꾸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맞다. 내가 지금도 환경운동을 하는 이유를 말하라면 내 아이와 내 가족이 행복한 미래를 맞이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내가 누리는 환경을 적어도 내 아이가 지금보다는 조금 나빠졌을지언정 비슷하게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하는 일이 내가 바라는 미래의 희망을 채우는 일이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환경운동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를 지킬 수만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 됐다. 오늘도 그만두지 않고 활동가로 살아갈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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