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영국 BBC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봤다. 지구의 대멸종에 관해 설명하면서 우리에게 대멸종이 다가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였다. 지구는 정말 오래전부터 생명을 품은 행성이었다. 수십억 년의 시간 동안 지구는 생명을 품어왔고 그 과정에서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생물의 대멸종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그중에서 가장 최악은 페름기-트라이아스기에 일어났다. 이 페름기 대멸종으로 인해 지구상의 육상생물 70%와 해양생물의 96% 이상이 사라졌다. 지구라는 행성이 존재해온 시간 동안 가장 끔찍한 최악의 대멸종이었다. 물론 이외에도 수많은 대멸종 사태가 있기는 했지만 구태여 페름기 대멸종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구상의 생물 90% 이상이 절멸한 사태는 사실상 페름기 대멸종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생물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를 바로 페름기 대멸종을 들여다보면 확인할 수 있다.

페름기는 고생대의 마지막 시기로 중생대로 변하는 길목에 있었다. 바다와 육상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분포했다. 특히 바다는 엄청난 생명력을 뿜어낼 만큼 다양한 생물의 터전이었다. 이렇게 생명력이 넘치는 시기에 생물들의 삶을 송두리째 뽑아가는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2억 5천 1백만 년 전에 일어났다. 멸종에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설이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학설은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화산 대분출로 인한 급격한 환경변화라고 본다. 시베리아 트랩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발생한 이 화산 대분출은 무려 백만 년간 지속됐다.

독일지도에 표기된 시베리아 트랩(사진=김정도 제공)
독일지도에 표기된 시베리아 트랩(사진=김정도 제공)

이 학설에 의하면 엄청난 규모의 화산이 분출하면서 지층 내의 석탄을 태우고 막대한 이산화탄소와 각종 유해 물질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왔다고 한다. 지구 평균온도는 급격히 치솟았고,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는 바다를 산성화시키고 해수온을 상승시켜 산소부족을 불러왔다. 바다는 죽음의 지대가 되었다. 당시 생물다양성의 핵심지역이 바로 바다였기 때문에 바다의 죽음 곧 생물 대부분의 죽음과 연결됐다. 지구는 표면적으로 생명이 살아가기 어려운 곳으로 변했다. 그렇게 서서히 지구상 생물 대부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갔다.

해양생물은 무려 10만 년, 육상생물은 무려 100만 년이란 기간 동안 회복되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다시금 생명력이 넘치는 시기는 대량절멸 사태로부터 무려 1천만 년이 필요했다. 급격히 상승한 지구 온도를 식히고, 대기 중에 막대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데 막대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다시금 생물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렸다.

페름기 대멸종 당시 고수온과 산소부족으로 해양생물의 90% 이상이 절멸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식도 @Justin Penn and Curtis Deutsch
페름기 대멸종 당시 고수온과 산소부족으로 해양생물의 90% 이상이 절멸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식도 @Justin Penn and Curtis Deutsch

왜 구태여 끔찍한 페름기 대멸종을 이야기하느냐고? 현재 인류문명은 과거의 페름기 대멸종의 재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시기 대비 6도가 오르게 되면 지구상의 생물 95%가 멸종한다고 경고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1세기 말에 지구 온도는 약 5도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더욱이 지구 평균온도를 1.5도 이하로 막지 않으면 인류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일반적 견해다. 이를 위해서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0%로 감축해야 한다. 앞으로 6년 동안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우리는 대멸종에 직면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제주에서는 마치 대멸종을 기원이라도 하는 듯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 불가피하고, 대규모 철새도래지를 파괴하는 등 생물다양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2공항 건설계획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탄소 없는 섬을 표방하면서 화석연료를 더 쓰겠다며 가스발전소 300MW를 추진하고 있다. 수송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교통난 해소를 명분으로 도로는 더욱 넓어지고 많아진다. 덩달아 자동차는 더욱 늘어나고 넓어진 도로와 많아진 도로 위를 빼곡하게 채워 나간다. 보호받아 마땅한 습지, 곶자왈, 오름, 하천의 훼손은 계속되고 바다의 오염과 훼손, 황폐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지구의 역사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대멸종의 교훈을 우리는 제대로 받아드리고 있는 걸까?

지금이 얼마나 위기의 상황인지, 그리고 무엇을 실천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정부도 국회도 기업도 심지어 개개인도 모르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바뀌지 않는 것은 성장이 멈추면 안 된다는 잘못된 신화와 사회경제 시스템의 전환을 두려워하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여전하기 때문은 아닐까? 대멸종을 막으려면 그만한 거대한 전환이 불가피하다. 당장 올해부터 전환에 대한 진전된 논의와 행동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반전하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적어도 내 아이만큼은 절망의 미래에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그런 절실함으로 우리는 반전의 발판을 올해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절망의 미래가 아닌 희망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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