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민군복합항에 하선 중인 크루즈 관광객들(사진=제주투데이 DB)
강정민군복합항에 하선 중인 크루즈 관광객들(사진=제주투데이 DB)

제주도에 가장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 해는 2016년이다. 당시 1,585만 명이 제주를 찾았다. 이중 중국 관광객의 비중은 19% 306만 명이다. 이렇게 많은 중국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대형유람선 즉, 크루즈선 관광 때문었다.

대형유람선의 입항은 지역의 생활환경 부하와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특히 쓰레기 문제에 민감하다. 일단 입항하면 관광객의 하선 여부와 관계없이 쓰레기를 버린다. 과거 기사를 확인해보면 2톤가량의 쓰레기를 버렸다고 한다. 2017년 3월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2톤가량의 쓰레기만 버리고 간 선박은 선박 무게 114,500톤에 달하는 초대형선박이다.

총 3,617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고, 선박 내에는 1,068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탑승하다보니 일본 후쿠오카에서 출발해 제주에 기항하기까지 반나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2톤이나 되는 쓰레기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세관 등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대부분 대형유람선이 통상 2톤가량의 쓰레기를 배출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내년 제주에 입항을 신청한 대형유람선 372척이 입항할 때 버려지는 쓰레기는 최소 744톤이다. 물론 제주도에서 지난해 하루 평균 생활쓰레기(소각, 매립, 재활용, 음식물쓰레기 포함) 배출량이 천 톤이 넘으니 그 양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연간배출량의 대략 0.4~0.5%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고작 0.4~0.5%가 가져올 부하는 심각할 수 있다. 실제 제주도는 소각 부하와 매립 부하에 시달리던 2016년 8월 크루즈 선박의 쓰레기 반입을 금지했다. 그만큼 생활환경에 있어 0.4~0.5%가 가지는 파괴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크게 후퇴시키면서 생활쓰레기 부하는 더욱 커질 전망이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실제로 제주도는 소각능력의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소각시설을 갖추려는 중이다. 매립하는 양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대형유람선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하선하는 관광객이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있다. 교통 문제는 또 어떤가? 과거 3,400명이 탑승한 대형유람선을 위해 전세버스 80대가 동원됐다는 보도도 있다. 교통혼잡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관광업계가 힘든 시기를 겪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급작스러운 양적 관광 확대에 따른 준비는 또 다른 이야기다. 관광산업은 큰 호황을 맞을지 모르지만 이에 대한 환경비용은 도민들이 공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크루즈 선박이 많이 찾는 항구지역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그렇다면 이런 논란에 대해 외국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미국 북동부 메인주(州) 항구도시 바 하버(Bar Harbor)는 유람선을 타고 온 관광객 중 항구에 내릴 수 있는 인원을 하루 1000명으로 제한했다. 알래스카주 주노(Juneau)에서도 내년부터 950명 이상 태울 수 있는 대형 선박은 하루 5척만 입항할 수 있도록 통제할 계획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당국은 관광객 수를 통제하고 도시 오염을 줄이기 위해 기존의 항구 터미널을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역시 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며 터미널 한 곳을 폐쇄했고, 과잉관광(Overtourism) 문제가 극심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는 석호 내 역사지구로의 대형 크루즈선 진입을 금지시켰다.

어디 그뿐인가? 주요 대형유람선이 입항하는 항구마다 'Tourist go home'으로 대변되는 안티투어리즘(Antitourism) 운동이 거세다. 지역에 미치는 대형유람선의 환경부하가 이러한 운동을 격화시키고 있다. 특히 생활환경 악화는 안티투어리즘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운동을 주도하는 것이 환경단체일까? 아니다. 지역주민으로 이뤄진 지역 자생단체가 이런 운동을 주도한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결국 지역주민이 불편하고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리고 발생하는 부하에 대한 책임은 관광산업이 아니라 제주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양적관광에 따르는 과실을 가져가는 곳이 따로 있고, 이에 따르는 피해와 비용을 감당하는 곳이 다른 데서 발생하는 불평등, 불공정의 문제가 대형유람선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시대를 환경위기의 시대라고 부른다. 기후위기로 일상이 무너지고 있고, 생태계는 위태롭기만 하다. 인류의 지속가능성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모두가 지금처럼은 안된다고 외치지만 경제만은 여전히 기존의 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성장이라는 틀 속에 모든 것을 욱여넣으면서 발생한 일들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꾼다면 모든 정책 결정에 경제성을 앞세울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의 경제성이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당겨쓰고 소모하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자각하여야 한다. 대형유람선의 급격한 입항 증가에 대한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필요하다면 무턱대고 받을 것이 아니라 지역의 환경수용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적정선을 찾아야만 한다. 제주도와 관광산업계가 현명한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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